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다역 여성운동가 영주YMCA 구화자 사무총장

22일 영주YMCA 구화자(42) 사무총장을 만나러 가는 길은 비가 오다가 볕이 들다가 오락가락했다. 옛사람들은 이런 날씨를 보고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고 했다. 왜 그랬을까?

"선생님요. 우리 아~들(애들) 여기 데리고 오면 공부 가르쳐 준다고 해서 내가 데리고 왔니더" YMCA 문을 밀고 들어서니 어떤 할머니께서 초등학교 3~4학년 돼 보이는 남자애를 가리키며 구 사무총장에게 한 말이다.

"오늘 공부방 개소하는 날이거든요. 개소식이 4시30분인데 1시간 정도 일찍 오셨네요”

사무실이 하망동에 위치한 영주YMCA는 하망동을 중심으로 저소득 가정 초등학생 43명 중 부모님(보호자)과 상담 후 동의한 16명의 초등학생들이 공부방을 이용하고 있다. 마침 방문한 날이 부모님들이나 가족들이 함께 개소식을 하는 날이다.

영주YMCA가 지역사회에 뿌리 내린 만큼 야학 등 각종 시민사업도 많아 졌고 조직 내 중책(?)을 맡고 있는 구 사무총장의 어깨도 그만큼 무겁다. 

구 사무총장은 여성이지만 하는 일이 참 많다. YMCA 일 뿐 아니라 영주시 사회단체보조금 심의위원회 9명의 위원 중 한 사람이다. 사회단체보조금 지원사업 심의위원 구성은 9명 중 민간인들이 4명이고 시 공무원과 시의원이 5명이다.

“전체 예산의 약 80%는 관변단체라고 지칭되는 정액단체에 지원되고 나머지 20%를 여러 문화 예술단체로 나누는 거죠. 너무 안타까운 현실이예요. 심위위원이라는 제도는 이런 점을 개선하고자 하는 취지 아니겠어요? 그런데 민간인들 숫자를 늘여 주어야지 이대로는 관례의 벽이 너무 두껍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구 사무총장은 철도지키기범대책위원회 8명의 실무위원 중에 한 사람으로 지난달 27일 국회의원회관 장윤석 의원실에서 추병직 건설교통부장관을 만나 철도지사화에 대한 지역민의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시민들과 함께 범대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철도 지사화를 추진한다고 하니 착잡한 마음’이라는 것이 구 사무총장의 현재의 심정이다.

영주시 수돗물 수질평가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구화자 영주YMCA 사무총장은 시가 청정도시로도 알려진 만큼 자연환경 보존에도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주YMCA에 지난 '99년부터 시민중계실도 운영하고 있다. 시민이 억울한 일이나 부당한 피해를 입고서도 그 해결 방법을 모르거나 힘이 없어 부당한 처우를 감수해야 하는 시민의 권익을 옹호하고 모든 사람의 인격이 존중되는 밝고 건강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무료로 상담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작년에 소위 떳다방이라고 빈 사무실을 임대해 짧은 시간에 이성적인 분별력이 떨어지는 노인분들에게 피해를 주고 사라져 버리는 아주 안 좋은 사람들이 영업을 하는 곳이예요. 순진한 노인들에게 매일 한 번씩 오기만 해도 휴지라든지 저가의 생활용품을 주면서 글로코사민, 우황청심환 등의 유사식품이나 저렴한 전기장판 등의 매트류를 고가에 판매하는 사기업자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당한 사례 중 저희들이 해결해 준 예가 있습니다. 심한 경우 부모 자식 간에 싸움이 일기도 합니다."라며 안타까워 한다.

최근 구 사무총장은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지자체를 대상으로 공모하는 성인문해교육 프로그램 지원사업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저희 YMCA에서 성인들을 대상으로 야학과 한글교실을 운영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 사업과 성인문해교육 프로그램 지원사업을 연계하면 배우시는 분들이나 가르치는 분들에게 보다 나은 환경이 되는 거죠. 우리 지자체와 교육청에서 많이 노력해 주시니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는다.

이렇게 보다 살기 좋은 영주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아끼지 않는 구화자 YMCA사무총장은 1남 1녀의 어머니며 가장이다.

"작년에 경북전문대학에 근무하던 남편이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제가 하는 일에 도움을 많이 줬고 늘 격려해 주던 남편이었고 아이들에게도 100점 짜리 아빠였습니다. 저보다도 애들이 아빠의 빈자리를 많이 느낄 것 같아요. 그래도 잘 견뎌 줘서 고맙죠."

구 사무총장의 남편 얘기를 듣고 있자니 가슴과 눈시울이 뜨거워져 그녀를 바로 쳐다볼 수가 없다. 창밖에는 그쳤던 비가 다시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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