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로 접어들면서 결혼식 청첩장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오늘 우체부가 다녀간 후 우체통에는 청첩장이 세 장이나 들어와 있다.

인생에 있어서 한 번뿐인 소중한 결혼식이니 만큼, 많은 하객을 불러모아 많은 축의금도 받고 성대하게 결혼식을 치르고 싶은 게 당사자의 당연한 마음일 것이다.

매주 토·일요일이나 공휴일엔 온종일 이곳 저곳 결혼식장을 쫓아 다니느라 쉴 시간이 없다. 또한 대구로 서울로 아침 일찍부터 관광버스를 타고 결혼식에 가야하는 경우도 비일비재다.

축의금도 보통 1회 3만원씩 부조를 한다고 해도 한 주에 10만원은 되어야 한다. 친척이나 사가 등 한 건에 10만원 이상을 해야할 경우도 가끔 있으니, 봉급생활자나 우리네 서민들은 정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빚을 내어서라도 부조를 해야 할 판이다.

나를 알만해서 청첩장을 보냈는데 모른척하면 마음에 걸릴 뿐 아니라, 부조 못한 죄로 인하여 다음에 그 사람을 만날 면목이 없게 된다.

한 시간도 안 걸리는 예식장 사용료 200만원, 드레스 사용료 50∼100만원, 기념사진대 50만원 등 많은 돈이 예식장으로 들어간다.

또 식당에서는 양념소고기(수입) 1kg에 2만원씩(2∼3인분) 외에도
문어, 가오리, 떡, 인삼, 과일 등을 실컷 먹도록 차려놓으니 젓가락만 대고 남는 게 아마 1/3은 되리라. 음식물쓰레기가 한 해 8조원이란 통계가 실감난다.

한참 밀릴 때는 한 시간 타임으로 예식이 치러져 미처 식사도 다하기 전에 다음 차례 손님이 들어와 밀려나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예식장(1개실) 수용인원이 200명인데, 수백 명을 청첩해 놓았으니 가까운 친척이 아니면 식장입구에서 혼주 만나 인사(악수) 한 번하고 부조금 접수시키고 식당에 가 식사하고 돌아오는 게 우리들 결혼식문화의 현주소이니, 정말 너무 과소비이고 낭비적이다.

우리 고향 이웃마을에 사는 선배 한 분은 농촌에선 그래도 형편이 괜찮은 분이었는데, 딸 셋 결혼시킨 후 살림살이가 거덜나고 병(신경)까지 얻어 일찍 돌아가셨다. 신부 어머니가 빚을 내어 과분한 혼수를 해 주었던 게 그 빚이 화근이 되어 농토까지 다 팔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 영주에도 향교나 소수서원 같은 곳에서 전통혼례식장 준비(복장 등)를 해놓고 이를 홍보하여 무료(실비)로 집례를 해준다면, 전통과 옛것을 찾는 어른들이나 신세대들의 호응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게 되면 가족과 가까운 친지들만 모여 내실 있고 알찬 결혼식이 되고 비용도 절감하고 옛것도 찾고 일거양득이다.

어쨌든 너무 부풀어진 결혼식문화를 분수에 맞는 결혼식문화로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서민들의 큰 부담을 주고 빚으로 이어지는 악습이 계속되어선 안된다. 결혼식문화 개선을 위해서는 지도층부터 솔선 수범하는 모범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며, 우리 모두가 동참하고 따라가야만 할 중요과제이다.

<장동섭.전 영주시청 공무원 designtimesp=3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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