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그림그리는 교장 선생님, 영주여고 김종한 교장

'우리 교장선생님 멋있어요. 화가세요.' '기숙사에 오셔서 특강도 해주시구요. 인기 짱이예요.' 영주여고 본관 앞에 서 있던 학생들에게 교장선생님을 뵈러 왔다고 교장실을 물으니 안내를 해주며 묻지도 않는 말을 신이 나서 한다.

반갑게 맞아 주는 김종한 교장(58)의 책상 뒤 벽면에는 역대 교장들의 함자가 적혀져 있다. 김 교장은 24대 영주여고 교장이다. 김 교장의 책상에는 몇 개의 빼빼로 통이 겹쳐져 있다.

어느 여자 분이 차(茶)를 내오자 김 교장은 빼빼로를 가져다 준다. '최강 영주여고 우리 교장선생님!' '선생님 안 계셔서 두고 갑니다. 쌤은 멋진 사람이예요. 그 미소 잃지 마시길...' 이라는 글자가 빼빼로 과자봉투에 쓰여 있는게 아닌가?

"엊그제가 11월 11일이었잖아요. 빼빼로데이 라고- 애들이 갔다 줘서 심심할 때 먹고 있습니다." 여고생들에게 근엄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교장선생님은 아닌 모양이다.

김 교장은 영주를 대표하는 화가다. 영주미협의 초대회장을 지냈다. "90년도에 영주미협을 결성했죠. 당시 회원 대부분들이 교사였는데 10명이 좀 넘었어요."라며 허허 하고 웃으신다.

서양화가 김종한은 90년 영주시민회관에서 첫 개인전을 연 후 94년 서울 신세계 본점 갤러리, 98년 서울 롯데 백화점 본점 롯데 갤러리, 2003년 롯데 백화점 본점 롯데 갤러리, 2005년 대구 두산 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그리고 수많은 그룹전에 참여했다.

미술 평론가 신항섭씨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자리잡고 살아가는 인간 삶의 장소로서의 한적한 시골 풍경을 그려내고 있는 김종한의 그림에서는 현실에서 느낄 수 없는 아름다움이 실현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교직에 오래 있다 보니 어디서 전시회를 갖든 제자들이 알고 찾아옵니다. 이제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잘살고 있다며 아내의 손을 잡고 오기도 합니다. 그럴 때 참 좋습니다.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행복하고 교직에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김 교장의 화실은 평은면에 마련해 두고 있다. "평은면 소재지 초등학교 폐교에 작업장을 마련해놓고 있습니다. 저 뿐 아니라 그림 그리는 분들 10명과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교장 선생님이, 작년이죠. 2005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구상부문 심사위원을 맡으셨어요. 아 정말 그림 잘하시고 성품 좋으시고 그러니 뭐 영주의 자랑이시죠." 풍기에 살고 있는 화가 김바울라씨가 김 교장을 이야기한다.

등산과 여행이 취미라는 김 교장은 ‘2시간 40분이면 비로봉까지 갔다 온다’며 은근히 체력을 자랑하신다. 그리고 여행은 주로 화구를 갖고 다니는 스케치 여행이다.

가족으로는 물야 수식분교장인 부인 이윤정 여사와 한국교원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교직생활을 하고 있는 딸 윤경양, 그리고 한국외국어대 졸업반인 아들 현호군이 있다.

화가 김종한은 우리 지역뿐 아니라 우리나라 미술 애호가들에게 향토색 짙은 색감으로 아련하고 푸근함이 느껴지는 시골 들녘을 너무나 잘 표현하는 화가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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