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주년 기념사업 준비하는 순흥초교 권경준 총동창회장

요즘 순흥초등학교 동문들은 무척 바쁘다. 오는 4월 7일이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자신들의 모교가 개교 100주년이 되기 때문이다.

동문들 중에서도 총동창회를 앞에서 이끌며 100주년 기념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권경준 회장(64)은 그 누구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사람 중 한 사람이다.

"4월 7일이 평일이라 멀리 계시는 동문들이 오시기 불편할 것 같아 다음날인 4월 8일 토요일에 개교 100주년 행사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동문들은 물론이고 영주지역 분들을 모시고 다양한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최근 순흥초교 내에 마련된 100주년 기념 행사준비사무실에서 만난 권경준 총동창회장의 말이다.

순흥초교는 1906년 4월 7일 사립 흥주소학교로 개교한 이래 현재 동문들을 7천여명 가량 배출했다. 꼭 100년을 맞는 오는 4월 8일 항일운동 기념비 제막식과 개교 100주년 기념비 제막식, 100주년 기념식수 행사 등을 갖고 재학생 작품전과 희귀 사진들을 모은 100년사 사진전시회도 연다. 그리고 100주년 기념책자도 발간할 예정이다.

특히,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에게 항거하다가 퇴학 당한 학생들에게 명예 졸업장도 수여하고 창씨 개명으로 졸업장을 받은 동문들에게 우리 이름으로 된 졸업장을 다시 수여하는 졸업장 수여식도 계획하고 있다. 역사가 오랜된 만큼 수집해야할 자료도 많고 기념하고 정리해야할 현안도 많다.

이 같은 100주년 기념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권 회장은 순흥초교 41회 졸업생이다. 권 회장은 중학교까지 순흥에서 수학하고 고등학교와 대학교는 부산과 서울에서 다녔다.

"순흥에서 '57년까지 살았어요. 이후 집이 부산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저는 그 보다 앞서 부산엘 갔구요. 제가 종손에다가 아버님께서는 또 외아들이세요. 그래서 집안에서는 중학교만 졸업하면 장가를 보낸다고 이곳 저곳 알아보는 겁니다. 그래서 결혼한 누님이 사시는 부산으로 도망을 갔어요." 그래서 권씨는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부모님의 뜻을 거스르고 부산에서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신문배달을 하며 직접 학비를 벌어야 했다.

“당시만 해도 한 신문사에서 조간과 석간을 모두 찍었기 때문에 새벽과 저녁으로 신문을 돌렸죠. 조간은 괜찮은데 석간은 마지막 수업 한 시간을 빼먹어야 제 시간에 돌릴 수 있었어요. 그래서 늘 마지막 수업은 못 들었죠. 당시 신문지국장을 하시던 분이 제게는 참 잘해줬어요. 집에(순흥) 다니러 갈 때면 차비를 쥐어 주곤 했어요."

어렵게 고등학교를 졸업한 만큼 당시의 기억을 비교적 또렷이 설명하는 권 회장은 이후 연세대학교 부산분교 국문과를 입학했다.

"대학을 다니다가 군엘 갔는데 재대 후 복학을 안하고 바로 직장생활을 했어요. 공채로 마사회에 입사했습니다. 마사회에서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권 회장은 27년간 마사회에 근무했다. 마사회에서 경마처장, 총무처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거치면서 업무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학벌이 번번이 문제가 되더란다. 그래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단국대학 경영학과를 다시 입학해 주경야독 끝에 졸업했다.

"정말 최선을 다해 살아도 뜻대로 안 되는 일이 있더라구요. 직장생활이 저에게는 그렇더군요." 그는 마사회를 그만두고 귀향을 했다. 현재 권 회장은 휴천동 역앞에 소재한 신라궁전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권 회장은 "이번 100주년 기념사업을 통해 동문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것은 물론 일제시대, 6.25전쟁 등 굴곡의 세월을 모두 겪은 모교가 지역사회에서 귀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회사를 그만두면서 아내와 여행도 다니고 모처럼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권 회장은 고등학교 동창생 모임에서 알게 된 동갑인 신순자씨와 일찍 결혼시켜 빨리 손을 잇겠다는 그의 아버지의 바램과는 달리 다소 늦은 28세에 결혼해 슬하에 2녀 1남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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