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세상] 회갑 여행경비, 이웃들에게 나눠준 김중원씨

우리 속담에 ‘아흔 아홉 가진 사람이 하나 가진 사람보고 백 개 채워 달라 한다’라는 말도 있다. 남을 돕는다는 것은 남보다 많이 가져서가 아니다. 영광중학교 정문에서 영암교 중간지점 길가 15평 남짓한 집에 김중원(61)씨가 살고 있다.

“15평이 채 못되죠. 반듯하게 방 두 칸 빼고 나니 거실 겸 주방이 시모네기(세모)가 된 거죠.” 마른 몸에 인견으로 만든 평상복을 입은 김씨가 자리를 권하며 말한다.

그는 지난 18일 회갑을 맞아 두 아들이 마련해준 여행경비 84만원으로 20kg 쌀 20포를 마련, 영주전화국에 근무하는 맏아들 병희씨와 함께 장애인 가구 등 16가구에 쌀을 전달해 지역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김씨의 선행은 올해 뿐 아니라 지난해에도 20kg쌀 20포를 구입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했다.

"이 분이 봉사하시는 것은 그것 뿐 아니고 가흥종합사회복지관과 대광교회에도 상당한 기금을 내놓으셨어요. 옆에서 봐도 봉사하는 것은 많이 가졌다고 하는 것이 절대 아니더라고요.” 이렇게 말하는 이는 복지사 이희숙씨다.

김씨의 85세 된 모친이 고관절로 장애인 5급 판정을 받아 거동이 불편해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하는 바우처 제도의 수급자가 돼 복지사 이씨가 주2회 하루 3시간씩 돌봐 드리고 있다.

“이 좋은 바우처 제도를 몰라서 신청을 안 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아주 고소득 가정만 아니면 몸이 불편한 노인 분들이 저희 같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제도인데 말이죠.” 라는 복지사 이씨는 김씨의 모친에게는 딸 같은 존재로 느껴졌다.

“제가 남들에게 도움을 주는 걸로만 비쳐지는데 사실은 참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모친이 받는 도움이 제가 받는 도움이나 마찬가지고요. 제가 대광교회에 도움을 받습니다. 일주일 한 번씩 목사님 사모님께서 반찬을 해 가지고 오십니다.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라며 환하게 웃는다.

영주1동 191-4번지에 주소를 둔 김 씨는 1992년부터 2005년까지 13년 10개월간 통장으로 마을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해왔다. 누구보다도 마음이 건강하고 밝고 긍정적인 사고로 생활해 왔지만 사실 김씨는 환자다.

“당뇨가 15년 됐어요. 옛날에는 성재와 철탄산을 자주 다녔는데 이제는 불안해서 못 가요. 집 가까이나 다니지. 그리고 제가 고엽제 환자예요. 4년 전에 오른쪽 발의 엄지 발가락을 자르고 2년 뒤 왼쪽 발의 약지발가락과 새끼발가락을 자르는 수술을 했어요."라며 양말을 벗어 보인다.

"군 복무를 1967년 5월16일에서 1970년 4월18일까지 (구)철원 GOP에서 했어요. 그때는 몰랐지만 고엽제 환자가 된 거죠."라고 말하는 김씨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한다.

"그래도 당뇨가 있으신데 수술이 잘 돼서 얼마나 다행이예요. 당뇨는 관리만 잘하면 괜찮으니까. 걱정 마시고 관리 잘하세요."라며 복지사 이희숙씨가 격려해 준다.

이렇게 몸이 불편한 김씨와 그의 모친은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다. 이런 그의 생활 속 아이디어가 묻어나는 휴지걸이가 있다. 이 재미있는 휴지걸이는 식탁의자 뒤에 철사를 두 줄로 늘어뜨린 후 신문지를 만 나무젓가락에 휴지를 끼워 사용하고 있었다.

김씨는 부인 이남숙씨를 2002년에 난 교통사고 휴유증으로 작년 6월 저 세상으로 보냈다며 "아직도 이 방에 앉아 있으면 저 방에서 TV를 보고 있는 것 같아요."라는 말에 아내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난다.

김씨의 15평 집에는 세 식구가 살고 있다. 김씨와 모친 그리고 그의 조카가 가족이다. 동생이 사망해 혼자 된 조카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김씨를 만나 얘기를 나누는 내내 ‘사랑은 이렇게 나누는 것이로구나’ 라는 생각에 잔잔한 감동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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