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카 숲정원 수지매 앞에서
스즈카 숲정원 수지매 앞에서

영주 선비매화공원에 대하여

영주 선비매화공원 토종매화 가운데 수종, 수령, 수세, 수형이 각기 다른 고매(古梅) 수백 주와 360여 점의 고매 분재를 평생 자식처럼 키워서 우리 고장에 자리 잡도록 용단을 내린 한국매화연구원 매촌 안형재 원장님께 먼저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덕분에 선비의 고장 영주 매화공원이 경향 각처의 상춘객들에게 유명해지고 있다. 사군자를 칭송하고, 송죽매를 귀히 여기면서도 정작 매화에 대한 식견은 거의 문외한이다. 그러나 선비세상 내 매화골에 선비매화공원이 자리하면서 조금씩 매화의 진가에 귀가 열리고 눈을 뜨게 됐다.

선비의 고장, 그 자랑스러운 이름에 적합한 매화공원 하나쯤은 당연히 존재해야 체면이 서고 잘 어울린다는 관점에서 볼 때 영주시와 안형재 원장님의 선견지명에 갈채를 보낸다.

이제 영주 시민의 소중한 재산이 된 향기로운 실내의 고매 분재와 야외 매화나무가 안착한 공원이, 관광 명소로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영주시의 각고한 노력과 철저한 관심이 절실히 요구되는 실정이다. 분매 배양실 증설, 배수관 설치, 매화 박물관 건립 등이 연차적으로 추진될 예정으로 알고 있다. 현재 화장실, 쉼터, 주차장, 진입로 설치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러한 불편을 감수하면서 매화공원이 자리매김할 때까지만이라도 미력하나마 간접적 도움이 되려는 바람에서 뜻있는 시민들이 매화를 지역 사랑의 매개체로 삼아 ‘한국매화회’를 결성하여 발전을 모색해 오고 있다.

그 일환에서 작년 봄 영주의 55현을 기리는 부용대 주변에 명품 매화 17주를 심었고, 선비 고장의 자랑인 ‘매학정’에도 본회 주관으로 매화나무를 식재했다.

지역민의 인식 재고와 문화 확산을 위하여 영주시민신문에 10회에 걸쳐 매화에 관한 원고를 게재하였고, 여러 차례의 교육과 지리산 구례 화엄사 탐매 여행도 다녀온 바 있다.

시민 강좌를 통해 선비 지조 매화의 가치와 자긍심을 일깨우는 안형재 원장님은 노령에도 불구하고 현지 동행 강의를 하시면서 문화 역량 강화의 기회를 제공하시고 노심초사 선각자의 길을 걸으신다.

탐매는 단순 힐링의 목적이 아니라 여행에서 얻은 경험과 식견을 밑거름 삼아 선비매화공원의 관광 수요를 창출하고 스토리 소재의 명소가 되기를 고대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관민이 의기투합하여 완전한 성과를 기대하면서 지난 2월 17일 한국매화회 주관 분매전시장 새봄맞이 매화감상회를 열었다. 이천에서 초빙한 여성 다인들의 매화차 시음회와 다과가 준비되었고, 매화 시 낭송, 매화노래로 시작하여 200명이 넘는 회원과 시민들, 그리고 외지에서 오신 관람객들이 상당수 함께했다.

관내 향교와 금성단 유림 대표 어르신들, 향내 각 문중 대표분들, 향중 원로분들까지 함께 노소동락의 성대하고도 유익한 신춘 매화감상회를 이루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주인 의식의 묵직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연중행사 계획으로 지난 3월 4일 한국매화회 일부 회원들이 3박4일 일정의 자부담 일본 탐매여행을 갔다. 매촌 원장님께서 손수 작성 프린트해 주신 코스별 안내 자료는 현지 가이드에 버금가는 금과옥조요 금상첨화였다.

이 여행은 일반 패키지와는 달리 목적이 있는 스페셜한 테마 여행이다. 아무나 수월하게 접할 수 없는 명소를 의미 있게 관람하면서 일정을 소화시킨 점이 참 보람이었다. 매화회를 구성한 이래 좁은 안목과 편협된 생각에서 벗어나 백문이 불여일견의 뜻을 실감했다. 모두가 매화 관련 지식을 공유하여 지역 발전의 초석이 되기를 추구하면서 그간의 느낌을 적어 본다.

-한국매화회장 김연식 쓰다.

나가하마 분매전시장
나가하마 분매전시장

송윤환 회원의 일본 고매 탐방기

첫 관람코스는 후쿠오카 시내에 우뚝 솟은 타워(234m)였다. 꼭대기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시가지 모습은 아름다움을 넘어 경이로웠다.

이어 옮겨 간 곳이 다자이후(太宰府) 천만궁(天滿宮)이었다. AD 919년에 창건된 일본 국가 중요문화재로서, 학문의 신으로 추앙받는 ‘스가와라 미치자네’를 신으로 섬기는 곳이다. 변변찮은 집안 출신이지만 최고위직(우리나라 우의정 정도)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어서 일본인들은 지금까지 학문의 신으로 추앙해 매년 입시 철이면 수많은 학생·학부모들이 모여들어 소원을 빈다고 한다.

