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중 시인

한 어린이집 졸업식에서 있었던 일이다. 아이들이 졸업식장에 들어올 때 한 사람씩 장래 희망을 스크린에 띄우는데, 우리 아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당연히 대통령, 소방관, 경찰관 할 줄 알았다. 놀라운 것은 삼십여 명 중에 아예 그런 장래 희망은 없고 대부분이 유튜버였다는 것이다. 요리사, 간호사, 의사도 한두 명 있었으나 절반 이상이 유튜버였고, 그중에서도 요리 유튜버, 먹방 유튜버, 게임 유튜버 하면서 아주 구체적으로 소개한 아이들도 꽤 있었다.

2023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장래 희망을 조사했는데 운동선수, 의사, 교사 순으로 나타났다. 크리에이터, 요리사, 가수, 경찰관, 법률전문가, 제과 제빵원, 웹툰 작가가 그 뒤를 이었다. 중학생은 교사, 의사가, 고등학생은 교사, 간호사가 인기 상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초중고 학생에게는 사회적 분위기나 부모의 영향도 있어서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전문 직종을 선호하는 것 같다.

이러한 초중고 학생들의 장래 희망은 일리가 있기도 하고 들어서 충격적이지도 않다. 이에 비해 이제 곧 초등학교 1학년에 올라갈 아이들 반 이상이 유튜버를 장래 희망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물론 유튜브의 영향력을 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유튜브를 사용하는 시간이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시간을 앞질렀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을 정도로 유튜브를 이용하는 어른이나 아이들이 많아졌다.

그만큼 아이들도 먹방이나 게임 유튜버처럼 흥미 있는 유튜브에 많이 노출된다는 뜻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요즘 부모들이 자기 아이가 무한정으로 유튜브를 보도록 방치하는 부모들은 거의 없을 것을 생각하면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유튜브를 많이 보는 사회적 분위기에다가 어린 친구 중에서도 유튜버가 되어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을 보고 들었기 때문에 우리 어린 친구들의 장래 희망이 된 것일 수도 있겠다.

어린이집을 갓 졸업하는 유아들은 아직 백지상태와도 같다. 아직 부모나 사회가 백지상태에 특별한 그림을 그리지 않아서 자기가 자유롭게 그린 그림이 대부분이다. 장래 희망도 마찬가지로 유아들이 생각하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유아들이 생각하는 장래 희망은 앞으로도 수도 없이 변한다. 학교를 입학하고, 몸과 마음이 성장하면서, 이런저런 경험을 하면서, 사회적 분위기를 이해하면서 변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졸업생의 반수 이상이 장래 희망으로 유튜버를 정했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세상이 변했다는 것이다. 어른들이 아직도 교사, 의사, 공무원 하고 있을 때 어린아이들은 유튜버를 그들의 이상적인 사람의 모습으로 삼고 동경하는 것이다. 연예인을 광대라고 폄훼하던 시대에 연예인을 장래 희망으로 말했다가 왜 광대가 되냐면서 아버지의 불호령을 들었던 시대가 갑자기 떠오른다.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다. 주변에 일어나는 일을 보면 깜짝 놀랄 때가 있을 정도다. 얼마 전 영주에도 고등학생을 유치하는데 베트남이나 몽골에 가서 학교 홍보를 하고 학생들을 데리고 온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대학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고등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다.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유치원, 어린이집, 초중고가 점점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을 생각하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가 없다.

한국전쟁 이후 1955년부터 6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베이비붐 세대라고 한다. 출생률이 매우 높아 어떤 분야에서든 경쟁이 치열했던 세대들이다. 어릴 때는 말로 할 수 없는 가난 속에서 자랐으나 한국 경제 성장의 주역으로 어른이 돼서는 그런대로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분들이 공통되게 하는 말이 있다. 우리는 그럭저럭 살아왔는데 앞으로가 걱정이라는 것이다. 언제든지 세상은 변한다. 모두가 다 빠르게 변할 수는 없지만 소위 사회의 지도자들은 세상의 변화를 알고 대비해야 한다. 그게 바로 지도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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