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임오년이 시작된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올해는 월드컵과 같은 세계적인 행사도 있지만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 등 실로 선거의 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우리 선거관리위원회직원들은 마음부터 바쁘다.

6월 13일에는 지방선거가, 7월과 8월에는 교육감선거와 교육위원선거가, 12월 19일에는 대통령선거가 실시된다. 지방선거는 우리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선거이며, 교육감과 교육위원선거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후세들의 교육을 담당할 지도자를 뽑는 중요한 선거이다.

또, 대통령선거는 각계각층의 대립과 반목을 추스르고 국론을 하나로 통합하여 우리나라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전기로 삼아야 할 중요한 선거이다. 뿐만 아니라 21세기에 처음으로 실시되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그동안 우리국민이 애써 가꾸고 다져온 공명선거의 기틀을 확고히 다지느냐 아니면 과거의 혼탁한 선거를 21세기까지 끌고 가느냐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선거이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들 한다. 우리나라에서의 이러한 선거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그야말로 타락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 때만 되면 유권자들은 고무신 한 켤레, 막걸리 한 사발, 때로는 돈 봉투를 기대하면서 살아온 것이 사실이며, 후보자들 또한 금품·음식물을 이용하여 표를 얻으려고 하고 비방과 흑색선전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등 부끄러운 모습 그 자체였다.

그동안 선거를 치러오면서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우리의 선거문화가 점진적으로 개선되어온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선진선거문화 정착에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 실시될 대통령선거는 정권획득을 위한 선거로 정권을 잡기 위하여 사활을 건 대결을 하게 될 것이고 이러한 선거분위기는 각계각층에 영향을 미쳐 선거를 조기에 과열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지방선거는 대통령선거를 불과 몇 개월 앞두고 실시되므로 지방선거를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으로 인식하여 정치권이 역량을 총동원할 때 비교적 정치바람을 적게 받아야 할 지방선거가 정치성이 강한 선거로 변질될 우려도 있다.

우리나라 정당은 모두 이념적 특성이 분명치 않고, 정견·정책에 차별성이 없어 정책과 비전으로 경쟁하는 포지티브 전략보다는 지역감정, 금품, 음식물, 흑색·비방을 이용하는 네거티브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으며 사조직을 이용하거나 공직자의 선거 개입, 각종단체의 선거참여 증대로 위법선거운동 발생 개연성이 그 어느 선거 때보다도 더 높은 실정이다.

우리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제16대 국회위원선거 후 유권자를 대상으로 "공명선거가 정착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라고 의식을 조사해 본 결과 정당·후보자의 선거법 미 준수가 44.5%, 유권자의 선거의식부족 37.5%, 언론의 불공정보도 7.0%, 사직당국의 소극적인 단속 5.3% 순으로 나타났다.

공명선거가 되기 위해서는 선거관리기관의 공정한 관리 하에 후보자는 법을 지키는 가운데 정정당당하게 정견과 정책으로 경쟁을 하고, 유권자는 정당·후보자의 불법선거운동에 현혹되지 않고 올바른 양식과 판단으로 후보자를 선택할 때가능할 것이다.

이와 같이 공명선거는 선거관리위원회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으며 선거당사자인 정당·후보자 그리고 유권자는 물론 언론기관, 종교·시민단체 등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때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당선과 정권획득을 지상목표로 삼고 있는 정치인들에게 당선에 유리한 효과가 있다고 믿고 있는 불법선거운동을 스스로 포기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공명선거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제 유권자가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생활주변에서 선거법위반행위를 발견하면 그냥 지나치거나 방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제지하거나 신고를 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금품·음식물을 제공하거나 지역감정 등에 호소하여 표를 얻으려는 후보자는 똑똑히 보아 두었다가 반드시 투표하여 낙선시켜야 한다.

영주시는 선비의 고장이다. 선비는 이조 5백년간 이어져온 양반들의 이상적인 지식인상이었으며 이들은 비록 세속에 어둡고 공리공론을 일삼았지만 때로는 대의를 위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용기를 발휘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선비정신을 오늘에 되살려 불법행위를 보거나 접하게 되면 방관하거나 그냥 지나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신고할 때에 공명선거가 이룩될 수 있고 나아가 21세기에 걸맞은 선거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영주시민들의 선비정신의 발현을 기대해 본다.

안효수
<영주시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 designtimesp=31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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