영주시 상줄동에서 1만 6천여평의 벼 농사를 짓는 김 모씨(40)는 요즘 한숨이 부쩍 늘었다.

지난해 햅쌀의 경우 80kg들이 한 가마당 17만원 하던 것이 올해는 15만원 이하로 2만여원 뚝 떨어 졌기 때문이다.

김 씨의 경우 한 마지기(300평)에 보통 쌀 5가마를 생산하는데 계산대로 라면 한 마지기당 10만원의 손해를 보는 셈이다.
전체적으로는 5~6백만원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정부수매배정량도 지난해보다 줄어 들었고 좀 더 보관해 두었다가 시세가 좋아지면 내다 팔려니 봄에 쓴 영농자금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일반상인들에게 낮은 시세에라도 모조리 내다 팔아야 할 판이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요즘처럼 답답해보기는 처음이란다.
김 씨는 “정부가 왜 하필 수확 시기에 맞춰 쌀 증산정책을 포기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의 농업정책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농촌경제는 쌀 등 농산물 가격이 1~2천원만 내려도 휘청거립니다”

이는 얼마 전 부석지역에서 만난 한 농민이 내뱉은 말이다.
사실이다. 월급받는 회사원들이나 공무원은 1~2천원 표도 안나는 돈이지만 그들에게는 엄청난 액수의 돈인 셈이다.

1년 내내 피땀 흘려 농사지어서 농협 빚도 갚고 자식들 교육비도 보탤려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최근 농민회와 농업경영인회 등 농민 단체들의 대정부 투쟁이 한층 가중되고 있다.

농협중앙회를 점거해 쌀값 보장을 요구하기도 하고 시청과 농협시지부, 미곡 처리장이 있는 안정농협 앞에 벼 가마니를 쌓아 놓아 쌀값 하락에 대한 답답한 심정을 표출하고 있다.

이달 말경에는 지역 농민단체들이 회원들의 신청을 받아 농가부채를 현물로 갚겠다고 선언까지 하고 있다.

이 같은 농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들과 고통을 함께하기 위한 자치단체와 기초의회, 사회단체의 노력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충북 옥천군의 경우 최근 군의회 의장과 부의장이 김동근 농림부 차관을 면담하고 의회에서 의결한 “쌀종합대책 재수립촉구를 위한 결의문”을 전달했다.

또 충남 당진군의 경우 새마을 군지회에서 출향인들에게 쌀 직거래행사를 펼쳐 수천만원어치를 이미 판매했다.

충남 청양군은 자치단체와 농협조합장, 농민들이 함께 적정선에서 쌀값을 정해 수매에 나섰다는 소식도 전해온다.

인근 봉화군도 자치단체가 직접 출향인사들에게 서한문을 보내 고향쌀을 구입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농민들과 고통을 함께하기 위한 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는 데 반해 영주는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미리 계획되고 예정된 일이겠지만 일부 시의원들은 해외 연수로 자리를 비운 상태이고 영주시는 10월의 각종 축제가 과중된 상태인지 ‘아무 생각(?)’ 없는 날만 보내고 있는 듯하다.

지금이라도 실의에 빠진 농민들과 함께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아쉽다.

시청 현관 앞에 쌓인 벼 가마니를 단지 시위를 하기 위한 수단으로밖에 보지 못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농자 천하지 대본’이라는 말을 곱씹고 또 곱씹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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