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탐방[384] 무형문화재 제15호_영풍장도장

영주 순흥면 선비촌내 정자에서 '영풍장도' 전시회 진행하고 있는 '이면규 장도장'
영주 순흥면 선비촌내 정자에서 '영풍장도' 전시회 진행하고 있는 '이면규 장도장'

나의 멋과 몸을 지킬 수 있는 ‘장도’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명품’ 유산

우리고장의 고귀한 무형유산인 영풍장도는 은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담고 있는 귀한 장식품이다. 옛스러운 멋과 고유의 멋을 잘 유지하면서 표현하고 있는 장도장 이면규(63)는 스승님이었던 김일갑 옹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 1975년부터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의 스승은 1990년 8월 7일 경상북도 영주시에 장도 제작 기술을 보유한 장인으로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15호로 지정됐다. 2001년 김일갑 옹이 돌아가시고 3명의 제자로 아들 고 김성운, 풍기은장도의 이면규, 영주은장도의 고준정이 함께 전수자로 남았다. 현재는 이면규 장도장이 후계자 명칭으로 ‘영풍장도’를 사용하고 있다.

'이면규 장도장' 이 직접만든 작품들이다
'이면규 장도장' 이 직접만든 작품들이다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재료가 장도 발달의 이유

영풍지역에서 장도가 발달할 수 있었던 계기는 금계리 일대에 광산이 네 군데나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장도에 관한 규제가 여러 대에 언급될 정도로 사치스러운 존재로 주목받기도 했으나 신분과 관계없이 널리 이용됐다.

당시 금, 은, 중석 등 귀중한 재료들을 손쉽고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던 환경때문에 제작 또한 용이했었다고 한다. 작고 이쁜 칼로서 남녀의 호신용, 장신구로 사용된 장도는 당시 음식에 독이 있는지 없는지를 검사할 수 있고, 아이들이 좋아했던 팽이를 깎거나 연도 만들 수도 있는 등 과거에는 첨단 도구였다.

‘먹고 살기 위해서’ 기술을 배웠다던 이면규 장도장은 오늘날 후계자로서 영풍장도를 전수받아 장도장으로 들어선 지 약 50년이 됐다.

“3명 중 제일 먼저 전수를 받았어요. 제 아들 이종현은 현재 다른 일을 하며 배우는 중입니다. 유덕목 옹은 제 스승이신 김일갑 옹의 스승으로 그 윗대는 기록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찾은 자료로는 200년 정도뿐이고 당시 우리고장에서 유일하게 장도나 가락지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여기로 왔었어야 했지요. 우리나라에서 소 사골(뼈)을 시작한 곳이 유일하게 영풍지역이고 소뼈는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노르스름하게 변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영풍장도는 예로부터 소 뼈를 재료로 우골 은장식인 을자 장도를 많이 제작했다. 장도는 재료나 형태, 가공 방법과 장식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형태에 따라 새을(乙)자를 버선코 모양으로 해서 을자장도, 은장도를 만들었다. 옛날부터 전해 내려온 전통 모양으로 현재까지 이용되고 있다.

장도 재료로 쓰이는 산양뿔, 노루뿔, 소 뼈 등이 진열되어 있다
장도 재료로 쓰이는 산양뿔, 노루뿔, 소 뼈 등이 진열되어 있다
새을자, 일자, 육각 문양 등의 장도 모습이다
새을자, 일자, 육각 문양 등의 장도

쓰임새에 따라 달라지는 다양한 작품들

현재 보유 중인 문양은 새을자문양, 일자문양, 육각문양 등 30점을 갖고 있다. 만드는 시간은 디자인과 쓰임새에 따라 일주일에서 보름 동안의 시일이 걸린다. 작가의 마음에 따라 제작되고 있다.

일상생활에 많이 사용된 ‘을자장도’는 허리춤에 차고 다니면서 즉흥적으로 사용될 때 아주 유용하다. 그 예로 음식을 먹고 체했을 때 손과 발을 찔러 소화제 역할, 밤을 깎는 용도 등 멋내기용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또, 여성들이 몸과 마음의 순결을 지키고자 품고 다녔던 그 유명한 ‘은장도’는 이면규 장도장의 섬세한 기술을 엿볼 수 있다.

임금님의 수랏상에 독성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용된 ‘첨사장도’는 젓가락이 들어간 것으로 조선시대부터 내려왔고 이 장도는 고려시대 문양을 내포하고 있다.

“작가는 자기 마음에 드는가 안 드는가에 따라 작품이 탄생합니다. 보통 사람들이 보는 눈이 다르기에…. 일반인이 보는 시각과 작가가 바라보는 시각은 조금 다르지 않겠습니까?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포착해 내는 것이 명장이 할 일이지요. 광은 낼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습니다. 작가가 어떻게 만들어 놓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장도가 품은 가치가 아닐까요?”

이외에도 토사곽란으로 고생할 때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며 기를 돌게 하는 ‘노리개장도’가 있다. 나머지 하나는 ‘동곳비녀장도’로 남녀공용으로 상투관과 머리카락을 고정하는데 활용했으며, 적으로부터 위험을 당할 때 호신용으로 갖고 다닌 작품이다.

영주 순흥면 선비촌 내 '대장간'
영주 순흥면 선비촌 내 '대장간'

선비촌에 가면 제작과정과 완성작 볼수 있어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MBC 사극 ‘연인’에 손과 장도만 출연 중인 이면규 장도장은 장도를 만드는 과정과 도구는 가지 수도 많고 여러 과정을 거친다.

1차로 동글동글한 은을 녹여 원하는 크기만큼 잘라서 넓이와 길이를 정한 다음 나무 또는 뿔로 할 것인가를 선택한다. 칼집과 칼자루, 장석 순으로 먼저 만들고 그다음에 날을 만드는 과정에 들어간다.

이러한 과정과 작품들은 영주 선비촌 내 대장간에서도 볼 수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 중이며 판매 가격대는 100만 원부터 다양하다.

“과거도 지금도 미래도 전혀 손색이 없는 작품들입니다. 조금 지나면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작품입니다.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없어요. 바람은 크게 없습니다. 오로지 ‘내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지요”

 

영풍장도

경북 영주시 안정면 신재로 527

☎ 010.2626.6186 (이면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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