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신축으로 옆에 이식하겠다던 문중, 결국 매매
조경업자 ‘매입한 이상 사유재산’... 막무가내 반출

거센 주민반발 속 행정절차와 법도 모두 무시 ‘분통’
시, 원상복구 명령 등 행정조치 및 사법처리 진행

지난 7월 쵤영된 바느레 소나무(전영임 작)
지난 7월 쵤영된 바느레 소나무(전영임 작)

“밖에서 보면 초가지붕을 연상케하고, 안으로 들어가 보면 여러 갈래의 가지가 용트림해 기(氣)가 넘친다. 가지들이 안으로 굽고 다시 솟구치고 아래로 기묘하게 처져 별천지를 이루고 있어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말로는 다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완벽한 아름다움과 웅장하면서도 부드러운 자태와 기운을 갖추고 있다” 인터넷의 어느 블로그가 바느레 소나무를 보고 적은 글이다.

어느 사진작가는 사진을 찍어 올린 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느레 반송’이라고 제목을 달았고, 전국의 노거수를 다룬 어느 책에는 ‘한 번은 꼭 만나 보아야 할 한국의 명목(名木)’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영주시 순흥면 내죽리 송내골(바느레 마을) 순흥향교 인근에 위치한 수령 약 160년에서 300년 정도 추정되는 반송, 바느레 소나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둥치 둘레 2.4m, 폭 8m, 높이 2m밖에 되지 않으며 소나무로서는 키 높이가 낮아 난쟁이 소나무라고도 불린다. 인위적 흔적 하나 없이 자연 그대로의 특이하면서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던 이 노송을 이젠 사진으로 밖에 볼수 없게 됐다. 지난달 27일 오후 8시경 한 조경 업자에 의해 외부로 반출됐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거센 반발, 소나무 반출 파문 ‘확산’

소나무 반출을 놓고 주민들의 반발은 거셌다. 영주시 순흥면 내죽리 산3-5번지 우계이씨 문중 산에 자생하던 바느레 소나무가 지난 10월 초부터 가지를 묶고 분을 뜨는 모습이 마을주민들에 의해 목격되면서 순흥면 기관단체 60여 회원들이 당번을 조직해 10여 명씩 밤을 새워 반출을 막았다.

24일 현장에서 만난 장현석(60) 내죽2리 이장은 “사유재산이어서 법적으로 반출을 막을 방법은 없지만 천연기념물로 지정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소나무를 관외로 반출시켜서는 안 된다. 밤을 새워서라도 외부 반출을 반드시 막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10여 년 전 산 주인이며 우계이씨 문중인인 소수중학교 이모 교장이 영주시에 기증하고자 했으나 문중의 반대로 없던 일이 돼 버렸고 이번에는 그의 6촌 동생이 6억 또는 3억에 팔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25일 오후에는 바느레 소나무를 두고 주민과 영주시, 조경업자 등의 3자협의를 거쳤지만 소나무를 가져가겠다는 조경업자와 법적조치를 하겠다는 시 측의 의견이 대립되면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또, 시가 재구매 의사까지 밝혔지만 조경업자 측에서 10억 원이 넘는 가격을 제시하면서 합의가 불발되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김모(58)씨는 “법적 조치를 해도 벌금 1천만 원을 겁낼 조경업자들이 아니다”라며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면민 모두가 하나로 뭉쳐 국보급 소나무 반출은 막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24일 바느레소나무 불법굴취 현장 적발 모습
지난 24일 바느레소나무 불법굴취 현장 적발 모습

사태의 발단은

이번 사태는 토지등기부 등본상 소나무 소유주인 우계이씨 단곡종중 대표자가 순흥면 내죽리 산3-5번지 내 농업용 창고 신축 목적으로 Y씨(수허가자)에게 토지사용승락을 해줬고 Y씨는 영주시에 지난 5월 산지전용신고를 하면서 시작됐다.

시는 산지전용신고 검토 과정에서 ‘바느레 소나무’는 보존 가치가 높다고 판단해 인접 필지 문중 소유의 토지(순흥면 내죽리 17번지)에 바느레 소나무 식재 이식계획을 별도로 제출받아 지난 6월 신고를 수리해줬다.

이후, 수허가자가 아닌 제3자인 우계이씨 단곡종중 대표자가 산지전용신고를 받지 아니한 상태에서 영주시 산림과로부터 소나무생산확인표를 발급받아 조경업자 K씨 등과 소나무 매매계약을 진행했고 조경업자 K씨 외 1인은 소나무를 지난달 4일부터 관외로 무단 반출하고자 했다.

문중은 산지전용신고 시 사업계획서에 이를 허가받는 조건으로 해당 소나무를 인근 내죽리 17에 옮겨 심겠다고 신청했지만 해당 소나무 생산확인표 발급 시 수요처를 ‘서울특별시 서초구’로 작성하는 등 당초 계획을 허가 없이 변경한 것이다.

이에따라 시는 산지전용신고 내용과 다르게 허가 또는 신고 없이 사업계획이나 사업규모를 불법 변경한 수허가자뿐만 아니라 토지소유자인 문중과 조경업자에게 목적사업 중지를 명령했다.

또 지난 5일부터 24일까지 7차례에 걸쳐 현장방문과 공문 발송을 통해 기존사업계획 유지, 산지전용 신고사항 이행 철저, 소나무생산확인표는 반출증이 아니며 소나무 재선충병 미감염 확인용임을 수차례 행정안내, 공사중지 안내표지판 설치 등 행정조치 및 처분을 했다.

특히 지난 24일 오후 7시경 조경업자 K씨 외 1인은 산지전용 신고지 내 공사 중지 안내표지판 무단 철거 후 소나무를 불법 굴취 무단반출해 약 680m 이동 중 순흥향교 인근에서 지역 주민과 담당 공무원에 의해 적발돼 무단 반출이 가로막히기도 했다.

법도 안 통한 무단 반출

시는 10월 24일부터 26일까지 순흥면민과 소나무 무단반출 저지를 위해 소나무 원위치 및 원상복구 명령, 소나무 무단굴취에 대한 위반사항 인지통보, 산지전용변경신고서 불수리 처분, 산지전용 신고 취소에 따른 사전통지 등의 행정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조경업자는 이같은 행정절차와 법을 모두 무시했다. 조경업자 K씨 외 1인은 우계이씨 단곡종중과 정당한 매매거래로 취득한 소나무를 개인 사유재산이라고 주장하면서 법적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27일 무단반출을 강행한 것이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페이스북 등 SNS에는 안타까움과 분노, 그리고 탄식이 쏟아졌다.

현장에서 만난 금두섭 산림과장은 “소나무가 서 있던 자리에 창고를 짓겠다고 해 옆으로 옮겨 심는 조건으로 허가를 했을 뿐”이라며 “반출지가 서울 서초구라고 적힌 것은 반출증이 아닌 소나무 생산확인표이고 공사 중지 명령이 내려져 있었으므로 반출 자체가 불법”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원상복구 명령 등 필요한 행정조치는 물론 소나무 무단반출에 대해서는 관련 법에 따른 사법처리를 진행 중”이라며 “철저히 조사해 엄중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산지관리법 제15조에는 산지전용신고 중 중지 조치가 명령된 사업지에 사업계획을 변경하지 않고 소나무를 굴취 또는 이동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김이환 기자, 오공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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