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을 통해 공간 재생과 지역 재생의 가치를 만들어내다

우리고장 영주는 전국 228개 지자체 중 67번째로 소멸위험이 높다. 인구 10만 붕괴도 바로 눈앞에 두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새로운 로컬 창업 모델로 상황을 반전시켜보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프로젝트가 있다. 구도심에 청년 교류 공간을 만들어 소셜벤처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는 ‘STAXX(스택스)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소셜벤처 액셀러레이터 임팩트스퀘어와 SK스페셜티, 영주시가 손잡고 출범한 민관 협력 프로젝트로 현재 지역 자원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10개 소셜벤처를 발굴해 육성하고 있다. 본지는 스택스 프로젝트의 사업 전략과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로컬 창업 모델을 구축하고 있는 10개의 소셜벤처기업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전국에 빈집 리모델링해 다양한 유형의 공간 운영
공간과 지역민 연결 중간 역할 ‘공간활용 프로젝트’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빈집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빈집은 화재, 붕괴 등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고 미관 저해, 쓰레기 무단투기 등 주민들의 불편 요인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도시의 쇠퇴로도 이어질 수 있다.

영주시가 2021년 시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고장 농촌 빈집은 700여 동으로 이 중 상태가 양호한 1·2등급 빈집이 63%, 철거를 요하는 불량한 3·4등급 빈집이 37%이다.

이처럼 늘어나는 빈집으로 인해 주거생활에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아무도 찾지 않는 낡고 허름한 빈집을 활용, 지역의 부족한 공유시설 공간을 확보해 쾌적한 도시환경을 조성하는 기업이 있다. 바로 STAXX 소셜벤처 ‘블랭크(대표 문승규)’이다.

지역 재생과 공간 재생, 인구 소멸 문제 해결

‘블랭크’는 지역에서 단기 거주 수요를 가진 소비자에게 빈집을 리모델링해 만든 양질의 주거 공간과 지역 커뮤니티를 소개하는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강릉, 속초, 제주, 여수 등의 지역에 유휴하우스 10개 점을 운영 중이며 올해 들어 우수한 영주의 접근성을 활용해 내륙 지역으로 유휴하우스 운영을 확장하고 있다.

공간 기획과 운영 등 전반을 다루면서 지역 재생과 공간 재생, 궁극적으로는 인구 소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동작구에 사무실을 내고, 건축 설계와 관련된 일을 해오면서 다양한 공간을 만났습니다. 신축 프로젝트도 있었지만 실제로 많이 작업한 건 리모델링이나 방치된 건물을 바꾸는 일이었어요. 그러다 지역 곳곳에 있는 공간이 눈에 들어오게 됐죠. 임대가 안 된 채 비어 있는 공간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공간이 방치돼 있어서 공간과 사람, 이 둘을 연결하는 접점을 잃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나섰어요. 블랭크가 공간과 지역민을 연결해주는 중간 역할을 해야겠다고요”

‘블랭크’가 지역 공간 활용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다. 부동산 시장에서 사각지대에 있는 유휴공간을 수리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공하면 공간 활용도도 높이고, 그 안에서 다양한 커뮤니티도 만들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그렇게 유휴공간 중에서도 방치된 주거 자원인 ‘빈집’에 대한 생각을 발전시켰고 ‘빈집’을 누군가 거주할 수 있는 집으로 바꿔낼 수 있다면 거시적으로 봤을 때 분명 지역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한다.

상줄동 필두마을 '유후하우스'
상줄동 필두마을 '유후하우스'

상줄동 필두마을 빈집 이용, 한달살기 ‘유휴하우스’ 오픈

‘블랭크’는 현재 전국에 다양한 유형의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유휴공간이나 유휴상가를 활용한 코워킹(coworking) 공간과 커뮤니티 겸 위스키 바인 ‘공집합’을 운영하고 있고 서울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수에는 ‘포트타운’이라는 이름으로 다이닝과 카페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3년 전부터는 남해, 제주, 여수, 속초 지역의 빈집으로 단기 임대 주택(유후하우스)을 제공해오고 있다. 우리고장 상줄동 필두마을에도 2년 동안 비어있던 빈집을 이용해 한달살기, 단기 렌탈하우스 형태의 ‘유휴하우스’를 만들어 최근 오픈했다.

