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약이 되는 음식’을 만들다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자녀에 이르기까지 생업을 위해 대를 이어 간다는 것은 때론 당연하게, 때론 큰 결심이 필요하다. 우리 고장 영주에서 가업을 지켜가며 지역의 명품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그들의 삶에는 영주의 역사가 담겨있고 각각 쌓아온 전통이 있다. 본지는 현재를 살아가며 앞으로도 대를 이어갈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지역특산물 활용한 약선음식 연구 이어

대표적인 약선요리전문식당으로 발돋움

“햇살에 익히고 산바람에 식혀 빨갛게 영근 소백산 한조각 떼어서 올립니다”

이 문구에는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온 ‘약선당’(대표 박순화.63)의 한결같은 마음과 정성이 담겨 있다.

‘약이 되는 음식을 만드는 집’이란 뜻인 ‘약선당(藥膳堂)’은 소백산 자락에서 채취한 인삼과 약초 그리고 영주한우를 재료로 만든 약선요리전문점으로 박순화 대표에 이어 자녀들이 대를 이어 그 맛을 지켜가고 있다.

약이 되는 음식으로

약선당이 자리하고 있는 봉현면이 고향인 박 대표는 25세에 결혼해 종가에서 생활하던 중 우연한 기회로 음식업을 시작한 계기가 지금의 약선당으로 이어졌다.

당시만 해도 결혼과 동시에 여성들은 직장을 퇴직해 전업주부로 생활할 때였기에 종가 어른들을 모시고 살던 박 대표에게 어른들의 사업 승낙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뭘 해도 잘 해낼 것이라는 어른들의 믿음에 대학에서 인테리어 디자인학과를 다니며 응용미술을 배운 실력으로 실내인테리어도 하고 좋아하던 음악도 매장에 틀며 레스토랑의 분위기를 한껏 만들었다. 그렇게 3년만 운영해보자고 시작한 것이 지금 35년이 넘었다.

“풍기 사거리에 위치한 ‘모던 타임’ 레스토랑인데 유명했어요. 추억의 모던 타임이라고 돈가스가 먹고 싶거나 데이트, 맞선을 보는 장소였죠. 추석 때나 설에 서울에서 내려와 맞선을 많이 봤어요. 이제는 약선당이 또 다른 상견례 장소가 됐지요”

이 레스토랑은 좋은 분위기로 인해 당시에도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음식 맛이 좋았다고 한다. 음식을 배우게 된 동기에 대해 박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하기 전 기본 음식을 배웠지만 종가로 시집을 가서 고난이도의 음식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실력이 늘어갔다고 했다.

'약선당' 박순화 대표
'약선당' 박순화 대표

“결혼 전에는 기본 음식 외엔 특별하게 음식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어요. 그래서 결혼 후 6권의 요리 전집을 사서 매일 저녁이면 부뚜막에 앉아 요리책을 보며 모방을 했죠.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기에 묘사는 잘할 수 있어 요리책에 나온 모양 그대로 잘 만들어낼 수 있었죠”

하지만 처음부터 간을 맞추는 것이 어려웠던 박 대표. 보기에는 맛있게 보이지만 먹어보면 간이 맞지 않아 그렇게 3년을 간을 맞추는 데 집중했다.

“음식의 가장 으뜸에 두는 것이 간, 맛이에요. 갖은 양념이라고 하잖아요. 원 식재료에 따라 양념이 달라져서 저는 양념은 약 약(藥)자에다가 생각할 염(念)자로 약이 되게 만드는 본 재료에 어긋나지 않는 그 약념을 쓰는 것이라고 봐요”

음식에 대해 진심이 더해지면서 박 대표는 약선 요리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그 계기는 동양대학교 구내식당을 10년여 동안 위탁운영하면서 음식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제공하면서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들은 물론 4년간 공부하며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학생들의 건강을 생각하면서 무언가 도움이 되는 음식을 연구해 제공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그렇게 연구한 것이 몸에 좋은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지역에서 나는 인삼과 능이에 무를 넣어 끓였고, 돈가스도 생고기를 가져와 두드려 만들다 보니 찾는 사람도 많아져 보람있었다고 했다.

음식을 연구하면서도 동양대 식당을 운영하던 2003년까지 박 대표는 서울을 오가며 요리연구원과 전통연구소, 연세대 대학원 단체급식 1년 과정, 중앙대 인삼최고전문가 1년 과정, 숙명여대 테이블 데코레이션 등 배움에 대한 열정도 이어갔다.

“약국의 약사도, 병원의 의사도 아니지만 내가 남들과 다르게 음식을 약같이 해줄거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내면에서 신바람이 자꾸 올라왔죠. 상생상극, 궁합, 옛날 전통음식 등 그렇게 여러 가지 음식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던 그 10년이 저한테는 큰 무기가 됐어요”

연구와 노력 이어가

2004년 약선당을 시작한 후 몇 년간은 사업에 몰두하던 박 대표는 실무적인 배움과 책에서만 배우는 것이 아닌 한의학적인 약선이 궁금해져 제대로 ‘약선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학문에 정진해 대구한의대 대학원 약선조리학부에서 ‘인삼과 하수오의 품질 특성’으로 석사학위를, 박사논문으로 ‘소백산 자생약재의 식재화 및 대중화’를 쓰기도 했다.

