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탐방[404] 함흥면옥

절대 미각을 소유한
면을 직접 뽑는 여자

“혼자서 반죽하고 면을 준비합니다. 맛있다고 칭찬해 주시면 제일 고맙죠. 혼자 오시는 분들도 편안하게 드시고 갑니다. 그만큼 잘 대접해 드리고 싶습니다. 나름 위생에도 철저합니다. 청결하고, 친절하게, 깔끔한 맛, 정성 가득 담아 음식을 미소와 함께...오복을 담아 제공해 드립니다”

이는 영주시 하망동 소재 태극당 옆 골목 안에서 한때 3대가 운영했던 함흥면옥의 레시피를 그대로 전수받아 ‘그때 그 자리에서’ 5년째 운영 중인 임수미(57) 대표의 말이다. 풍기 출신이라는 그녀는 유년시절 보았던 어머니가 큰 가마솥에 국수를 삶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고 말할 만큼 면을 뽑는 데 진심이다.

“직접 면을 뽑습니다. 타지 분들이 오시면 그래요. 전국에서 여성이 면을 뽑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요. 저희 가게는 ‘매일 직접 반죽하고 면을 뽑습니다’라는 문구로 홍보하고 있어요. 현재 함흥냉면과 평양냉면 두 종류입니다. 두 냉면은 고구마와 메밀 전분 차이예요”

삼겹살·꼬들살 구이, 갈비탕·육개장·어복쟁반도 합니다

부모님이 이북 출신으로 일찍부터 면에 익숙했던 임 대표는 제2의 직업으로 음식점을 택했다. 6남매 중 3남 3녀로 딸 중에 맏이라 동생들 밥을 챙겨줄 정도로 엄마의 손맛을 가졌다. 본인도 모르게 엄마의 손맛이 몸에 배어 있었다는 그녀는 어릴 적 기억을 되새기며 육개장도 함흥면옥의 메뉴로 등극시켰을 정도다.

“어머니가 면을 뽑아 국수를 썰던 모습이 기억나죠. 제가 옆에서 ‘엄마! 칼질은 어떻게 하는 거야?’라며 칼질을 흉내 내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간을 보면서 음식을 하시던 어머니가 생각나네요. 지금 생각해 보니 콩국수, 찐빵, 팥죽, 강냉이죽 등 자식들을 공부시키기 위해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주셨죠. 어떻게 보면 제가 어머니 솜씨를 물려받은 게 아닌가 생각되네요”

식당 주변에 병원들이 많아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다는 임 대표는 쌀쌀한 날씨에 국물을 드실 수 있도록 갈비탕과 어복쟁반(전골류)을 메뉴로 제공 중이다. 또 다른 메인 메뉴로는 직접 구워서 제공하는 삼겹살·꼬들살 구이도 있다. 기본 3인분부터 주문 가능하며 혼자 먹어도 무관하고 남은 음식은 포장도 가능하다.

‘어복쟁반’은 임 대표가 서울 친구와 함께 발품을 팔아 개시한 음식으로 3년 전부터는 지역민들에게 건강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어복쟁반은 쇠고기의 아롱사태, 도가니보다 더 쫄깃한 스지(뼈와 연골사이)와 각종 채소가 들어가 콜라겐, 비타민 등의 영양도 챙길 수 있다. 소스는 마늘, 청양고추, 생와사비를 섞은 간장소스로 세팅된다.

“평안도 지방 음식으로 서울에서 먹어보고 친구랑 함께 연구했어요. 어복쟁반은 단체, 가족이 모임으로 오셔서 식사나 회식하는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만들죠. 원래 의리 있고 인정 많은 평안도 사람들의 기질이 잘 표현된 음식이라고 합니다. 요즘 날씨에 꼭 한번 드셔보세요. 보양하시는 기분이 나실 겁니다”

브레이크 타임 3~5시까지, 일요일은 휴무입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2019년 11월 5일에 개업을 했다는 임 대표는 33년간 회사를 다니던 직장인으로 이 자리에 가게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사업을 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코로나를 계기로 음식업에 더 매진을 할 수 있었고 개업 초반에는 ‘냉면 한 그릇’ 드시기 불편하신 분들에게 한 끼 식사를 대접하기도 했다고 한다.

“솔직히 장사가 1년 내내 잘되면 좋은데... 8월 15일이 지나면 냉면을 잘 안 먹어요. 안타깝죠. 우리고장 영주에서 최초로 생긴 냉면집의 레시피를 4번째로 전수 받았어요. 3년이 지나고부터 오기가 발동했습니다.

‘끝까지 해봐야겠다고요’ 그만큼 진심으로 요리학원도 다니고 연구도 많이 했습니다. 한식조리사자격증도 땄고요. 친구들이 되레 기억합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요리의 감각이 있었다고...그것이 큰 힘이 되죠”

임 대표는 요즘 이 동네(구도심)를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임 대표는 “저녁 7시만 되면 한산한 거리가 매우 안타깝다”며 “내가 먹으면서 찝찝한 음식을 내놓으면 안 된다는 신조를 갖고 김치는 바로바로 담는 겉절이김치에 다른 반찬은 제철에 맞게 나물, 고추지, 깍두기 등 메뉴에 맞게 직접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사람이 안티고객 250명을 만들 수 있고 한 사람이 단골손님 250명을 모을 수 있다고 합니다. 80세까지 일을 할 겁니다. 특히 이 동네를 다시 살려야 합니다. 영주의 50년 이상 된 가게들이 여기에 다 모여있습니다. 소문난 맛집 하나가 동네 전체의 불을 밝힐 수 있습니다. 저도 ‘우리가 불을 밝히자’라는 마음으로 이쪽 경기를 살리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여름에는 체중이 5kg가 빠질 정도로 육수를 준비한다는 임 대표는 “새벽 5시경에 출근해 재료를 준비하고 비빔면 양념도 직접 만든다”며 “냉면은 포장보다 식당에서 먹으면 더 쫄깃하다”고 음식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전 10시 30분에 오픈해 밤 9시에 마감한다. 유료주차장·노상주차장 주차권이 제공되고 홀과 방으로 나뉘어 있어 단체모임을 하기에도 좋다.

함흥면옥

경북 영주시 중앙로 109-10

☎ 054-638-0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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