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남 (작가)

영화 <파묘> 인기가 심상찮다. 개봉 11일 만에 600만 관객을 넘겼다니 곧 1000만 고지가 눈앞에 있다. 영화배우 김고은의 팬이기도 해서 개봉 전부터 기다렸던 영화다. 기대를 안고 남편과 함께 영주 롯데시네마를 찾았다. 남편의 반응이 사뭇 진지했다. 영화에 흥미가 없는 사람이기에 몰입하는 모습이 조금 놀랍고 신기했다. 무심한 사람이 좋다는 평을 할 정도이니 대박 날 조짐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더불어 앞으로 더욱더 파묘의 흥행이 그려진다.

영주 출신인 장재현 감독 작품이라서인지 이례적으로 영주 시내에서 홍보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 영화 속 인물 화림의 말 “겁나 험한 것”이 통한 걸까.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풍수와 무속신앙을 결합한 오컬트 영화로 1000만 관객을 넘은 작품이 없다는 점에서 파묘가 새로운 주인공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화 흥행의 일등 공신은 믿고 보는 배우들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파묘는 흥행을 주도하는 배테랑 배우들의 조합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파묘를 통해서 풍수사, 무당, 장의사, 법사 등의 직업도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법사(이도현)는 MZ세대 봉길을 연기했는데, 그야말로 젊은 무당과 젊은 법사의 ‘힙한’ 조합이 대중성도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국사의 쇠말뚝 설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평범한 서민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 어느 순간에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이 닥쳐와도 포기하지 않고 고군분투하는 삶, 협력과 믿음으로 서로의 능력을 발휘하며 악과 맞서는 장면은 우리 삶이 그대로 반영된 듯해서 주먹을 쥐며 응원하는 마음으로 보았다. 한국인의 정서에 익숙하고 흥미로운 소재이지만, 다소 거리낄 수도 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큰 거부감 없이 편안하게 관람했다.

이번 영화를 보면서 팔이 안으로 심하게 굽었다. 오컬트 영화의 첫 흥행작을 가족의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

세심함은 늘 감동을 불러온다. 영화 속 주인공인 상덕(김상덕), 화림(이화림), 영근(고영근), 봉길(윤봉길)은 모두 실제 독립운동가들 이름이다. 눈여겨본 사람은 치밀한 디테일에 아마도 혀를 내둘렀을 것이다. 등장인물들 차량번호를 보다가 화들짝 놀랐다. 설마 했는데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다. 운구차 번호는 광복연도(1945), 김고은의 차 번호는 삼일절(0301), 그리고 최민식의 차 번호는 광복절(0815)이다.

한마디로 파묘는 재미를 넘어서 한국인의 의지와 투지를 엿볼 수 있어서 보는 내내 가슴이 아리기도 흐뭇하기도 했다. 장한 영주의 아들이 걸작을 낳은 것이다. 영주 사람이라서 그랬을까.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우마저도 소백산 붉은여우가 연상되어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앞으로 영주시에 있는 유명한 관광지나 알려지지 않은 여러 곳에서 드라마나 영화를 촬영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도 생겼다.

영주 출신 감독의 작품이라는 이유로 극장으로 달려간 사람도 여럿 보았다. 이런 마음이 모이고 모이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살고 있는 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사랑하는 마음을 내는 일은 더불어 사는 사회에 꼭 필요한 마음가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것에 열광하며 모처럼의 낭보에 마음이 즐겁다.

이런 기운이 우리 삶 곳곳에 순풍으로 이어지면 좋겠다. 굳이 영화를 즐기지 않더라도 지역과 관련 있는 것들에 마음이 동하고 실천으로 옮기는 행동력은 무슨 일을 추진하기에 큰 동력이 될 것이다. 영화관이 이례적으로 꽉 들어찬 것을 보면서 잠깐의 흥분이 든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영주시를 위한 일을 도모할 때 이처럼 분열이 아닌 통합의 길을 걷게 되길 바란다.

요즘 뉴스에 오르내리는 일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나 집단이 뱉어내는 행동과 말은 각종 매체를 통해 사회에 뿌려진다. 불안의 생산을 최대한 감소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권력적 행동을 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불안과 증오를 동반하기에 각성이 필요하다. 성별을 가리지 않는 증오가, 나와 생각이 다르면 상대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거침없음이, 모두를 위한 공정한 힘의 주인으로 나아가야 한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이 코앞이다. 바야흐로 씨앗들의 반란이 시작되는 것이다. 겨울을 지나 봄이 오기까지 정체성을 혼돈하지 않은 식물이 온몸으로 봄을 열고 있다. 우리 삶도, 정치도, 경제도, 모두 꽃피는 봄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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