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탐방[395] 글씨의 예술 공방 ‘캘리그라피 마니많이’

고정된 틀을 깨는 그녀

행복은 손의 스냅을 타고

“캘리그라피는 일반적으로 어렵고 본인이 쓸 수 없는 글씨체라고 생각들을 하시는데요. 악필이신 분들도 글씨 모양을 만들고 예쁘게 쓰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바로 제가 하는 일입니다. 악필이어도 상관없습니다. 모두 하실 수 있습니다”

하망동 봉화통로 영문사 매장 맞은 편 분홍색 간판의 ‘캘리그라피 마니많이’는 글씨의 예술 공방이다. 글자를 아름답게 표현하는 박수진(36)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박 대표는 세 명의 자녀를 둔 엄마이자 창작의 세계를 넘나드는 아인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의 소속작가이다. 공방 이름 속 ‘마니’는 박 대표의 아호이다.

불교적인 의미로 용이 물고 있는 여의주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마지막 출산을 하고 자신의 일을 갖기위해 캘리그라피에 관심을 갖고 열정을 쏟은 시간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에 자격증을 취득하기 전까지 아이들을 보육하면서도 짬만 나면 수백 번을 연습하며 기술을 연마했다는 그녀다.

3년 전 자격증을 취득하고 공방 없이 외부로 수업을 다니며 출강에만 집중했다고 한다. 정식으로 공방을 오픈한 지는 1년이 됐다. 쓰다가 실패한 글씨조차 ‘예쁜 쓰레기’라고 표현할 정도로 그녀의 글씨 사랑은 대화를 통해서도 감지될 정도다. 수강생 중에 ‘캘리그라피는 실생활에서 도움이 안 된다’는 말 한마디에 생각에 잠겼던 시간도 많았다고 한다. 냉장고에 붙은 예쁜 문구가 담긴 마그네틱이 그 덕에 탄생한 비화이다.

박 대표는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어 협회 안동지부에서 캘리그라피를 처음 배웠고 학원도 열심히 다녔다”며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새벽 3시까지 하루 4시간씩 투자하며 열심히 연습에 몰두할 정도로 그 시간이 그렇게 흥미로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시부모님댁이 영주로 귀촌했기에 자연스럽게 우리 가족도 이주했거든요. 남편은 무뚝뚝한 편이지만 제가 자격증을 취득 후 여러 작품을 전시하고 상도 받으니까 가족들이 인정해 주기 시작했죠. 당시 족자로 된 제 작품 하나가 팔렸는데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내가 뭔가 해냈구나’, 포기하지 않고 노력 끝에 이룬 결과여서 뿌듯했고 남편과 시댁에서 응원해줬기에 오늘의 제가 있습니다”

엽서지
엽서지

10대에서 80대까지 ‘캘리그라피’ 도전해보세요

단시간에 실력이 느는 게 과연 있을까. 첫 출강은 봉화군 춘양면으로 80대 전후 어르신들을 가르쳤다. 15명을 대상으로 약 3개월 동안 한글 공부 겸 문예 교실이 경로당에서 열렸다.

80대 어르신의 캘리그라피 작품
80대 어르신의 캘리그라피 작품

처음에는 ‘이런 걸 배워서 뭐 하냐?’라는 식의 호통에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설득하는 시간과 공을 들인 끝에 어르신들이 한글의 재미에 빠졌고 붓글씨 매력에 심취했었다고 한다. 코로나19 기간에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무언가 하나에 빠져야 했었던 주부로서는 한글의 힘이 큰 약이 됐다는 박 대표다.

누구나 손재주는 갖고 있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동양인은 젓가락을 사용할 줄 아는 인간으로서 손의 감각이 남다르다. 단지 숨겨진 잠재력을 발휘할 시간과 노력의 시간이 한정돼 현실 앞에 포기라는 것을 쉽게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캘리그라피는 아날로그 버전 같지만 디지털 세계를 넘나들 수 있는 매력이 무궁무진하다.

“창의적인 길은 어려워요. 모방하는 것은 쉬운데 창작하는 길은 먼저 끝이 없고 하면 할수록 만족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이제는 맞춤식 수업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세대별로 품목을 맞춰 글씨를 새기고 있습니다. 저도 아이디어가 한정돼 있어 아이들과 함께 노는 시간을 통해 많이 배웁니다. 도형(초5), 도원(초3), 도연(초2) 특히 막내딸은 한마디로 저 같은 딸이죠”

이처럼 삶에 녹아들어 진심 어린 마음만큼 정성 가득한 작품들이 공방에 넘친다. ‘옛 선비들의 마음이 이랬을까?’라는 심정이 들 정도의 몇몇 작품은 눈을 뗄 수가 없다. 긍정의 아이콘과 사랑으로 가득 찬 문장 하나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녹이기에는 충분했다.

구부려도 보고 기울여도 보고 꺾어도 보는 ‘캘리그라피’ 매력

끊임없는 열정과 각고의 노력 끝에 탄생한 독보적인 서체 ‘아인체’는 이 공방의 주인공이다. 협회에서 사용하는 글씨체이다. 족자 위에 쓰인 작품은 물보라가 휘감아 치는 듯한 필체다. 거기다 글씨 작품 옆에 모나미 펜을 활용한 수채화를 그려 넣었다. 여러 색깔을 넣어 자연, 사람 등 살아있는 느낌을 표현해 다른 업체랑 차별화를 뒀다.

“협회에서는 글씨만 갖고 있었습니다. 안동지부에서 배울 당시 수강생 중 유일하게 수채화를 그렸습니다. 수채화일러스트지도사 자격증도 함께 준비했었죠. 경북 북부 쪽에서는 제가 처음일 거예요. 모나미펜을 일명 플러스펜이라 합니다. 이것을 이용해 멋을 좀 냅니다”

박 대표는 글씨가 한없이 부끄럽다고 느낀 시간도 많았다고 한다. 아직도 만족하기에는 부족함이 넘치고 실수를 하지만 몇백 장을 다시 쓰는 열정은 남다르다. 보통 그림을 먼저 그려놓고 글씨를 작성하며 한 획을 그리다 ‘아차’하는 경우 미련 없이 버려지는 작품이 바로 ‘예쁜 쓰레기’이다.

주력상품으로는 달력, 텀블러, 무드등 등 원하는 제품에 문구도 넣고 글자를 쓸 수 있도록 해준다. 원데이 클래스(하루 수업)도 운영 중이며 품목에 맞춰 3만원~4만원의 비용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누구나 그릴 수 있습니다. 실생활에 사용될 수 있는 물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1인, 2인 수업도 가능하며 약 2시간 소요됩니다. 붓(화선지, 먹물), 붓펜(엽서지)으로 작업하구요. 일반펜으로도 연습이 가능합니다. 펜 굵기에 따라 글씨 모양도 달라지죠. 수채화 같은 경우, 그림 순서에 따라 그리시면 되기에 전문적인 기술을 필요로 하지는 않습니다. 고정관념을 깨주세요”

박 대표는 “출강을 나가보면 2시간 동안 공을 쏟아 완성된 작품을 보는 수강생들이 믿어지지 않는 표정으로 환호를 보낼 때 캘리그라피의 매력을 더욱더 느낀다”며 “글씨나 그림으로도 사랑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고 그 글씨를 통해 누구나가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캘리그라피”라고 했다.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하는 마법같은 캘리그라피, 글씨를 예쁘게 쓰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한 번 도전해 보세요!”

 

캘리그라피 마니많이

경북 영주시 광복로 95

☎ 0507-1370-9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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