“6년이 걸렸어요.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학교를 가니 밤에 마치고 돌아오면 졸음이 와서 안동이나 군위쯤 휴게소에 들러 잠깐 자면 날이 새버릴 때가 여러 번이었죠. 그래도 배움을 놓지 않은 것은 동양대에 있으면서 교수님들을 보면서 더 배움을 느꼈어요. 밥으로 배를 채워주기도 하지만 머리도 채워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오더라고요”

박 대표는 약선요리 연구와 개발을 통해 지역특산물을 활용한 약선요리를 대내외에 알려왔다. 그 노력은 2002년과 2003년에 특허청에 ‘인삼김치의 제조방법’과 ‘인삼곤짠지 제조방법’으로 발명특허를 획득했다. 또한 2003년 ‘약이 되는 인삼요리 100가지’란 단행본도 출간해 약선요리전문가로서의 입지도 굳혔다.

2010년에는 대한민국요리대전에서 약선음식의 세계화비젼 ‘선비반상’이란 요리를 출품해 금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그해 세계약선요리대회에서 대상인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2012년에는 약선음식 연구로 대한민국 신지식인으로 선정됐다.

약선요리에 진심을 다하는 박 대표는 “사회적 기업으로 가자는 생각으로 함께하며 서로 잘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언젠가는 영주의 소백산, 귀하고 귀한 산에서 내려주는 재료들이 잘 쓰이고 세계적으로 귀하게 쓰일 날들을 위해 저는 차근차근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바람을 전했다,

명품삼계탕
명품삼계탕

본연의 맛 살린 ‘명품삼계탕’

현재 약선당은 2대로 이어져 조리학과를 나와 대한민국 조리기능장인 큰 딸이 조리실장으로 총책임을 맡고 있다. 또한 식품공학을 전공하고 박 대표와 함께 대구한의대 대학원에서 약선요리로 석사과정을 마친 아들도 약선당명품삼계탕으로 지역민에게 건강한 맛을 제공하고 있다. 손녀도 대학에서 조리학과를 전공하고 있어 박 대표는 손녀가 다양한 경험을 쌓은 후 대를 이어가길 기대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이 보아 온 것이 요리에요. 저의 근성을 가장 많이 닮은 건 큰 아이예요. 일을 하면서도 힘든 조리기능장에 중간에 멈춤 없이 도전해 이뤘지요. 아들은 석사, 나는 박사를 위해 함께 대학원을 다니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공부 외에 음식과 사업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 등 일상의 대화도 많이 하고 정말 그 시간이 특별했어요”

어릴 때부터 엄마의 손이 필요했을 텐데도 잘 자라준 자녀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문득 든다는 박 대표. 그런 마음을 전했을 때 자녀들은 오히려 스트레스 안 받고 잘 자랄 수 있었다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고.

약선당명품삼계탕 이정훈 대표
약선당명품삼계탕 이정훈 대표

아들인 이정훈(36) 약선당명품삼계탕 대표는 어머니에 대해 “인생의 멘토와 같은 분”이라고 했다. 공대를 나와 대입 수학 강사로 즐겁게 일할 수 있었으나 안정되고 장기적인 진로를 고민하고 있을 때 어머니가 덕분에 식당업에 들어와 시작할 수 있었다고.

지금까지 박 대표가 코스 한정식 요리에 약선적 의미를 부여해 왔다면 아들은 보편화된 약선에 집중해 나가고 있다.

“저희 삼계탕에는 설탕이든 미원이든 어떠한 조미료 한 알조차도 안 들어가고 그냥 오로지 약재랑 닭이랑 재료만 우려서 맛을 내고 있어요. 봉현점과 가흥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처음 봉현점에서 운영할 때는 재료 준비부터 기술, 노하우가 부족해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이 대표는 대중의 입맛을 맞춰가기 위해 닭을 최대한 익혀 맛을 살리고 인삼이 가장 잘 우러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갔다.

특히 약초 같은 경우는 약재를 추출하는 전용 기계에서 72시간 동안 고압으로 우려 약재를 온전히 다 뽑아내 닭을 삶아 약재의 효과가 나도록 했다. 이후 단골들이 많아지고 원주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하는 고객도, 건강하고 깨끗하며 진한 맛에 반해 오는 고객도, 한 번 왔다가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고객도 늘어났다.

현재 이 대표의 목표는 삼계탕 프랜차이즈로 삼계탕 파우치 밀키트 공장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같은 목표를 향해 한 단계씩 밟아가고 있다.

“앞으로의 바람은 기회가 될 때마다 나누며 사는 것이에요. 시간이든, 음식이든, 돈이든 나누며 주변과 함께 사는 게 행복하고 좋은 것 같더라고요. 지금까지도 실천해왔고 앞으로도 더 그러고 싶어요”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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