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연 한 연에 정성을 담아 자연을 노래하고 싶어요"
중앙일보는 3월28일 문화면(12면)에 장원작인 황 씨의 「겨울나무」와 차상 2편 등을 소개했다.
심사위원들은 『황씨의 작품 겨울나무는 한마디로 단아한 작품』이라면서 『율격도 잘 지켰고, 상의 전개도 무리가 없었다. 셋째 수 마지막 종장 “다듬고/ 깨우친 숨결/ 봄을 틀어 오린다”는 다소 평이한 점이 없지 않지만, 이 결구가 없었다면 아마 선자의 눈에 띄지 않았을지 모른다』고 했다.
점심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찾은 그의 직장(?) 예원꽃화원은 황 씨가 때늦은 식사를 하고 있었다.
70평 남짓한 화원안에는 따뜻한 3월이지만 식물들의 온도를 맞춰주어야 하기 때문에 오래된 녹슨 연탄난로가 열기를 더하고 있었다.
“취미삼아 시조를 쓰기 시작한 것이 이렇게 장원까지 차지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라고 말하는 그녀는 사실 이번 투고를 한동안 까맣게 잊고 있다가 아침에 신문을 본 주위사람들의 축하전화 때문에 자신의 시가 장원을 차지한 것을 알았다.
아직 연말 결선을 거쳐야 정식으로 문단에 등단할 수 있지만 황 씨는 월 장원이 된 것이 더욱 더 좋은 글을 많이 쓰라는 채찍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수상소감을 피력했다.
그녀가 시조를 접하게 된 것은 2년 전인 지난 99년부터다.
당시 경북도립 영주공공도서관 주부독서회가 지역 문인인 이무식씨(영주문협회원. 현 단산면장)를 초대해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달에 한번 시조교실을 연 것이 본격적인 창작활동에 불을 지피게 했다.
“문학이 좋아서 11년 전인 91년 주부독서회 창립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했지만 실제적으로 직접 창작을 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죠”
한때 여고 시절에는 교내 백일장에서 각종 상을 휩쓰는 문학소녀였지만 사실 사회에 첫발을 디딘후 근래까지 창작이라는 단어하고는 너무 먼(?) 사이였다는게 그녀의 설명이다.
그녀는 이무식씨의 시조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이 씨와의 만남이 짧은 단어 몇 개에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운율에 담아 감동적으로 전하는 시조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 계기라고 술회했다.
그녀는 또 이 씨가 시조를 쓰게 한 동기를 마련해 줬다면 현재 교직에 몸담고 있는 박영교씨가 그녀의 시조 창작의 발판을 다져줬다며 이들 두 스승(?)에 대한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이처럼 뒤늦게 시작된 그녀의 시조에 대한 열정은 지난해 5월 경북 여성 문학회가 주최한 여성백일장에서 “그늘”이란 작품으로 장원을 차지했으며 가을에 열린 전국 시조백일장에서도 “바위”라는 작품으로 차상을 차지하는 영예를 누렸다.
“시조는 절제된 단어만을 가지고 마음을 표현해 내는 데 상당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점이 제가 시조를 쓰는 가장 큰 이유이죠”
그녀가 쓰는 시조의 대부분은 자연과 관련이 있다. 먼저 입상한 작품들이 ‘바위‘나 ‘그늘‘이 소재라면 이번 중앙일보 중앙시조 백일장에서도 ‘겨울나무‘라는 소재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화원을 하면서 꽃과 나무 등 자연과 친숙해졌기 때문인지 대부분 자연을 소재로 하네요, 애정을 갖고 식물들에게 물을 주고 기르다 보면 목이 마른지 어디가 아픈지 다 알게 되나 봐요”
그녀는 시조를 통해 자연과 대화하고 싶어한다. 이번에 당선된 겨울나무를 “모든 것을 다 버리면 더 아름답게 느껴지더라”며 “사람으로 치면 마음을 다 비운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3월이 다가는 봄날, 후끈한 열기가 더 할수록 넓은 화원 안에는 꽃향기가 진하게 배어 나온다.
자연과 함께 한연 한연에 생명을 불어넣고 의미를 담으려고 노력하는 그의 창작 열정이 이처럼 향기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함께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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