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농가공 ‘부산물’, ‘폐기물’이라는 단어를 없애겠다”

우리고장 영주는 전국 228개 지자체 중 67번째로 소멸위험이 높다. 인구 10만 붕괴도 바로 눈앞에 두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새로운 로컬 창업 모델로 상황을 반전시켜보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프로젝트가 있다. 구도심에 청년 교류 공간을 만들어 소셜벤처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는 ‘STAXX(스택스)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소셜벤처 액셀러레이터 임팩트스퀘어와 SK스페셜티, 영주시가 손잡고 출범한 민관 협력 프로젝트로 현재 지역 자원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10개 소셜벤처를 발굴해 육성하고 있다. 본지는 스택스 프로젝트의 사업 전략과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로컬 창업 모델을 구축하고 있는 10개의 소셜벤처기업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그린 티켄팅 테크놀로지(GDT) 자체 기술 보유

기능성 성분 800% 증가, 93% 이상 재활용 가능

 

퍼미스 업사이클링 그린 뷰티 브랜드 ‘빈느와’ 운영

농산물 폐기비용 절감, 부가가치 창출 시너지 효과

와인 부산물 퍼미스
와인 부산물 퍼미스

전 세계적으로 매년 3천만 톤의 와인이 생산되고 있다. 그리고 연간 1천만 톤 이상의 와인 부산물인 ‘퍼미스(Pomace)’가 그냥 버려지고 있다. 버려지는 방대한 양의 퍼미스는 매립되거나 소각되면서 매년 서울시 면적의 토양을 산성화시키고 자동차 260만 대 분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얘기도 있다.

특히 사과와 포도, 복숭아 등 과실 생산이 많은 우리고장 영주의 경우 폭우나 우박 등 기상재해로 인해 버려지는 농산물도 많다. ‘디캔트(대표 김상욱)’는 이처럼 매년 버려지는 와인 부산물인 ‘퍼미스’나 농산물을 활용해 화장품 등을 개발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소셜벤처기업이다.

창업의 계기, 그리고 디캔트의 기술

김 대표는 식품공학과 와인 미생물학을 전공한 연구자이자 과학자이다. 창업 전 박사 과정을 밟던 독일 유학 당시 포도밭과 와이너리 사이를 산책하던 중, 아무렇게나 버려진 와인 퍼미스를 마주하게 된 것이 디캔트를 창업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독일에서 와이너리 근처를 산책하고 있을 때였죠. 와인을 만들고 남은 부산물이 보도에 엄청나게 버려져 있는 걸 봤거든요. 유럽이 와인의 종주국이잖아요. 그럼에도 와인 부산물을 활용하지 않고 다 버리더라고요. 연구자로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부산물에 어떤 성분이 있는지, 어떤 기능성이 있는지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연구했고, 가능성을 봤죠. 그렇게 창업을 결심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화장품 산업이나 식품 산업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김 대표는 바이오 소재를 취급하는 일반 기업체에 취업해 역량을 키울 수 있었고 입사 4년 차쯤부터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비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밤에 모교에 가서 혼자 실험도 하고 기술 개발도 하면서 남모르게 애를 많이 썼다”며 “이미 창업 전에 특허가 있었기 때문에 더욱 이 길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고 했다.

와인 부산물은 강력한 산성 성분을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토양 산성화를 초래하기도 하고, 매립하거나 소각하면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등이 환경 문제로 직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정부 차원의 부산물 관리가 이뤄지고 있고 미국은 지난 2월부터 와이너리에 부산물의 발생량에 따른 강력한 환경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 대표는 자체 개발한 기술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디캔트는 자체 기술로써 그린 티켄팅 테크놀로지(GDT)라는 기술을 보유를 하고 있다. 이 기술은 버려지던 농가공 부산물의 기능성 성분을 약 800% 정도 증폭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와인 부산물뿐만 아니라 다른 농가공 부산물 모두에 적용을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화장품 소재나 식품 원료로 함께 전환할 수 있는 기술이다.

김 대표는 “기능성도 높이고 친환경률도 높여 부산물의 약 93% 정도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화장품 소재로선 최초로 녹색기술 인증까지 받았다”고 강조했다.

