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걸 교수의 「조선 3대 기녀 시인 설죽」을 저본으로
정선옥 기획, 최대봉 작·연출, 선비 나진훈, 해설 김 솔

‘그녀, 설죽’ 출연진이 관중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그녀, 설죽’ 출연진이 관중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한국예총 봉화지회(회장 정해수)가 주최한 「2023 설죽예술제」 시극(詩劇) ‘그녀, 설죽(雪竹)’ 공연이 지난달 27일 봉화군청소년센터에서 선보였다.

‘봉화사람, 시성 설죽!’을 기리기 위한 이날 행사에는 홍석표 봉화군 부군수, 김상희 군의회 의장, 김동룡 전 봉화군 부군수, 「조선 3대 기녀 시인 설죽」 연구자 이원걸(문학박사) 교수, 최대봉 ‘그녀, 설죽’ 작·연출가, 각 예술인단체 작가, 군민 등 250명이 참석했다.

오래전부터 시극 설죽을 구상해 온 정해수 회장은 “‘봉화 사람, 시성 설죽’은 봉화가 낳은 문학의 역사적 인물로서는 분명 더없이 소중한 분”이라며 “오늘 무대가 있기까지 ‘조선 3대 기녀 시인 설죽’을 연구해 주신 이원걸 교수님, ‘그녀, 설죽’을 기획해 주시고 직접 무대에 서주신 정선옥 기획가님, 총연출을 맡아 주신 최대봉 작가님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시극 ‘그녀, 설죽’은 작·연출에 최대봉, 기획 정선옥, 안무 고내현, 음악 김명철, 조명 이제섭, 영상 최석영, 영상오퍼 권혁두, 의상 김지혜, 분장 이태랑, 무대 권민지 등이 힘을 모았다. 배역은 설죽역에 정선옥, 선비 성석전역에 나진훈, 어린 설죽역에 김현서, 안무 고내현, 내래이션(장면해설) 김솔 등이 무대에 올랐다.

‘그녀, 설죽’ 시극은 봄 여름 가을 겨울 4장으로 나누어 그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무대에 올렸다.

막이 오르면 소녀 설죽이 무대 위로 걸어 나온다. 설죽은 경북 봉화 유곡에서 태어나 충재 권벌(1487∼1547)의 손자 석천(石泉) 권래(權來, 1562∼1617)의 여종이 된다. 어린 설죽은 총명하고 이쁘고 예의 발라 집안 어르신들로부터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한편 시를 짓는 공부를 허락받았다. 그의 봄날은 이같이 희망을 꿈꾸는 봄이었다.

‘그녀, 설죽’ 이야기는 매화꽃 날리는 봄날 봉화 유곡 청암정에서 시작된다. 설죽이 매화에 취해 있을 때 훤칠한 선비가 그 옆에 다가온다. 청암정 주인 권필의 벗 성석전이라는 사내다. 두 남녀는 그렇게 사랑에 빠졌다. 설죽은 성석전과 함께 한강 양화전 나루로 떠난다. 그의 양화전 십 년은 설죽의 삶에서 유일하게 꿈같이 아름답고 싱그러운 여름이었다.

무심한 세월이 흘러 석전이 모친상을 당해 강화로 떠나고, 설죽은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인생의 적막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녀의 바람 같은 종적은 전라도 완주 감영에서 관기가 되어있었다. 그는 전라도와 한양을 오가며 수많은 시인 묵객들과 교류하면서 사랑도 하고 아픈 이별도 하게 된다. 애처롭고 애틋한 이별 또 이별은 그의 가을이었다.

이렇듯 그녀 설죽은 뭇 남성들의 연인으로 살면서 만남과 이별의 정한(情恨)을 아름다운 시(詩)들로 풀어내는 사이 재색(才色)으로 빛나던 두 눈빛은 흐려지고 어여쁘던 자태도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부평초처럼 떠돌던 설죽도 언젠가 돌아가야 할 곳은 고향 봉화였다. 그러나 그의 가슴에는 삭풍이 몰아치고 있었고, 정한과 아픈 추억은 그의 인생에서 어둠이 내리는 추운 겨울이었다.

이렇게 막이 내렸다. 내래이션 김 솔씨는 “그녀 설죽의 아름다운 시(詩)들과 그녀의 파란만장한 드라마 같은 생애를 밝은 곳으로 불러내는 것은 여기 있는 우리 모두의 몫”이라고 했다.

앞서 진행된 공연행사는 석포민요팀의 뱃노래, 김희선·이분남의 시 낭송, 소리꾼 소정현과 퓨전국악, 황정희·고은순의 시 낭송, 가을밤 기타와 노래, 박 푸른숲 작곡 설죽의 노래, 정명숙의 첼로 연주 등이 이날 행사를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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