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할머니 43년의 소원, 경찰 도움으로 풀어

"어쩔 수 없이 3살 난 아들을 시집에 맡기고 집을 떠나 43년을 혼자 살아 왔지만 죽기 전에 아들의 얼굴이라도 보는 것이 소원입니다"

강원도 화천에서 군인과 만나 동거생활을 하면서 낳은 아들이 보고싶어 지난달 23일 영주경찰서 '헤어진 가족신고센터'에 도움을 요청한 칠순의 정영순 할머니(69.가명.영주시 영주동).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정 할머니의 인생 역정은 6.25전쟁이 끝나고 어수선한 사회분위기가 이어지던 1955년 시작됐다. 당연히 총각 군인일 것으로 알고 동거를 했지만 아들 이충일(현재 46세. 가명. 제주도)이 3살 무렵 제대를 하면서 함께 찾아간 남편의 고향집 경기도 여주시에는 버젓이 부인과 자식이 살고 있었던 것.

유부남인 것을 확인한 정 할머니는 아들을 남편의 집에 남겨두고 홀로 떠나 반평생을 홀몸으로 막노동과 노점상 등 궂은 일로 전전하면서 올해 칠순을 맞이했다.

정 할머니는 "아들과 생이별한 뒤 곧 소식이 끊어져 아들이 보고싶을 때마다 여러 방면을 통해 찾아다녀 봤지만 이사를 많이 다녀 허사였다"고 했다.

할머니의 애끓는 사연을 들은 영주경찰서 강휘원 민원실장은 경찰전산망을 통해 가능성이 높은 12명의 신원을 확보하고, 사실조회와 설문서를 발송한 결과 제주도에 살고 있는 충일씨로부터 친모가 맞다는 연락을 받게 됐다.

한편 지난 3일 영주에서 어머니와 눈물의 상봉을 한 충일씨는 경찰에 "자신은 이미 가족을 두고 있고, 생모의 과거를 알리고 싶지 않다"며 공개된 장소가 아닌 곳에서 초청자 없이 만나게 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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