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높이를 낮추고 배려하면 모두가 행복해진다

공통의 관심사가 있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각자의 영역에서의 일상과 가족, 이웃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영주의 이야기이다. 이에 본지는 어둡던 것이 밝아진다는 뜻의 ‘소소(昭蘇)하다’와 포함하거나 반영하다 등을 뜻하는 ‘담다’를 포함해 만든 ‘소소담’을 통해 세대별, 분야별로 영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장애인 인식 달라지고 있지만 환경도 뒷받침 돼야
공공장소 화장실 불편, 가흥신도시 이동불편 많아

영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을 이용하는 장애인과 직원들이 베리어프리 활동가로 나서 지역의 장애인식 개선과 편의시설 증진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베리어프리(barrier장벽+free제거하다)는 모든 사람들의 사회참여를 어렵게 하는 다양한 영역에서의 장벽제거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베리어프리 운동 자체가 장애인과 비장애인, 노인과 아동, 여성과 남성을 구분하지 않고 우리사회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성격을 띤다.

우리지역의 베리어프리 활동가들이 장애인 사회활동의 어려움 및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대해 고민하며 직접 지역의 관광명소, 편의시설 등을 방문해 현장조사에 나섰다.

이에 지난달 30일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베리어프리 활동가인 최옥경 씨와 활동가이자 평생교육지원팀 주재창 팀장대리, 베리어프리 담당자인 운영지원팀 손선미 팀장을 만나 지역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현장조사를 통한 개선사항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지역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운영지원팀 손선미 팀장
운영지원팀 손선미 팀장

손선미: 영주지역이 선비의 고장이자 예를 중시하는 도시로 아무래도 장애에 대한 이해가 조금은 부족한 것 같다.

교육을 갔을 때 지도교수가 전국에 있는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영주지역이 낮게 나왔다고 했다.

경북 북부지방의 특색이란다. 장애인들을 만날 기회가 적고 장애인의 문화를 이해하고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기 때문에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타 지역에 비해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평생교육지원팀 주재창 팀장대리
평생교육지원팀 주재창 팀장대리

주재창: 1999년에 사고로 장애를 입은 지 20여년이 넘었다.

지역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은 처음보다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휠체어를 타고 밖에 나와 지나가면 아이들부터 부모들까지 시선을 뒤로해서 보거나 “어! 휠체어다”, “엄마! 저 아저씨 이상한 것 탔어”, “엄마! 저게 뭐야” 등의 말을 했다.

복지관에서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교육하고 어린이집부터 중고등학교까지 가서 장애인 이해교육을 한다.

이런 교육이 당시에는 “얼마나 효과가 있겠어”라고 하지만 조금의 교육으로도 많은 인식의 변화를 줬다고 생각한다. 엘리베이터를 탈 경우에도 이제는 신기하게 보지도 않고 “학교에서 선생님이 교육하는 거 봤어”라고도 하고 지나가면서 휠체어를 탔다고 뒤돌아보거나 하는 사람도 없어 예전보다는 시민들이 많이 변했음을 몸소 느낀다. 차를 마시러 가거나 해도 이상하게 보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런 교육이 계속 이어지면 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하면 좀 더 자연스러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베리어프리 활동가 최옥경 씨
베리어프리 활동가 최옥경 씨

최옥경: 비장애인의 입장으로도, 장애인의 입장으로 생활하고 있어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돕듯이 나도 도움을 받을 때도 있는데 지금은 스스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걷는 것이 불편하다보니 남의 시선을 의식했었는데 옛날보다 많이 좋아졌고 부담감도 줄었다.

누가 걸음이 많이 이상하다고 하면 “나 조금 절어”라고 말한다. 예전에는 가족이 말해도 화를 냈었다. 지금은 받아들이고 불편함을 말한다.

