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의 변
아, 참으로 사는 듯하다. 부활이다. 이제 온몸의 힘으로 떨쳐 일어나 멀고도 큰 길을 떠나려 하니 그 길의 이름은 무엇인가, 바로 자유의 큰 길이다. 세계인류 운명의 큰 수레바퀴는 다시 한번 돌았다...."
위 글은 1920년 4월1일 동아일보 창간호에 실린 "주지(主旨)를 선명(宣明)하노라"의 시작 부분이다. 일제 강점 하의 암흑기에 조선민중의 표현기관임을 자임(自任)하며 창간된 민족신문들은 우리 민족의 불이었으며. 석양에 울리는 저녁 신문 배달 종소리는 빼앗긴 땅에서 신음하던 한민족에게 커다란 기쁨이었다.
그리고 81년이 지난 2001년 오늘. 우리는 언론사상 몇 안 되는 범시민적 모금에 의한 새 신문의 창간을 내외에 선언한다.
우리는 지금 향토발전과 민족의 역사를 새로이 열어야 할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인간의 자유와 기본권을 유린해온 오랜 중앙집권적인 권위주의 체제를 청산하고 사회 구석구석에 만연되어 있는 비민주적인 요소들을 제거하여 시민이 주인되는 진정한 민주화를 실현시키고, 민족정기를 바로잡아 이 병든 사회를 건강한 사회로 바꾸어 놓아야 할 시급한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지역사회와 민족의 광범위한 과제는 시민 모두의 힘과 뜻과 지혜를 남김 없이 발휘케 하고 동원해냄으로써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의 가장 강력한 수단의 하나가 누구나 자기의 현실과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시민적 언론임을 우리 모두가 다 아는 일이다.
우리가 한 세기에 가까운 언론의 역사와 더불어 10여년의 향토언론의 역사를 두고서도 이제 새 신문을 창간하고자 하는 것은 이 같은 시민적 민족적 과제가 참된 새로운 언론을 어느 때보다도 시급히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1896년 이 땅에 '독립신문'이 창간된 지 근 백년. 지역언론이 탄생한 지 10여년의 세월이 흘렀으나, 그동안 우리의 언론은 원칙 없는 일간지 흉내 아니면 지방권력자의 억압이나 회유로 인해 왜곡된 길을 걸어왔고, 진정 시민을 위한 자주적 언론을 갖지 못함으로써 오늘에 이르기까지 민주 시민언론의 숙원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오늘 우리가 새 신문의 창간호를 내게 된 것은 이 지역에 언론매체가 부족한 때문이 아님은 물론이다. 다 아는 바와 같이 우리 지역에는 수만의 부수를 주장하는 여러 신문, 97%의 보급률을 자랑하는 텔레비전을 포함하여 전국 방방곡곡에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는 방송망과 수십만 부를 넘는다는 월간지와 주간지 등 수많은 언론매체들이 뿌리내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굳이 새 신문을 창간하고자 하는 것은 시민의 목소리와 시민의 양심을 대변하는 바르고 용기있는 언론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우리 지역의 언론은 때로는 지방 실력자의 이미지메이킹을 위해, 때로는 지방자치단체의 홍보를 위해 봉사 아닌 봉사를 해온 게 사실이다.
오늘 우리는 새 언론의 창간을 통해 기존의 제도언론이 갖는 몇 사람의 사유물이 되거나 권력에 예속돼 버리는 구조적 결함을 극복하고 향토발전을 염원하는 모든 사람의 참여로써 시민이 주인되는 신문을 만들고자 한다.
지난 10여년 동안 오직 참된 언론의 길을 가고자 수없는 나날을 절망 속에서 불씨를 지펴온 우리는 15만 시민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앞길을 이끌어줄 친구를 열망하게 되었음을 너무도 잘 안다. 이에 2001년 오늘 우리는 범시민적 참여 속에 '영주시민신문'의 깃발을 높이 올리니 그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참으로 시민과 시대가 부여한 힘으로 태어났다 할 수 있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창간 주지(主旨)의 뜻을 내외에 천명하며 힘찬 첫걸음을 내딛고자 한다.
첫째. 영주시민의 표현기관으로 자임한다.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소수 특권계층의 신문이 아니라 단일한 전체로 본 15만 영주시민의 신문으로 자임하는 바이니, 시민의 뜻과 이상과 운동을 사실대로 표현하고 보도하고자 한다.
둘째. 민주주의적 가치를 지향한다.
이는 인류생활에 바탕이 되는 큰 이치요 정신이니, 폭력을 배척하고 인격에 고유한 권리 의무를 주장하는 것이며 나라정치에서는 자유주의요, 지역사회에서는 평등주의를 말한다
셋째. 향토문화주의를 제창한다.
개인이나 향토사회의 생활내용을 충실히 하여 지역사회의 발전과 오묘하고 심원한 향토예술을 통한 인간다움의 실현을 기하고자 한다. 이는 곧 시민 모두의 사명이요 생존의 가치라 본 까닭이다.
넷째. 지역공동체 형성 주도한다.
각계 각층의 시민들의 참여를 통한 새로운 공동체 건설은 열린사회를 지향하는 시민 모두의 바램이다. 시민의 다양한 의사와 참여를 통한 참다운 지역공동체 건설은 지방자치의 성패와도 직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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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공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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