“이 프로젝트는 원래는 저희가 서울에서만 작업하다가 처음으로 지역에 관심을 가진 곳이 남해였고요. 남해의 빈집을 리모델링해 귀촌을 원하는 분에게 공간을 제공하는 사업이었죠. 거의 5년 정도 무관심 속에 있던 빈집의 건물주 분을 찾아간 적이 있어요. 저희에게 빌려주시면 잘 고쳐서 10년 동안 운영해보겠다고 했죠. 다행히 그 제안을 흔쾌히 승낙해주셔서 저희가 직접 투자하고 수리를 한 유휴하우스가 처음 오픈할 수 있었어요”

현재 남해 유휴하우스에는 2년째 살고있는 거주민이 있다. 서울에서 자녀와 함께 내려와 실제 거주를 하고 있는 사례로 지역소멸시대에 지역을 다시 활성화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주목받고 있다.

문 대표는 “실제 가족이 살고,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니 이 프로젝트는 진짜 의미가 있고, 이런 사례를 더 많이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통해 농촌 빈집을 체험공간으로 전환하는 기본 계획 용역을 맡는 등 영주시와도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문 대표는 “유휴 프로젝트를 진행한 지역들은 대부분 휴양지, 관광지 위주이기에 실제 거주자도 많고 여행객도 많았지만 영주에 와보니 숙박하고 가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며 “하지만 지역민들이 지역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지역의 변화를 원하고 있어 지역 특성을 고려한 ‘영주 버전’의 새로운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를 계속 연구하면서 다양한 빈집들을 보러 다니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지역 곳곳에 생겨날 새로운 공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대목이다.

필두마을 소재 '유후하우스'
필두마을 소재 '유후하우스'

지역의 가장 큰 가능성은 자립이 가능한 자원이 많다는 것

단기간에 많은 성과를 얻었지만 시행착오도 많았다. 일단 빈집이 있다고는 하지만 매물에 나오는 경우도 거의 없고, 소유자를 찾는 일도 쉽지 않음은 물론 주인을 찾았다고 해도 단번에 진행되는 게 아니라 장시간의 설득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냥 방치해두는 게 낫다고 하시는 분도 계시고, 지금 팔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는 분도 있었어요. 그래서 집 구하는 게 어려웠어요. 그리고 그 빈집을 저희가 고쳐서 운영했을 때 외지인이 거주하게 되는데 이미 살고 계시던 지역주민들이 불편해하신 부분도 있었어요”

문 대표가 말하는 지역의 가장 큰 가능성은 자립이 가능한 자원이 많다는 것이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사업 경쟁도 치열하고 아무리 열심히 해도 경쟁에서 뒤처지기 일쑤다.

이 때문에 문 대표는 “뭔가는 하고 싶지만 경쟁에서 지친 사람들이 오히려 지역을 베이스로 시작해보는 것이 가능성이 더 크다”며 “확실히 경쟁자가 많지 않을뿐더러 지역만의 자원을 이용하면 대도시에서는 만날 수 없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역에서의 새로운 시작을 권유했다.

“지역에 사는 개인이 살고 싶은 동네에서 진짜 원하는 일상을 만들고, 자기 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하는 그런 공간을 제공하는 게 훨씬 좋다는 신념이 생겼어요. 지역 곳곳에 이런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거주해보고, 경험해보고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사는 것과 비교했을 때 긍정적으로 변화가 이뤄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지역에 사는 삶’을 꿈꾸는 분들을 연결하고 긍정적인 사례가 지역에 퍼지는 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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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문제 해결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

[인터뷰] 블랭크 문승규 대표

Q. 영주 STAXX에 입주한 계기는?

- 처음에는 서울 동작구 상도동이라는 지역에 그 당시에 저희가 지역에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들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역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인구 감소와 빈집이 늘어나는 현상들을 보면서 서울에만 있을 게 아니라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으로 성장해야 되겠다’라는 생각들을 하면서 지역 프로젝트를 계속해 진행을 했었고요.

처음에는 경남 남해에서 유휴하우스 남해 1호점을 시작으로 ‘유휴’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고 영주는 ‘STAXX’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처음 오게 됐습니다.

Q. 영주에서 진행한 사업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 지난해 12월에 처음 영주라는 지역에 와서 가장 먼저 했던 일은 그 지역의 빈집들을 발굴하는 일이었습니다. 사실 영주와 연고가 있는 지역이 아니다 보니 어디서부터 빈집을 찾아야 될까 막막했었는데요.

처음으로 지역에 있는 중개사분들이나 아니면 지역에 오래 사셨던 분들을 통해 계속해서 이 지역의 빈집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발굴하는 일들을 가장 먼저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굉장히 빈집들이 늘어나고 있고 잘 활용되지 않은 것들을 보면서 계속해서 빈집 소유주분들을 만나 ‘이 빈집을 같이 개발했으면 좋겠다’, ‘조금 더 이 빈집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설득했고 그중에 한 주택의 소유주 분이랑 이야기가 잘 돼서 최근에 ‘유휴하우스 영주’라는 이름으로 ‘한 달 살기’를 할 수 있는 그런 단기 임대주택공간을 오픈했습니다.

