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관심과 진실한 사랑이 가장 큰 선물이죠"
날씨는 춥지만 바깥나들이 가는 게 가장 행복
영주시 조와동에 위치한 소망의 집에는 37명의 노인들이 서로 의지하며 한가족처럼 살고 있습니다.
지난해 시립양로원인 만수촌이 개소되면서 사회복지법인 이레마을이 소망의 집과 함께 운영중인 이곳에는 집도 몇 채 없는 한적한 시골동네로 몸이 많이 불편한 노인들이 모여 사는 소망의 집은 "작은집", 대체적으로 건강한 분들이 계시는 만수촌은 "큰집"이라 불린답니다.
지난번처럼 유치원생들이 공연을 오면 주로 몸이 건강한 만수촌 사람들이 소망의 집에 마실을 오고 이렇게 만나 사귄 노인들끼리 마음이라도 통하면 작은집에서도 가끔씩 불편한 몸을 이끌고 큰집을 다녀온답니다.
요즘처럼 날씨가 추워지면 대부분 TV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소일 없이 하루를 보내는 이들 노인들은 바깥세상을 구경하는 날이 제일로 행복하답니다.
▶삶을 다시 시작하는 노인들
"병을 방치하면서 건강을 크게 해쳤던 사람들도 이곳에 와서는 모두 건강해졌어요"
사회복지법인 이레마을이 운영 중인 '소망의 집'(원장 김신선 42 영주시 조와동)에는 65세 이상 기초생활보호 대상자인 불우노인 37명이 한식구처럼 살고 있다.
이들이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모두 노령인데다 병까지 겹쳐 거동이 불편했지만 웃마을(?)인 만수촌(시립양로원)에 마실을 다니거나 바람을 쐬러 바깥 출입을 할 정도로 이제는 모두 건강하다.
지난해 8월 상주에서 온 김기동(66), 김춘이(63)부부는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남편 김씨는 실명위기에다 청각까지 소실되고 부인 김씨는 뇌경변으로 정신지체 2급으로 건강상태가 말이 아니었다는 게 김 원장의 설명.
수용된 노인들 중 유일하게 부부인 이들은 이곳에 오면서 다시 건강을 되찾은 대표적인 사례.
"처음에 이들 부부를 봤을 때 건강이라는 것은 아예 생각할 수조차 없었죠. 몸을 방치하면서 병을 키우고 있더라구요. 이곳에 오면서 무료수술을 받고 건강을 다시 회복해 지금은 정상인처럼 생활하면서 고향인 상주로 돌아가겠다고 자주 말하곤 합니다."
지난해 10월 이곳에 온 김정숙 할머니(가명.83)도 노환으로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다 무릎 연골이 굳어 버려 걷지 못하다가 이곳에 온 뒤로부터 다시 걷기 시작했다.
김 할머니는 팔십 고령인데도 다시 인생을 시작하는 기분으로 또래 할머니들과 말벗을 하며 하루 하루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곳에서 지내는 노인들이 대부분 이처럼 건강한 것은 아니다.
이곳에 처음왔을 때보다는 훨씬 나아지기는 했지만 한두명은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지내거나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한다.
김 원장은 "이곳에 오기 전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던 노인들이 서로 의지하며 사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울 때가 있다"며 "이들이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야외나들이를 보냈으면 해요"
상망동 봉산교회 신도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소망의 집이 운영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4월. 처음 6개월 동안은 국고 보조도 없이 자체 예산으로 운영했다.
3억여원의 예산으로 건물만 반듯하게 지었지 책상, 의자, 컴퓨터 등 사무용집기는 물론 침대, 식탁, 쇼파 등을 중고물품으로 모두 기증받았다.
이곳 노인들이 사용하는 옷장 중 일부는 전에 살던 집에서 가져온 것이고 방마다 있는 TV도 후원받거나 그대로 사용하던 것을 가지고 입소한 것이다.
세탁기도 10KG 가정용 단 한 대 뿐이어서 이불빨래는 차치하고서라도 37명의 빨래를 해내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시설로 볼 땐 웃마을 시립양로원인 만수촌과는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인 셈이다.
하지만 김 원장은 "낡고 볼품없어도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며 "물질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위안이 이곳 노인들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때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후원자들의 도움을 얻어 소망의 집 앞 공한지에 표고버섯을 재배하기도 했지만 올해부터는 너무 힘이 들어 그만뒀다.
생활보조원 7명과 간호사 1명 등 모두 12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소망의 집에서 살림을 맡고 있는 김태윤씨(총무 36)는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 줘야 하는데 살림이 넉넉치 못하다"며 "한 달에 한 번만이라도 가까운 야외로 나들이 갈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불우노인(?)=보통노인(?)
"요즘 이곳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빵이나 우유 과일 등 갖가지 물품을 가지고 오시지만 사실 운영하는데 의식주는 해결이 자체적으로 다 되죠"
김 원장은 요양시설을 과거 어려운 시절의 양로원쯤으로 생각하고 헌옷이나 이불 등 각종 물품을 기증하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있다며 서로를 의지하며 외롭게 쓸쓸하게 지내는 이들 노인들에게는 이같은 물품보다는 작은 관심과 진실한 사랑이 더 큰 선물이란다.
실례로 최근 현대 유치원생들의 음악회가 웃마을 만수촌 노인 35명이 함께 초대된 가운데 이곳 소망의 집에서 열려 노인들이 하루를 매우 뜻깊게 보내기도 했다.
김 원장은 처음에는 모두가 건강이 안 좋거나 가난하게 살다 이곳에 왔지만 전 직원들이 불우노인이라는 단어는 지우고 그냥 평범한 보통노인으로 대우해주고 있다며 지역민들의 작은 관심과 적극적인 후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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