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세상] 방송대 세차례나 진학한 컴퓨터 박사 심순덕씨

걸걸한 목소리에 변함없는 커트스타일의 머리모양. 그녀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변한 것이 없어 보인다. 소백풍물 단원이었던 그녀는 북과 장고를 신바람 나게 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금 그녀는 소백풍물의 명예회원으로 단원들의 예우가 대단하다.

누구도 그녀보다 씩씩할 수는 없다. 얼마 전까지 택시 운전을 했으며 여자로서는 드물게 굴삭기 기사도 했다. 어디 그 뿐이랴. 남들은 한 번 다니기도 힘든 방송통신대를 3번째 다니고 있다. 그리고 현재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영주.봉화 학생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녀를 보고 있으면 여장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녀는 바로 심순덕씨(43)이다.

"방송대 여자회장이 처음이라고는 하는데 그게 뭐 중요합니까? 잘해야 하는데 의욕만 앞서는 게 아닌가 걱정이죠."

그녀는 2001년에 결성된 영주.봉화 방송대 풍물동아리 지도를 맡고 있다. "잘하지는 못합니다만 사물을 다 다룰 줄 아니까. 장고, 북 등 다 가르치지요. 방송대 풍물동아리는 결성되고 한동안 활동을 안 하다가 2006년부터 다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방송대 풍물 동아리는 지난달 20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대구.경북지역대학 청보리축제에 참가해 신명나게 한판 두드렸다. 또 그전에 있었던 대경출범식에 참가했다. 이제 풍물 하면 영주.봉화 학생회를 떠올린다고 한다. 왜 아니 그렇겠는가? 누가 지도하는 풍물 팀인데,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녀의 고향은 풍기다. 풍기에서 풍기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중학교 과정은 고등학교 입학자격 검정고시를 거쳐 방송통신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1991년에 당시 5년제였던 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했다. 법학과 졸업 후 2001년에는 컴퓨터 과학과에 입학했고 2005년에는 영어 영문학과에 입학해 현재까지 다니고 있다. 대학을 세차례나 진학한 것이다. 그녀는 배움에는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만큼 자아실현을 위한 배움의 의지는 누구보다 강하다.

그녀는 지금 홈마트 휴천점 앞에서 오다리(오징어 다리)를 팔고 있다.
"대략 오후6시~7시쯤 나왔다가 11시30분 정도에 문을 닫습니다. 장사요? 잘 안돼요. 하하."

그녀가 오다리 장사를 하게 된 것은 우연한 일이었다고- "친구 동생이 오다리 장사를 할 수 있는 비품 전체가 있다고 해서 저녁으로 하면 노는 것보다 낫겠다 싶어서 시작했어요. 작년 9월부터 했으니까 그럭저럭 10달이 됐네요."

버터에 오다리를 굽는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기는 그녀의 포장마차 옆 간이의자에는 소설책 두 권과 영어교재가 놓여있다.

순덕씨는 요즘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쁘단다. "낮에는 컴퓨터 개인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방문지도예요. 물론 제가 컴퓨터 관련과를 나오기도 했습니다만 컴퓨터를 비교적 일찍 접했습니다. 1986년도부터 컴퓨터를 했으니까요. 하지만 세월에 비하면 잘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겸손하게 말하는 그녀지만 홈페이지 제작을 비롯해 주위에서는 컴퓨터박사로 통한다.

그녀에게는 그녀를 닮아 씩씩하고 건강한 두 아들이 있다. "1992년에 결혼했어요. 지금 금계중학교 다니는 큰아들과 풍기초등학교에 다니는 작은아들이 있어요." 라고 말하는 순덕씨지만 아들 얘기에 얼굴이 다 환하다. 그녀의 집은 순흥 태장이다. 4살 위인 남편 안준덕씨는 순흥에서 과수 농사와 인삼재배를 하고 있다.

오늘 저녁에도 비가 오지 않는다면 순덕씨는 홈마트 앞 오다리 포장마차에서 고소한 오다리를 팔 것이다. 그리고 손님이 없을 때면 언제나처럼 구부려서 책을 읽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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