서로 장애인이나 비장애인들이 함께 체험하고 자주 만나야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줄어들 것이다. 더 많이 불편한 장애인과 함께 식당을 가도 휠체어가 들어가면 주인이 문을 열어줘 고맙다. 사회도 점점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장애인, 비장애인이 이젠 없다. 고령화시대에 내 가족이 장애인이 될 수가 있다. 서로 보는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직접 살펴본 관광지, 기관, 시설 등은 어떠한지

손선미: 지금 12곳 중에서 10곳에 대해 활동한 상태로 소수서원, 부석사, 용마루공원, 선비도서관, 문화체험공간으로 롯데시네마 영주점, 문화예술회관 까치홀, 인삼박물관, 그리고 365시장, 문화의 거리, 희방사역까지 영주지역에 소소한 볼거리가 있는 곳을 다녔다.

처음에 간 곳이 소수서원이고 부석사를 갔는데 대표적인 관광지이며 전국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인데 부석사나 소수서원은 전통적인 관광지이다 보니 편의시설을 설치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건물에 경사로 설치, 폭이나 대문을 넓힐 수 없는 상황으로 제한적인 환경에서도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로 휠체어를 대여해주거나 화장실이 설치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소수서원의 경우에는 장애인 남녀화장실이 구분이 안 돼 아쉬웠다.

주재창: 현장방문에서 기존에 갔던 곳을 가기도 했지만 처음 가본 곳이 인삼박물관이었다. 지역에서 인삼하면 식상하다 할 정도로 많이 알고 있지만 인삼박물관은 의외로 괜찮다 생각했다. 왜 이런 곳이 홍보가 안 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니메이션이나 실제모형, 역사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해놓아 좋다고 생각했다. 위치도 소백산 밑에 있어 경관도 좋았는데 이에 대한 홍보에 아쉬움이 있었다. 또한 휠체어를 빌렸는데 중요한 것은 자율적인 것이 아닌 누군가가 밀어줘야만 이동이 가능한 것이었다. 장애인은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하는 부분이 아쉬웠다.

또한 사찰의 경우 장애인들은 위치상 가기가 어렵다. 그러나 부석사의 경우는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포장도 해놓고 무량수전까지 갈 수 있도록 한 것이 좋았다. 하지만 길을 보수도 겸해서 하면 좋을 듯하다. 길이 갈라진 곳이 많았다. 그럼에도 만족스러웠다.

최옥경: 용마루공원을 갔었는데 경치도 좋았는데 내려가는 진입로가 너무 정비가 안 된 상태였다. 정글처럼 풀이 무성했다. 휠체어가 가도록 해놓았으나 전혀 정리가 안됐다.

주재창: 용마루공원 진입로는 (휠체어를 타고 내려가려면)목숨을 걸고 내려가야 한다.

최옥경: 내려가서는 다니기도 괜찮고 좋았다. 진입로 부분의 그런 점은 조금 더 신경써주면 좋겠다. 안에 가서는 풀 같은 것이 있어도 좋았는데 처음 주차장에서 다리까지 내려가는 그 구간이 정비가 안 돼 아쉬웠다.

손선미: 용마루공원 데크길은 너무 잘돼 있었는데 계단 옆 경사로가 완전 위험했다.

최옥경: 너무 경사가 많이 지고 정비가 안 된 상태였다.

주재창: 이런 것이 있다. 이런 것을 만들어놨다 정도로.

영주에서 가장 먼저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주재창: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당사자다 보니 이동권이 제일 중요하다. 새로 생긴 도로는 인도가 조성이 조금은 돼 있지만 365시장하고 시내 등등을 가보면 혼자서 다니는 것은 불가능할 정도로 위험하고 너무 불편하다. 그래서 이동권에 대해서는 미흡하다고 본다.

손선미: 보도마다 턱 낮춤이 돼 있기는 한데 단차가 다 있었다. 장애인들을 위해서는 보행권을 위해 조금 더 턱 낮춤을 신경을 써서 해줬으면 한다.

