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의 약속 세 번째의 새벽 비로봉 산행길이다.
비로사에서 정상을 다녀오는데 두 시간 정도는 무리인 것 같아서 행보를 늦추어 보려고 노력을 해 보지만 좀처럼 패턴(pattern)을 바꿀 수 없는 것은 변화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고쳐지지 않는 타성(惰性), 바로 변화는 혁신(innovation)이기 때문이 아니랴!
오늘도 05:00시, 비로사 입구를 출발하여 전등을 들고 가볍게 산행을 시작했다. 가능하면 금번에는 조용히 다녀오고 싶었다.

특별한 느낌도 없을 것 같고 다녀올 적마다 “지혜로운 산행”을 원고화(原稿化) 하는 것도 쉬고 싶어서이다.

이런 변화의 삶을 가지고 산을 오르는데 어쩔 수 없이 몇 줄이라도 적어서 남기지 않으면 못 배길 아름다운 상황을 외면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3부 능선 즈음 작은 불빛이 점점 커지면서 수십 개가 바라보이고 가까이 다다르니 줄지어 가는 행렬이 한 줄이 아니라 두 줄로 어샤!, 어샤! 또는 영차!, 영차!하며 구호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어두운 길, 무엇을 무겁게 들고 가는지 의아해 하다가 발견된 것은 “휠체어”였다.

장애인을 싣고 네 명씩 1개조가 되어 80여명의 회원들이 5명의 장애인을 교대로 해서 동행산행을 하는 광경을 목격한 것이다.

순간적으로 깜짝 놀랐으며 발걸음이 잠시 동안 떨어지지 않는다.
그들을 제치고 앞서서 가자니 미안하고 경위를 알고 싶었다.

서울 한국통신 ”소나무 산악회” 회원들이 연중 2 ~ 3회 장애인 시설에서 장애인 5명을 뽑아 뜻 있는 산행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단다.

지남 밤 버스로 서울에서 출발하여 비로사 입구에 03:00시 도착, 밤잠을 설치고 지금 힘든 산행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비로봉 - 연화봉 - 희방사로 내려오는 8시간의 산행 계획,
이 아름다운 모습 앞에 고개를 숙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자신이 부끄러웠고 내려오는 길 어차피 다시 한번 만나면 작은 성의로 의사 표시라도....

가볍지는 않은 발길을 돌려 평소와 다름없이 비로봉 정상에 오르니 이제 막 아침해가 떠오른다.

06:00시 정각이다.

맑은 날씨, 가을 색을 느끼게 하는 찬바람,
가벼운 휴식을 취하는 동안 경기도 성남시에서 왔다는 젊은 산우(山友)와 얘기를 나누다가 사진 한 장을 부탁하여 오랜만에 포즈를 취했다.

사진을 보내는데, e-메일 주소를 묻는다.
다행히 가르쳐 주었지만 보편화 된 인터넷문화에 조금은 놀랐으며 편지 뿐만 아니라 사진도 전송을 해 주는 세상이라 앞으로 변화의 속도가 숨이 차게 지나가는데 과연 그들을 따라 갈 수 있을지?

갓 떠올랐던 태양도 서서히 퍼져가고 눈이 부시기는 하지만 웃으며 다가오시는 것 같다

이러한 기쁨으로 친구라 부르고 싶은 비로봉 소백산, 어찌 다시 찾지 않으리, 돌아오는 길은 약간 허전하다.

멀지 않은 곳에 내려가는 다른 길이 있다면,
지금은 등산로가 폐쇄된 비로폭포 길이라도 개방되었으면 좋으련만,
발길을 재촉하여 내려오다 다시 장애인과 함께 하는 산행인을 만났다.

인사를 나누고 많지 않은 비상금을 털었어도 마음이 편치를 않다.
성경에서 읽은 “용서”에 대한 말씀이 떠오른다.

5백 번을 용서해 주어도 부족하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죄를 짓고 살아가는 범인들에게 잘못을 용서받는 길은 바로 이 현장의 봉사자일 것이라는 생각이 스쳐간다.

선행으로 용서받을 수 있는 길!
행동으로 용서받을 수 있는 사랑, 사랑만이 구원(救援)을 얻을 것이라는 뜻이다.

정말 조용히 다녀오려고 했던 지혜로운 산행(3)
오늘의 아름다운 모습을 왜! 나에게 보여주셨을까?
소백산이 나를 부르는 이유를 깨우치며 축복의 선물을 고이 간직하련다.

장동섭(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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