거기에는 일반 매화보다 더 일찍 핀다는 ‘도비우매(飛梅)’라는 매화가 기다리고 있었고, 곁들여 관광 상품화한 ‘우메가네 모찌’라는 떡도 유명한 지역 먹거리로 개발한 게 돋보였다.

다음에 도착한 곳은 일본의 분매 역사가 살아있는 교토 남부의 나가하마시 ‘나가하마(長兵) 분매(盆梅) 전시장’이었다. 올해가 73주년이 될 정도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분매 전시 역사를 지닌 곳이다. 우리가 방문하게 된 날이 올해 전시 기간이 끝날(2024.1.1~3.10) 무렵이어서 더욱 감회가 새로웠던 순간이었다.

‘스즈카숲정원’은 2014년 일본 국내의 전통 원예기술인 시타데(仕立て) 기술의 존속 보급을 위해 조성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가이드의 해설을 들으면서, 우리 영주도 매촌 안형재 원장께서 건강하실 때 한매회와 영주시 그리고 10만 시민들이 매촌 선생의 독보적인 매화 배양 기술을 전수하고 받는 시스템을 마련하여 선비의 고장 이름대로 그 가치와 함께 전승 보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역시 간절하다.

매화꽃이 만개하면 원내(園內)가 복사빛 일색으로 온 천지를 물들여서 ‘인간도처유청산(人間到處有靑山)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이란 싯구처럼, 관람객들은 모두 신선의 경지에 이른 듯한 기분이라고 한다.

스즈카 숲정원
스즈카 숲정원

이번 탐매 여행차 도일(渡日) 일정은 나의 생애 두 번 다시 가 보기 힘든 시의적절한 테마관광이어서 이 여행을 주선해 주신 매촌 선생께 감사한 마음뿐이다. 특히 우리 일행들이 가서 보고 느낀 점은, 우리 시의 ‘한국선비매화공원’과 ‘고분매(古盆梅)’들도 이미 세계적 수준이라는 사실을 이번 탐매여행을 통해 얻게 된 진실된 고백이다.

탐매여행 마지막 일정에 포함된 오사카성(大板城)과 히메이지성(姬路城) 그리고 구마모토성(熊本城)은 오래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오사카 매화공원은 현재 5천여 평의 면적으로 매화 묘목에서부터 성장목까지 그 수형을 독특한 계단식으로 배양하고 있었으며, 품종별 수형별로 색다른 볼거리는 역시 대단했다.

매촌 선생께서 선대(先代)의 관향지(貫鄕地)인 영주에 안거(安居)하게 되시면서, 평소 교양강좌를 통해 매화에 조금씩 눈을 뜨게 해 주신김에, 이번 해외 탐매를 통해 우리 ‘한국선비매화공원’ 내의 전시 배양 중인 고분매(古盆梅)들과 전시장 밖 야매(野梅)들은 배금(拜金) 논리로 따질 수 없는 형이상학적 무가지보(無價之寶)임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다른 데에 없는 소중한 ‘생명자연자원’이며, 유일무이한 ‘국민 공공재(公共材)’임을 인식하게 되어 함께한 일행들도 더욱 자긍심을 갖고 돌아올 수 있었다.

이 귀한 분매(盆梅)들과 야매(野梅)들이 우리 시에 있다는 사실 그 자체만도 자랑할 만한 일이다. 지금도 이웃 고을에서는 부러워하고 아쉬워하나, 반대로 우린 그동안 등하불명(燈下不明)에 관심 밖이 아니었던가.

-일본 고매 탐방을 다녀와서 금강 송윤환 쓰다.

텐만궁 매화
텐만궁 매화

한계순의 탐매 여행기

선비촌 매화공원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귀하게 여기면 귀하게 되는 이치를 말해주는 일본 매화 앞에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어디든 누구든 솔직하고 겸손하게 배울 점을 찾아야 얻는 것이 있다.

그들에게는 몸에 밴 친절이 있고 절약의 생활화와 천재지변에 익숙한 대처와 풍부한 인내심 그리고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장인정신이 살아 꿈틀거린다. 비교의 순간에 한국인의 단점들이 밀려와 자존감이 비틀거린다. 허세와 낭비 편견의 무지에서 오는 고정관념의 철판만 요란하게 탄탄하다.

그러나 선비의 고장 영주 한국매화회의 성향은 다르다. 고고한 선비로 피어 정화의 사명에 충실하기를 소망한다. 엄동을 딛고 의연히 일어나 드높은 지조를 슬기로운 향기에 실어 사방에 흩날리고 싶다.

일본 탐매는 신선한 충격의 벅찬 꿈을 주었다. 선비촌 매화공원에 세계인이 놀라는 그날을 만들고 싶어진다. 야매가 피면 매화회도 뭉쳐서 향기를 피우고, 해맑은 의지를 노래할 것이다.

봄을 여는 매화여 춤을 추어라. 늙어서 아름다운 매화 분재여, 성스러운 자태를 고스란히 지켜다오. 그날이 오면 매화 만발한 영주가 벙글어지리라.

-일본 탐매여행기 월산 한계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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