연구 중인 디캔트 김상욱 대표
연구 중인 디캔트 김상욱 대표
디캔드 제조업장

디캔트의 시행착오, 그리고 목표

디캔트의 목표도 명확했다. “테라사이클이라는 글로벌 업사이클 기업이 있어요. ‘지구상에서 쓰레기라는 단어의 개념을 없애겠다’는 게 이 기업의 미션이에요. 모든 쓰레기를 재활용하겠다는 거죠. 저희는 농가공 업계의 테라사이클이 되려고 합니다. 와인 부산물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버려지던 농가공 부산물들을 가치 있게 리딩하는 역할을 디캔트가 하고 싶어요. 그래서 농가공 부산물 폐기물 쓰레기라는 단어가 없어지게 하는 것. 그것이 저희의 최종 목표입니다.”

김 대표가 소비자에게 생소한 와인 부산물을 상품으로 개발하면서 모든 것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처음 시도하는 사업인 만큼 와인 부산물을 폐기물로 보느냐, 소재 원료로 보느냐에 따라 폐기물 처리 업체가 될지, 화장품 원료 생산업체가 될지 정해지는 중요한 결정의 순간도 있었다. 어렵게 정부 부처와 협의했고, 다행스럽게 부산물은 원료로 볼 수 있다는 결론이 났지만 사업을 접을 수도 있었던 갈림길이었던 셈이다.

김 대표는 “와인 부산물을 바를 수도, 먹을 수도 있다는 소비자의 인지도가 확산되기 시작하면 창출하고자 하는 사회적 가치 또한 자연스럽게 창출될 수 있다”며 “보통 임팩트 비즈니스를 지향하는 기업들의 경우, 사회적 가치의 창출이 우선시 되고 그 후에 이익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디켄트는 이익 발생과 동시에 사회적 가치가 동반되는 사업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와인 부산물 퍼미스 작업
와인 부산물 퍼미스 작업
디캔트와 영주 농산물유통센터가 맺은 MOU
디캔트와 영주 농산물유통센터가 맺은 MOU

시장에 내놓은 부산물 업사이클링 그린 뷰티 브랜드 ‘빈느와(VINOIR)’

디캔트는 현재 와인 부산물 업사이클링 그린 뷰티 브랜드 ‘빈느와(VINOIR)’를 운영 중이다.

김 대표는 “개발 중인 기술이 내년 2월쯤 완성 예정인데 화장품의 내용물 상당 부분이 친환경 성분으로 구성된다”며 “다른 친환경을 표방하는 브랜드들에 비해 월등한 구성이라 친환경 제품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이 저희 제품을 선택하실 수 있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지금 친환경 화장품이나 비건 뷰티 키워드들이 굉장히 주목받고 있지만 사실 패키지만 친환경인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디캔트라는 회사가 널리 알려지면, 친환경 화장품을 만들고자 할 때 저희 소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영주 경제속으로’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에서는 농산물 폐기비용 절감은 물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등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 이전부터 대구경북능금농협 산하 영주 농산물유통센터와 협업하여 비상품 사과를 이용한 소재, 제품화를 진행한 이력도 있었어요. 이전까지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과일의 처리에 톤당 수십만 원이 소요됐는데 이제는 저희와 함께 폐기비용에 대한 절감은 물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된 거죠. 결과적으로 처음에 창업했을 때 생각했던 부산물의 고부가가치화를 지역 단위에서 만들어낸 최초의 사례가 영주시가 됐고,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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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그린애플프로젝트, “영주사과비누 사용해 보세요”

[인터뷰]디캔트 김상욱 대표

Q. 와인 찌꺼기를 사용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 제 전공이기도 했고요. 버려지는 부산물을 먹거나 얼굴에 바른다는 그런 행위 자체가 아직까지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약간 그런 꺼림칙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실제로 와인찌꺼기 같은 경우는 옛날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나 그리고 고대 그리스로마의 귀족들도 피부를 가꾸기 위해서 사용했던 전례가 있었습니다.

와인을 만들고 남은 찌꺼기 부산물이라는 표현보다는 저희는 퍼미스라는 단어를 쓰고 있고요. 이 퍼미스를 사용해 옛날 고대 그리스 그리고 프랑스 왕비들이 썼던 것처럼 피부를 좀 더 고급스럽게 관리해 보자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와인 부산물을 선택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Q. 디캔트가 추구하는 목표나 가치가 무엇이며 빈느와 제품의 특장점은 무엇인가요?

