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영주가 좋아 정착한 도예가 권오진씨

"전시회 끝내고 장가 갈 겁니다."
이산에서 도자기를 굽는 노총각이 장가를 간단다.
도예가 권오진씨(32)는 우리 지역의 자연과 사람을 사랑하는 충청도 총각이다.

"영주에 일가 친척 하나 없어요. 그냥 고등학교 때 우연히 한번 왔다가 이곳이 좋아서 대학도 도예과가 있는 인근 대학으로 왔습니다. 특히 무섬이 좋아요."

그는 딸 가진 부모라면 모두 사윗감으로 탐낼 외모를 가졌다. 잘생겼지만 날카롭거나 반질거리지 않는 넉넉함이 느껴지는 얼굴이다.

"주로 생활도자기를 굽습니다. 다구(茶具)와 화기(꽃병), 그릇들이죠. 주부들이 실생활에 쓸 수 있는 것들이죠. 그렇다고 예술성 있는 작품들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예요. '도우회(陶友會)' 전시회에 오세요. 전시회 보시면 알 거예요." 권오진씨는 2003년부터 문화원에서 도예지도 강사를 맡고 있다.

"회원은 문화원에서 모집하구요. 저는 도자기 만드는 것을 도와주는 거죠. 전부 아주머니들이예요. 남자회원은 하나도 없어요. 그게 좀 아쉽죠. 남자들도 좀 나와서 도자기도 만들고 같이 술도 마시고 이러면 좋은데-" 그는 술을 좋아한다. 그래서 매달 무섬에서 술 마시는 계를 한단다.

"보름계에요. 이름이.. 그냥 매달 보름날 모여서 두둥실 뜬 보름달 보면서 막걸리 마시는 계죠. 달 보고 우 우 울부짖지는 않아요. 정말 그곳의 달은 굉장히 커요"라며 '굉장히'를 강조한다. 권오진씨는 그를 매료시킨 무섬 가까운 동네 월호리에 땅을 구입해 가마와 집을 짓고 있다.

"땅을 약 700평 정도 샀어요. 이산에 가마는 가스가마거든요. 전통가마도 짓고 집도 지어서 색시랑 살려구요. 제가 달을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땅을 산 동네 이름이 월호리예요. 달 '월', 부를 '호', 달을 부르는 동네라는 거죠. 그리고 우리 색시도 무섬에서 만났잖아요."

그는 작년 무섬에 아는 형님을 찾아갔다가 그곳에서 여행 온 그의 평생 배필을 만난 것이다.

"형님댁에 갔는데 서울에 사는 형님 처제가 친구들이랑 놀러 왔다는 거에요. 아가씨 넷이 왔는데 그 사람이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2박3일 동안 소수서원, 부석사와 소백산 등산을 같이 다녔어요. 안내한다는 명분으로요. 그리고 서울까지 다 데려다 줬죠. 물론 우리 색시를 가장 마지막으로 내려줬죠." 그의 로맨스를 듣고 있자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젊은 도예가 권오진씨는 오는 29일 고향 충주에서 그가 좋아하는 무섬에서 만난 영선씨와 결혼을 한다. 늘 도자기 옆에 개량한복을 입고 서있는 모습만 보았는데 예복(양복) 입은 모습은 어떨까 궁금해 진다.

"영선씨는 저 같은 사람 만나서 혼수가 많이 절약되죠. 그릇은 제가 다 구워놨죠. 냉장고와 TV는 경품으로 탔죠."라며 좋아라 하는 표정이 영락없는 개구쟁이 얼굴이다. "경품요? 제가 '세상의 이런 일이'라는 TV에 제보를 했는데요. 거기서 주더라구요."

그의 말은 이랬다. 그는 '안동새총사랑동호회' 회원인데 회원 중에 가장 고수를 TV 세상에 이런 일이 제작팀에 제보하고 디오스냉장고를 경품으로 탔다는 것이다. "새총요.? 그것은 취미죠. 새총으로 새는 안 잡구요. 구운 도자기가 맘에 안 들면 그걸로 깨드리기도 합니다."

도예가 권오진씨, 그와 도우회 전시회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진 시간이 밤 9시가 넘었다. 밖에 나와 모처럼 하늘을 본다. 보름달은 아니지만 어두운 하늘에 달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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