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이렇지, 크든작든 부끄러움이 없어야지"

"우리 지역의 역사적 사건을 지역의 극단에 의해 무대에 올려졌다는 것에도 의미가 있고 1시간 30분이라는 다소 긴 공연시간임에도 우리나라 전통무술인 택견과 검무, 풍물놀이, 초군소리 ’칭야 칭칭나네이’, 지전무, 태평무, 살풀이춤, 진혼시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서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조금만 더 다듬는다면 안동 하회탈놀이처럼 상설 공연장을 갖추고 영주를 대표하는 민속놀이로 육성해도 좋을 듯합니다."

이는 공연을 관람한 서림사대표 민병철씨(48)의 말이다.
1457년 순흥 정축지변을 소재로한 우리 지역의 역사극 "피끝"이 지난 19일과 20일 양일간 영주시민회관 강당에서 공연됐다. 이번에 공연된 "피끝"은 문화관광부 무대공연지원 선정작으로 소백극예술단 대표인 조재현(44)씨가 극본을 쓰고 연출을 맡았다.

피끝의 줄거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순흥읍내에서 십리 떨어진 피끝마을 동수나무터에서 굿판이 벌어진다.

굿은 순흥면 춘보씨의 논 한가운데 있는 동수나무를 불태운 춘보씨 아들 동희라는 대학생이 부정한 짓을 하여서 이제 순흥은 또 다시 그 옛날처럼 사람이 죽어 나가고 마을이 피로 물들게 되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며 노인들은 그 옛날 정축지변 때 죽은 원혼을 불러 사죄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부정물림 굿이다.

동희와 그의 여자 친구 금련은 반대를 해 보지만 무당은 헌무로서 정축지변 때 죽은 혼을 부른다. 이윽고 죽은 순흥민들이 이끌리듯 나타나고 동희와 금련은 처참한 그들의 모습에 도망치려 한다.

그러나 순흥 역사 속의 혼들은 동희와 금련이 자기들을 이렇게 만들었노라고 원망하고 동희는 그 때 사건은 왕족인 금성대군과 부사 이보흠 때문이라고 발뺌한다.

급기야 극은 정축지변의 그날로 돌아간다.
대궐 편전에서는 정인지가 단종에게 수양숙부께 왕위를 물려줄 것을 강압적으로 청한다.

그날 저녁 정인지는 테러를 당하고 이것을 두고 수양 측근인 신숙주, 한명회 등이 불안해한다. 단종은 마침내 수양대군에서 선위한다. 대궐에서는 세조의 즉위식이 거행되고 축하 잔치를 연다. 단종은 청량포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금성대군은 이 곳 흥주(순흥)으로 귀향을 오게 된다.

한편 순흥부사 이보흠을 사모하는 몸종 아지와 순흥민 이동은 서로 사모하게 된다. 하지만 아지와 이동은 신분상의 문제로 갈등을 빚는다. 순흥으로 귀향 온 금성대군과 흥주 부사 이보흠은 단종을 복위시키고자 흥주에 큰 줄당기기가 있는 날 각 고을에 격문을 돌리고 거사할 것을 계획한다. 초암계곡에서는 거사를 위해 많은 무리들이 택견, 검무 등의 무술 연습이 한창이다.

그런데 거사 전날 밤 이동과 아지는 신분 상승을 꿈꾸고 격문을 훔쳐 한양으로 향한다. 격문을 잃어버린 금성과 이보흠은 기천현감 김효급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이미 역모가 알려지고 세조는 마침내 관민과 부민 가릴 것 없이 흥주민 모두를 죽이라고 명하고 흥주부는 폐부시킨다.

무대는 아수라장이 되고 금성과 이보흠 그리고 부민들은 죽음으로 항쟁한다. 죽은 자들은 형제간의 싸움도 왕위의 찬탈도 없는 그러한 곳에서 다시 태어나자고 하며 넋이 되어 이승을 떠난다.
무대는 다시 오늘로 돌아와 동희와 금련은 순흥 마을민들에게 사죄하고 다시 나무를 심으면서 이 극은 막을 내린다.

우리 영주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지역역사의 한 도막인 단종복위사건을 다룬 '피끝'공연은 지난달 13일 영주문화연구회가 주관해 순흥면 봉도각에서 열린 '아! 순흥' 행사를 통해 일부 선보여 호응을 얻었으며 시는 이를 지역 대표적 연극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번 피끝 공연에는 공연 중간중간에 검무, 택견, 사물놀이, 지전무, 태평무, 살풀이춤, 진혼시 등 해당분야 전문가들을 출연시켜 관객들이 공연에 몰입하게 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는 평이다.

연출을 맡은 조씨는 "544년 만에 그들의 한을 생각하며 진정 이 땅의 역사는 진실이 있는지, 역사의 진실 앞에 부끄럼이 없는 세월을 만들고 있는지를 물어보고자 이번 작품을 올리게 됐다"며 "지역 이야기를 극화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여년 동안 지역극단에서 활동하면서 그동안 양반전, 마당놀이 할매전, 동승, 새야 새야 파랑새야 등 20여편의 연출을 맡았으며 경북도 고향말씨 자랑대회 최우수상을 두 번에 걸쳐 받은 '그게 가지시더'외 5편의 사투리 대본을 집필했다.

그는 또 내년에도 부석사 창건 설화로 전해 내려오는 "의상과 선묘"를 극화해 선보인다는 계획으로 현재 대본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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