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류 자체 검사기관으로 지정된 풍기진생영농조합법인 김인순 대표

언제 이것들이 이렇게 피었을까? 그를 만나러 가는 길가 군데군데 노란 개나리가 무더기로 피어난 것이 이제 새삼 눈에 든다.

김인순씨, 그는 현재 풍기진생영농조합법인 대표다. 풍기진생영농조합은 풍기소방서 맞은 편 철로를 건너 인삼 경작이 가장 적합하다는 금계 뜰 앞에 위치해 있다. 풍기진생영농조합은 지난 달 29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인삼류 자체 검사업체로 지정받았다.

"인삼류자체검사업체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정해진 검사기구를 갖춘 검사시설이 우선 필요하고 2년 동안 인삼류를 자가제조하여 검사기관으로부터 년간 5톤 이상의 검사를 받은 업체를 대상으로 심사를 거쳐 지정을 받는 것이죠."

인삼류자체검사기관은 전국에 10곳이 있다고 한다. 금산이 4개 업체로 가장 많고 경기도 포천과 강화도가 각각 1개소, 부여에 2개소 그리고 우리지역에 지난해 지정된 홍원인삼제조창과 올해 그가 대표로 있는 풍기진생영농조합이 인삼류자체검사기관으로 지정되었다.

"풍기인삼이 품질과 역사성이 타 지역 인삼보다 우위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지역 인삼류 검사는 충남 금산의 농협중앙회 인삼검사소에서 담당해 왔습니다. 그렇다보니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이 일주일에서 길게는 보름이 걸렸습니다. 이제 작년에 지정받은 홍원인삼제조창과 함께 우리업체가 지정을 받았으니 우리지역의 인삼가공업체의 불편을 다소 해소하게 되어 다행입니다."

현재 풍기발전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요즈음 매일 한차례씩 풍기읍 사무소를 들린다. 오랜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퇴직한 그가 이렇게 매일 읍사무소를 들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풍기100년사 사무실이 읍사무소 한켠에 마련돼 있어요. 별일이 없으면 매일 들리죠. 내년이면 풍기초등학교 개교 100주년이 됩니다. 그래서 초등학교뿐 아니라 풍기100년사를 발간할 예정입니다. 편집위원들이 함께 자료도 수집하고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는 풍기향토사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작년에 있었던 풍기 성내동 안식교회앞 유다리 복원에도 기여한 걸로 알려져 있다. 유다리는 희방사 중건 설화에 딸의 생명을 구해준 은공으로 희방사 가는 길에 유 호장(유석)이 다리를 놓아주었다 설이 있다.
 
"제가 이 쪽 토박이잖아요. 유다리의 돌이 남원천에 밀려다니는 걸 보면서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관계 부서에 알려 복원을 권유했습니다."

그가 평소 향토사랑으로 수집해온 자료 중 일부를 소개해 달라고 하자 빙그레 웃으며 자리를 뜨더니 가슴 한가득 안고 온 종이 다발을 테이블 위에 풀어 놓았다.

나도 모르게 쩍 벌어진 입을 다물고 훑어 보니 지금은 없어진 비로사 탑 사진이며 복원 전 땅에 누워있는 진공대사 보법탑 비, 이승만 대통령 부인 프란체스카여사가 풍기역에서 내리는 장면의 사진 등과 각 종 서류, 증명서 같은 것들이 수도 없이 많다.

특히, 그 중 1920년대에 동아일보에 실린 풍기에 관한 기사 내용이 흥미롭다. 기사의 내용을 원문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경북영주군 풍기주일학교 유년부에서 거월 이십사일 오전열시에 성내동 례배당에 남녀어린이가 회집하야 부모들의 옹의로서 덕아산에 가서 유쾌히 놀았다고 합니다'

"동아일보를 검색해서 찾았는데 생각보다 자료도 많고 자세히 나와 있어 저도 사실 놀랬습니다. 제 딸아이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해요. 그래서 쉬는 날이면 애비 부탁으로 동아일보에 가서 자료를 찾아 보내곤 합니다."한다.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부전자전(父傳子傳)이라는 사자성어가 절로 떠오른다.

이렇게 모은 자료들은 2~3년 후 '풍기 100년사'란 이름으로 출판될 것이라고 하니 정말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그는 3년 전 전국 각 지역의 인삼재배 내력 중 풍기인삼이 각종 자료를 통해 고증된 가장 오래된 역사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해 지역사회의 화제를 모은 '풍기인삼천오백년사'를 발간한 것을 비롯 다양한 글감으로 '뒤돌아보는 길이 더 아름답다', '다시 태어나도 이 땅에', '지역산업을 알고 미래를 열자', '님의 뜻은 먼 곳에' 등의 저서가 있다.

김인순씨, 그와 대화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서니 사무실2층 창으로 넓게 펼쳐진 금계들과 멀리 동양대학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정감록의 10승지 중 으뜸이라는 곳이 저기 어디쯤일 것이다. 오후의 봄볕이 따사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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