최옥경: 지금은 턱 낮춤을 하고 있는데도 많이 미흡하고 가흥신도시를 새로 조성해도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길이 없다. 시내 쪽은 옛날길이라도 가흥신도시는 새롭게 조성했는데도 여기보다 더 다닐 곳이 없었다. 경사나 인도 폭 등 이런 것이 너무 미비했다. 신도시인데 아쉬웠다.

주재창: 인도에는 상가에서 설치한 홍보안내판 등이 너무 많이 나와 있어 오히려 인도가 좁아져 있다. 365시장이나 시내 상가 앞에 물건을 내놓고 홍보를 하니 보행을 할 수 없을 정도이다. 가게는 출입이 안 된다. 들어갈 수가 없다.

휠체어 장애인들의 경우도 직접 들어가서 옷을 구입하고 싶다. 내가 원하는 옷을 입어보고 사고 싶어도 들어갈 수가 없으니 아는 사람에게 사이즈를 알려주고 사다달라고 말한다. 내가 신어보고 입어보고 상품을 사보고 싶지만 어렵다.

이 때문에 휠체어가 다니기 용이한 휴게소 등을 이용한다. 영주에 있는 대형매장인 홈플러스도 에스컬레이터가 바로 경사이기 때문에 위험하다. 굳이 이용하자면 직접 직원들에게 부탁해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한다. 가까운 안동 이마트의 경우는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이동할 수 있다.

최옥경: 상가고 식당이고 원하는 곳을 가는 것이다. 작은 식당은 안 되더라도 큰 식당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급하면 시장을 가면 깨끗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편리하게 만들었으면 한다.

손선미: 관리가 많이 안됐다. 365시장의 경우에 관리가 안 돼 비위생적이고 문도 닫히지 않았다.

최옥경: 실질적인 것이 개선되길 바란다. 급할 때는 곤란하다.

손선미: 다른 활동가가 시내에 갔는데 화장실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영주에서 많은 장애인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기본적인 저상버스가 1대도 없다.

시에서는 ‘장애인 복지콜’이나 ‘하나콜’ 등을 통해 장애인들이 교통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가기는 하지만 저상버스는 장애인 외에도 노약자들이 편리하고 유모차도 쉽게 싣는다.

장애인들도 몇 시에 와달라거나 예약도 어려워 상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이 잘돼 있으면 좋겠다. 영주가 보행권이 많이 보장돼 있는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대중교통에 신경써줬으면 한다.

주재창: 택시를 타기에도 불편하고 눈치가 보인다. 택시운전자도 데려갈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묻기도 할 때가 있다.

손선미: 경북에서 저상버스가 없는 곳이 영주와 상주라고 교육을 받을 때 들었다.

앞으로 살아갈 영주에 바라는 것

주재창: 영주가 농어촌도시이고 중소도시인데 고령인구가 점점 많아져 초고령사회로 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인구가 줄어가는데 ‘아동친화도시’라고 한다. 노인과 아동이 다니는데 불편함이 없었으면 좋겠고 지자체에서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누리고 시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곳에 투자를 해주길 바란다.

손선미: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장애인 이해교육을 가거나 캠페인을 가면 “영주에 장애인이 몇 명이나 된다고 도로를 뜯어 고치겠어”, “이 건물에 장애인이 1년에 몇 명이나 온다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냐”라며 물어보는 시민들이 있었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그런 환경이 안 돼 있기 때문에 장애인들이 나오지 못하고 지역사회에 섞여서 더불어 살아가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자동문이 만들어진 것도 손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해서 만들어진 시스템인데 지금은 비장애인들이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경사로의 경우도 휠체어가 갈 수 있도록 했으나 아이를 태운 유모차, 장바구니를 끄는 어르신들이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장애인 편의시설이나 장애인을 위한 환경이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비장애인이 같이 사용하며 더 편리할 수 있다. 지역주민들의 인식도 그런 방향으로 바뀌길 바란다.

최옥경: 시설이 좋게 바뀌었으면 하는 것은 당연하고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과 말이 상처를 받을 수 있다. 편견 없이 서로 대해주는 것이 제일 바람이다.

김은아/윤애옥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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