- 디캔트의 목표와 가치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세계적인 글로벌 업사이클인 기업 중에서 테라사이클이라는 기업이 있습니다. 코카콜라, 델몬트 그런 국제적 식품기업들과 함께하고 있는 업사이클링 기업인데요. 그들의 목표가 ‘지구상에서 쓰레기라는 단어의 정의를 없애자’라는 목표입니다.

저희는 농가공분야에서 ‘농가공쓰레기’라는 단어를 없애자라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술, 그리고 저희가 그 기술로 만들어낸 소재 및 제품은 기능성 부분을 훨씬 더 증폭시킨다라는 기능적 측면도 우수하지만 버려지는 부산물을 약 93% 이상 재활용한다는 친환경성도 가지고 있고요. 그리고 해당 동일한 공정에서 식품과 화장품을 모두 함께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적 차별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친환경을 추구 하신다거나 비건 제품 추구 하신다거나 이런 다양한 사회 가치적인 부분을 만족시키고 싶은 소비자분들께서 언제나 만족하실 수 있게 제품화를 하고 있고요. 그리고 나아가서 이런 부산물이 발생하는 식품기업 와이너리 등에서도 자신들이 버리는 폐기물의 비용도 줄이고 소재와 제품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그런 제품 브랜드이고 기술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Q. 빈느와 제품의 소재인 과일의 부산물이나 와인 찌꺼기의 원재료 수급에 문제는 없나요?

- 유럽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어 와이너리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었고요. 그래서 ‘우리가 이러한 아이템을 하려고 하는데 너희가 이런 원료를 좀 수급해 줄 수 있는지 확답을 받고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그들이 톤당 약 30만 원 정도의 비용을 주고 버리고 있었던 부분이기 때문에 저희가 그 비용도 절감시키고 또 좋은 가치를 담은 원료 그리고 제품까지 만들 수 있다는 점에 공감을 해줘서 굉장히 쉽게 수월하게 원료들을 확보하고 있고요.

국내 와이너리들과도 협업을 하고 있고 더 나아가서 농가공, 부산물, 예를 들자면 낙과 그리고 적과 그리고 주스를 만들고 난 찌꺼기 등을 저희가 직접 소재화하고 제품까지 하고 있습니다.

현재 영주에서는 저희가 대구경북능금농협, 영주농산물유통센터와 협업해 저장성을 잃고 본연성 잃은 비상품 사과들을 소재화하고 제품화하는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영주그린애플프로젝트’라고 하고요.

현재 만들어진 소재로 이와 같이 비누 제품들을 이미 생산을 했고 해당 농협의 로고를 넣어서 좀 더 사회 가치적인 제품들 그리고 이러한 폐기물들을 재활용한다는 부분들을 농협과 함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와인 부산물뿐만 아니라 농가공 부산물 또한 지자체와 함께 협업하면서 그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영주사과비누
영주사과비누
빈느와 토너
빈느와 토너

Q. 빈느와 제품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해당 제품은 영주그린애플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사과의 항산화 성분들을 별도로 추출하고 기술을 통해 그 효과를 훨씬 더 증폭시켰고요. 모발 개선이나 피부, 항산화 그리고 피부미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거란 제품입니다. 해당 제품은 샴푸 바고요. 이 박스 안에 샴푸 바, 스페셜 바, 그리고 바디바 이렇게 총 3종의 패키지로 되어 있습니다. 농협과 함께 만들었으니까 훨씬 더 신뢰할 수 있고 믿을만한 제품이니까 혹시나 시장에서 만나 게 된다면 기분 좋게 손을 한 번 내밀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 최근 그린뉴딜이다, ESG라고 해서 저희처럼 친환경적으로 뭔가를 업사이클링하고 리사이클링 하는 기업들이 굉장히 많아지고 있는데요. 아직까지도 이러한 부산물들을 소재화하고 제품하고 그것을 사용하는 것에 있어서 고객분들의 꺼림칙함이 남아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기업들도 그렇고 고객분들도 그렇고 저희가 정말로 이렇게 친환경적이고 깔끔하게 깨끗하게 위생적으로 소재화, 제품화를 하고 있으니까 만약 이러한 업사이클링 제품들을 저희 브랜드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의 브랜드를 시중에서 보시게 된다면 쉽게 손을 내밀어서 한 번 사용해 보시길 권장드리고 싶고요.

이러한 문화를 지금부터 준비를 해나가야 저희가 지구도 생각하고 그리고 지역도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오공환·윤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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