2년 정도 비워있던 빈집인데 기존에 마당에 있던 축사나 이런 것들을 철거해서 영주에서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전환했고, 최근에 일주일 단위로 입주자분들이 계속해서 머물면서 영주에서 조금 더 길게 머물 수 있는 기회들을 제공해 드리고 있습니다.

Q. 블랭크의 사회적 가치를 정의해 본다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 최근에 인구가 감소하고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지역의 인구감소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나중에 지방이 전부 다 소멸할 거라는 그런 위기감도 지역에 굉장히 많이 퍼져 있는데요. 저희가 하는 일들은 사실 이런 지역의 가치를 계속해서 발굴하고 그 가치를 사람들에게 전달해 드림으로써 이 지역에 다시 그런 사람들이 방문하게 하는 그런 역할들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영주시 같은 경우도 인구 10만이 곧 무너지는 시기가 오고 있는데 지역의 생활인구를 늘리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영주라는 지역에 더 관심을 갖고 영주에 애정을 갖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 저희가 그러한 빈집을 활용해 영주에 관심 가는 사람들을 계속해서 늘리는 것에 굉장히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돌이켜볼 때, 가장 큰 난관과 애로사항은 무엇이었는지요?

- 가장 어려웠던 점은 결국에는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오래된 지역에 뭔가 새로운 저희 같은 기업들이 들어와서 빈집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을 때 사실 굉장히 불신으로 바라보시는 분들이 많으셨던 것 같아요.

‘이게 되겠냐’, ‘지역에 왜 그런 빈집들을 굳이 부수지 않고 살리려고 하느냐’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하셨던 것도 있었고요. 그러한 ‘불신들을 어떻게 하면 신뢰를 계속 쌓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들을 하면서 저희가 더 많이 찾아다니고 사람들과 만나면서 이런 관계를 형성하고 그런 새로운 사례들을 만듦으로써 빈집을 이렇게 리모델링했을 때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를 줄 수 있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최근에 저희가 ‘유휴하우스’를 준비하고 오픈하면서 이런 사례들이 앞으로 더 많이 늘어나면 ‘지역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특히 보람이 느껴졌던 순간이나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 이제 영주 유휴하우스를 오픈하고 지금 굉장히 다양한 분들이 저희 공간에서 일주일 정도 머물다 가고 계시는데요. 그분들이 실제로 오셔서 말씀해 주시는 것들이 굉장히 감동적인 것 같아요.

첫 번째 입주하셨던 분이 부모님이랑 같이 따님이 일주일 동안 여행을 오셨는데 사실 그분들은 가족 여행을 많이 다니시는 분들이더라고요. 지역을 옮겨 다니면서 계속해서 일주일, 한 달 이런 식으로 계속 여행을 다니셨었는데 영주라는 지역의 매력에 처음으로 어떻게 보면 경험을 하게 되셨고 영주가 굉장히 매력적인 지역이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유휴하우스’에 머무는 동안 마당에서 계속해서 커피를 마신다거나,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식사를 같이 하신다거나 이런 것들을 보면서 ‘기존에 도시에서 살던 분들이 어떤 지역에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는 것과 굉장히 의미가 있구나’라는 생각들을 하면서 그런 보람들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Q. 조만간 추진하거나 도전해보고 싶은 사업영역이 무엇일까요?

- 빈집을 거래하거나 뭔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기존의 부동산 플랫폼들은 대부분 도시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보니까 지역에 있는 빈집정보를 찾기가 쉽지가 않은데 최근에 ‘유휴’라는 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11월 중에 빈집 직거래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지금 개발하고 있고 빈집 직거래 플랫폼을 이용해 더 많은 빈집들을 저희가 확보하고 빈집을 연결해 드리는 일들을 앞으로 해 나갈 예정입니다. 저희가 영주를 시작으로 해서 경북지역, 그리고 계속해서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들의 그런 빈집 문제를 선도적으로 해결하는 그런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합니다.

Q. 유휴하우스를 이용하려면 어디서 예약을 할 수 있나요?

- ‘유휴하우스’라고 포털에 검색을 하시면 홈페이지로 연결이 되는데, 운영하고 있는 다양한 유휴 하우스의 정보와 예약할 수 있는 그러한 정보들이 있습니다. 저희가 현재 남해, 제주, 여수, 속초 등 이런 소도시에 있는 빈집들을 직접 관리하면서 한 달 살기를 할 수 있는 주택들을 제공하고 있고요.

최근에 영주, 단양 그리고 내년 상반기에는 안동에 있는 빈집도 곧 업로드할 예정이라서 많은 분들이 홈페이지에 오셔서 확인하시고 찾아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오공환·윤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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