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검정고시 최고령 합격자, 이산면 원리 권춘식 할아버지

지난 8일 발표된 2006년 제1회 고등학교졸업학력 검정고시 합격자 가운데 전국 최고령으로 합격한 분이 우리 지역 출신이라 화제가 되고 있다. 이산면 원리에 사시는 권춘식(78) 할아버지가 바로 그 분이다. 권 할아버지는 20평 남짓한 집에서 홀로 살고 계신다.

"4년 전 집사람이 심근경색으로 저 세상으로 떠났어요. 가슴이 답답하다고 해 병원에 입원했는데 그 다음날로 눈을 감았어요. 지금도 그때 바로 큰 도시의 병원으로 갔더라면 살았을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워요."

권춘식 할아버지는 슬하에 6남매를 두었다. 자식들 모두가 떨어져 살지만 모두 효자효녀라고 자랑을 하신다. "아들, 딸 모두 나가 살지만 교대로 일주일에 한 번씩 반찬 해 들고 오니 외롭지 않아요. 그리고 내가 삼형제의 맏인데 동생들이 모두 한동네에 살아요. 제수씨가 밥도 해주고 가고 매일 보다시피 하는데 외로울 틈이 있나요?!"

권 할아버지는 지난해 4월 영주 YMCA의 야학에서 중학교 과정부터 시작한 권 씨는 4개월 만에 고입검정고시를 통과했고 이어 영주 청년학교 야학에서 공부한 지 8개월 만에 고졸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이산에서 영주YMCA와 영주 청년학교 야학을 어떻게 다니셨을까?

"2003년 7월에 마티즈를 사서 그걸 타고 다녔지. 그거 아니면 공부도 못했어요. 운전 면허 딴다고 하니까 애들이 '아버지 연세도 많은데 그만 두세요'라며 다 말려요. 그래도 내가 서점에 가서 책 사서 일주일 보구 84점 받았어. 그담에는 한 달 운전연습해서 면허를 땄어요. 그러니까 애들도 안 말리더라구."

권춘식 할아버지는 이제 마티즈로 안 다니는 곳이 없다. 얼마 전에는 큰아들이 사는 동해까지 손수 운전을 해서 갔다고 하신다. "뭘 놀래요? 부산까지도 갔다왔는데-" 막내아들이 사는 부산까지 3시간 좀 더 걸렸다고 환하게 웃으신다. "동해는 아들이 휴가를 내 삼척의 해신당 공원과 황지에 있는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를 다녀왔고 어버이 날인 어제는 큰딸이 와서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갔다며 은근히 자랑을 하신다.

이산면 원리 안동 권씨 집성촌에서 태어난 권 할아버지는 6.25 피난 때를 빼고는 고향마을을 떠나본 적이 없다. 한학을 하셨던 부친으로부터 천자문과 사서삼경을 배웠지만 정규 교육은 1943년 이산보통학교(현 이산초교) 졸업이 전부다.

"검정고시가 모두 8과목을 치는데 2과목은 선택이고 6개 과목은 필수야. 도덕, 한문, 사회가 쉬웠고 수학과 영어가 어려웠어. 쉬운 과목은 모두 88점 이상 받았는데 영어는 40점, 수학은 50점 받았어요. 영어는 기본으로 단어와 숙어를 많이 외워야 하는데 그게 어려워서- 그래도 평균은 60점 이상을 받아서 합격을 했죠."

누가 봐도 할아버지 혼자 사시는 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집안 곳곳이 정갈하다. 게다가 마당가에는 많은 꽃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집사람이 심어 놓은 거죠. 꽃을 보고 있으면 그 사람이 생각납니다. 명절 때도 더욱 그 사람이 생각나구요."

방송통신대에서 한문학이나 동양철학을 공부하고 싶은데 알아보니 학과가 없어서 어쩔까 생각 중이라는 권춘식 할아버지, 그의 노년은 학구열이 있어 더욱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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