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와 염불과 퇴비 그리고 산채 비빔밥

우리고장 영주시 문수면 출신 언론인 여태동 시인이 첫 시집 ‘우물에 빠진 은하수 별들’(달아실 출간)을 펴냈다.

문수면 승문1리 막지고개(막현마을)에서 태어나 문수중부초교를 졸업한 후 영광중에 재학하다 대구로 유학해 경북대 영어영문학과(국문학 부전공)를 졸업한 여 시인은 본지 846호(2022년 1월7일자)에 애향인으로 소개한 ‘뼛속까지 영주사람’이다. 최근에는 문수중부초등학교 31회 동창회장을 맡았다.

1994년 불교신문에 입사해 기자와 편집국장을 거쳐 현재 논설위원을 역임하고 있는 등 30여 년을 불교언론인으로 외길을 걷고 있다. 동국대에서 사회복지학 석사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에서 법정스님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여 시인은 고1때 문학동아리 ‘청죽(靑竹)’활동을 하면서부터 문학도의 꿈을 키워 오다 2021년 ‘시와세계’로 정식으로 등단했다.

여 시인은 고양시에서 20여 년 동안 농사를 짓고 있는 도시농부이기도 하다. 이같은 이력을 바탕으로 이미 ‘고택스테이-명문가에서의 하룻밤’, ‘도시농부일기’ 등 10여 권의 책을 펴낸 중견작가다.

이번 첫 시집은 여 시인의 지난 이력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시집을 편집한 박제영 시인은 “잉크와 염불과 퇴비 그리고 산채 비빔밥과 같은 시집”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경북 영주 막지고개 산골마을에서 나고 자란 촌놈이라 기자 생활하면서도 주말농장을 얻어 농사를 짓다가 자급자족을 위해 아예 도시농부가 되었단다. 그랬구나 싶었다. 그의 원고에서 잉크 냄새와 염불 냄새 그리고 퇴비와 농작물 냄새가 한데 뒤섞여 풍긴 것은 우연이 아니었던 것. 그가 차린 첫 상의 메뉴는 다름 아닌 산채 비빔밥이었던 것.”

시집을 들여다 보면 고향 영주에 대한 애정이 ‘고향의 언어를 담금질하다’, ‘간이역’, ‘나 고향집으로 돌아갈라이더’, ‘무섬연가’, ‘아부지요 아부지요’ 등 곳곳에 묻어난다. 특히 ‘막지고개 인동초’가 백미다.

“고향 막지고개 넘어가는 / 질밤재 풀섶에 / 달밤재 돌틈에 / 매년 피었었니더// 추운 겨울 이겨내고 / 잘도 꽃 피운다고 / 인동초라 했니더 // 금색 은색 초롱꽃 매단다고 / 금은화라고도 불렀니더 // 90살 넘은 우리 할매 / 이 꽃 따서 말려 / 영주장 내다 팔면 / 봄이 다 가고 / 여름 오는 줄 알았니더 <중략> 눈 감으면 쌈지에서 / 인동초 꽃 말려 판 / 꼬깃한 돈 꺼내 / 손주 꽈자 사주려던 / 우리 할매 거친 손 / 지금도 눈에 서언하이더”

구수한 영주사투리로 쓰여져 고향 영주에서의 어린시절 할머니에 대한 애절한 사랑이 잔뜩 묻어난다.

첫 시집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여 시인은 고향인 영주시 문수면으로 회귀하려는 귀거래사도 노래한다.

“우두커니 나를 본다. 시(詩)랍시고 끄적거리기를 30년여 첫 시집을 내고 우두커니 서서 나를 본다. 가쁜 숨 헐떡거리며 희덕수그레하게 서 있는 너는 누구냐? 지나 온 세월 덧없고 살아갈 세월 까마득하여라.

학가산 바라다보이는 고향 막지고개에 초가삼간 지어 구들 놓고 군불 지피며 살며, 바지게에 활자 가득 지고 질밤재와 달밤재 오르내리며 시밭(詩田)일굴 날 기다린다.”

추천사를 쓴 문태준 시인은 “여 시인의 첫 시집은 기쁜 일도 많고 곡절도 많은 우리의 일상을 활달하게 노래한다. 자연의 시은(은혜를 베풂)에 감사하는 소박한 농심이 있고, 고향의 언어는 실감나고 따뜻하다. 속진(속세의 티끌)을 기록한 듯하지만, 읽고 나면 속진이 없다”고 평했다.

여 시인의 대학원 시절 박사학위 논문을 지도했던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백원기 교수(문학평론가)는 시집의 해설에서 “‘생명존엄’ 복밭(福田)에 피어난 시어(詩語)의 향연(饗宴)”이라고 정의하면서 “시인이라는 호칭보다는 ‘기자’라는 호칭이 잘 어울리는 여 시인을 30년여를 지켜본 소회는 ‘아주 맑은 영혼을 가진 건장한 불교 인재’였다”고 칭송했다.

시인은 “내년에는 ‘영주-사는게 밸꺼 있니껴’라는 두 번째 시집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꽁보리밥 된장국 싹싹 꼬치장 비배 한그륵 꿀떡 넘기고 싶니더’. 우물에 빠진 것이 은하수 별들뿐만 아니라 독자들의 마음도 빠질 것 같다. 그의 두 번째 시집이 벌써 기대감을 심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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