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세상] ‘사랑의 보청기’ 기증한 영주독일보청기 김성문 대표

“언젠가 민원실에서 노인과 공무원이 큰소리로 싸우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본 적이 있죠. 사실 싸우는 것이 아니라 청력이 안좋은 노인 때문에 공무원이 목소리를 높여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는데도 꼭 싸우는 것 같았죠. 그런데 이마저도 대화가 안돼 공무원이 글을 써서 보여 주니 노인이 글마저 모르더라구요. 이렇게 답답한 경우가 어디 있겠습니까”

이는 지난달 30일 신호등 오거리에 위치한 영남의료기(영주독일보청기) 김성문 대표(43)가 영주시청을 방문해 보청기를 전달한 계기를 이같이 설명했다.

김 대표가 이번에 기증한 보청기는 시가 630만원 상당(대당 30만원)으로 BOX형 보청기 총 21개이다. 시는 전달받은 보청기를 관내 19개 읍면동 민원실과 본청 민원실, 보건소 등에 각각 하나씩 비치해 내방한 민원인 중 청각장애로 대화에 불편을 겪고 있는 민원인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 2003년 개정된 현행 ‘장애인편의증진법’에는 관공서마다 보청기를 비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재 이같은 규정을 제대로 지키는 지자체는 극히 드물다. 김 대표는 이같은 법규정을 자신의 노트에 스크랩한 뒤 시청 사회복지과를 찾아가 보청기 기증 취지를 설명했다고 했다. 이번 보청기 기증으로 우리 시의 장애인 복지가 한발 더 앞서 나가게 됐다.

학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난청인구가 대략 전체 국민의 약 8~10% 가량이라고 한다. 우리지역에서도 10월말 현재 청각 장애인 622명을 포함해 난청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들이 수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대부분 참거나 무시한 채 살아가고 있다.

“법에 규정돼 있기 때문에 시가 예산을 들여 구입하든 누가 기증을 하든 언젠가는 할 일이지만 지역에서 보청기 판매업을 하면서 내가 먼저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동안 수익을 많이 냈는데 그에 대한 보답이랄까... 기증된 보청기가 한 명에게라도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지난 96년부터 10년째 보청기 판매업을 하고 있는 김 대표는 현재 600여명의 고객을 관리하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보청기 산업도 함께 발달돼 요즘은 주변환경의 소음에 지능적으로 제어하는 기능을 갖춘 초소형 디지털 보청기까지 나오다 보니 그에게 보청기를 구입한 대부분의 고객들이 정기적으로 관리를 받아오고 있다고 한다.

“보청기는 관리가 중요합니다. 민감한 전자장치여서 한번 구입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착용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조정을 계속해 줘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보다도 한번 맺은 인연이 더 소중하기 때문에 정성을 다해 고객을 대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업종 종사자들의 기본자격을 강제한다는 차원에서 한국청각협회가 실시하고 있는 ‘청능사’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가야대 교육 대학원 청각전문가 양성과정(1년)도 수료했다.

‘청능사’는 청각기초는 물론 진단 청각학, 재활 청각학, 소아 청각학 등 청각 분야의 전문지식을 습득한 후 일정점수를 얻어야 주어진다.

“우리도 눈이 나빠 안경을 쓴 사람은 이상하게 보지 않찮아요. 유럽은 젊은 사람들이 보청기를 튜닝해 악세사리처럼 하고 다녀도 누구도 눈여겨 보지 않는데 아직 우리나라는 중증환자로 취급하는 풍토가 아쉽습니다. 사회풍토도 문제지만 난청이면서 드러내지 못하고 그냥 지내면 점점 더 청력에 악화됩니다. 상태가 좋을 때 미리 검사를 받고 착용하면 청력도 유지하고 효과도 더 확실하게 볼 수 있는데 사회적인 편견 때문에 미루고 있어 답답하지만 이번 기회가 그러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김 대표는 이번 보청기 기증의 반응을 보고 내년에는 경찰서와 세무서 등 지역 관공서로 확대하고 봉화지역에도 보청기를 기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제약회사에서 6년 동안 영업사원으로 근무했다. 약품을 판매하는 사람은 일반인보다 사회공헌도가 커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두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헌혈을 했다고 한다. 이같은 김 대표의 헌혈은 2004년 50회를 넘기면서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주는 ‘적십자헌혈 유공 금장’을 수여받았다.

가족으로는 부모님과 우체국에 근무하는 부인 박순덕씨(40)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으며 현재 영주라이온스 회원, 백인회 회원, 가흥종합사회복지관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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