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농사 지어 제대로 된 값을 받을 때 가장 보람이에요”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자녀에 이르기까지 생업을 위해 대를 이어 간다는 것은 때론 당연하게, 때론 큰 결심이 필요하다. 우리 고장 영주에서 가업을 지켜가며 지역의 명품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그들의 삶에는 영주의 역사가 담겨있고 각각 쌓아온 전통이 있다. 본지는 현재를 살아가며 앞으로도 대를 이어갈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3대로 이어진 사과재배, 전통방식 중심으로

사과 맛본 사람들 요청에 전국으로 보내져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이 분기하는 지역인 소백산 남쪽에 위치한 순흥면 태장리 산지에서 3대째 영주사과를 생산하는 농가가 있다. 풍부한 일조량과 깨끗한 공기, 오염되지 않은 맑은 물 덕택인지 맛과 향이 뛰어나고 일교차가 큰 이맘때면 사과의 당도가 올라가 그 맛에 반해 주문은 이어진다.

지난 19일 순흥면 태장리에서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강경수(61)·김영(47) 부부와 아들 강선유(24)씨를 만나 대를 이어가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왼쪽부터 김영, 강선유, 강경수
왼쪽부터 김영, 강선유, 강경수

자연친화적인 농사법으로

강경수 씨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그의 아버지는 고향인 순흥면 태장리 산지에 사과나무를 심었다. 아버지가 사과나무를 심고 키우는 모습을 봐온 아들은 자연스레 그 일을 이어가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할아버지가 키운 사과나무를 5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손자가 지켜가고 있다.

“중학교 다닐 때는 동네에 사과밭이 한두 곳 있었어요. 어느 정도 지나니 동네에 사과 농사를 하는 집이 점차 늘어나더라고요. 처음에 아버지를 도와 간단한 사과 따기를 했는데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퇴비가 적어 산에서 풀을 베어 밭에 놓는 것을 많이 했어요”

당시에는 퇴비가 많이 없어 6월이면 거름을 하기 위해 낫을 들고 산으로 가서 풀을 베어와 사과 나무 밑에 놓으면 그것이 썩어 부식되면서 거름이 됐다.

강씨는 힘이 많이 들지만 자연친화적인 농사법으로 했던 그때가 오히려 지금보다 당도가 좋았던 것 같다고 했다. 이제는 계분, 우분 등으로 거름을 주고 하는 일도 사과 따기, 꽃 솎기, 꽃 따기 외에는 거의 기계로 해서 어려움이 조금은 줄었다고.

강씨가 본격적으로 아버지와 함께 사과 농사를 짓게 된 때는 고등학교 졸업 후다. 대학교 입학시험에 합격했지만, 당시 집안 형편과 가정상황으로는 둘째인 자신이 농사일을 자연스레 맡아 해야만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다음부터는 저희 부부가 본격적으로 사과농사를 지었어요. 농사도 자기만의 노력이 있으면 직업으로 전망이 있다고 봐요. 일하면서 노동력이 필요할 때면 우리 아이들이 도와주고 해서 많이 도움이 되지요”

그는 사과 농사를 짓다 이후 인삼 경작을 겸하며 여러 가지 복합 영농을 시작했다. 그때 당시는 농기계도 발전이 덜 되었던 때라 노동력이 많이 필요해 힘든 시기였다. 그래도 열심히 지은 농사가 탐스러운 수확으로 이어져 좋은 값에 나가면 힘이 났다.

“올해는 비가 좀 많이 왔는데요. 농사하면서 봄과 여름에 좋다가 가을철에 병이 좀 있고 이럴 때는 매출이 들쑥날쑥해요. 그때는 좀 힘들죠”

20~30대에는 주로 홍옥, 국광, 부사가 있었다면 지금은 사과품종이 더 다양해졌다는 그는 20~30년 전 농사지을 때보다는 농약값 등이 많이 오른 것도 부담인데 사과가격의 등락 폭이 심할 때는 더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그래도 매년 농사를 지어 사과를 따고 팔러 가면서 가격도 좋을 때면 재미가 있고 뿌듯하다고.

1997년 그와 결혼한 아내 김영씨는 사과나무도 처음, 밭에서 일하는 것도 처음이지만, 사과 맛은 정말 좋았다고 회상했다.

“결혼하고 몇 년은 아이들 키우느라 밭에 못 갔는데 이후에 남편이 이것저것 알려주는 대로 했죠. 사과가 참 손이 많이 가더라고요. 봉지도 씌워야하고 잎도 따 줘야되고, 반사필름도 깔아 주는 등 할 일이 많아 처음에 참 애를 많이 먹었어요” 이제는 20년 차로 베테랑이 된 아내는 사과밭에서 인부들을 조달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남편은 작업반장 역할을 한다. 시아버지가 할 때 900평이었던 사과밭은 부부가 함께하면서 1만 평 가까이 늘었다. 올해는 사과가 20kg 상자를 가득 실은 1톤 차량을 20번 오갔으니 20톤이 훌쩍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들 강선유
아들 강선유

기술 배우며 노하우 쌓아

4-H 회원인 아들 강선유씨는 새내기 농사꾼으로 아버지에게는 할아버지 때부터 해온 사과재배방법으로 배우고 농업기술센터와 선배 4-H 회원들에게는 새로운 농사기술을 배우고 있다.

사과 수확으로 한창 바쁘지만 결실을 맺고 따는 재미가 남다르다고 했다.

“사과 농사를 짓는 어머니, 아버지를 보면 힘들어 보였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도와드려야겠다는 마음이 생겼고 늦게 일하실 때면 밭에 가서 함께 했어요. 그때는 할 수 있는 것이 사과 따는 일이나 반사필름을 까는 것 등 기술이 필요 없는 일을 주로 했습니다”

그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농사를 짓겠다고 다짐한 때는 3년 전이다. 군대를 다녀온 후 겨울부터 농사를 시작하고 어머니의 권유로 4-H에도 가입해 젊은 선배 농업인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정보를 얻었다. 올해부터는 청년후계농에 선정돼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아버지께 농사 시작부터 모든 것을 배웠어요. 앞으로 제 땅도 만들고 사과 농사를 계속하면서 여러 가지 도전을 해보고 싶고 새로운 것도 하면서 농사를 지을 계획입니다”그는 농사를 직접 지으며 아버지의 대단함을 매번 느낀다고 했다. 느리다고 본인은 말하지만 자신이 보는 아버지는 손도 빠르고 젊은 청년도 어려운 일을 여러 노하우로 해내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런 마음이 든단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과 농사를 지으며 아버지의 끈기를 배우고 싶다는 그는 아버지처럼 조금 더 심혈을 기울여 농사를 짓고 싶다고 했다.

어린 아이들이 반한 사과

강씨 부부와 아들이 수확한 사과는 공판장과 택배로 전국에 유통된다. 지인들을 통해 알려진 사과 맛이 입소문이 나면서 너무 많은 주문이 들어와 5년 전부터는 가정마다 택배를 보내고 있다.

“단골손님이 좀 있어요. 맛을 보신 후에 전화를 주시더라고요. 2곳 사과밭이 산 밑에 있어 지대가 높고 당도도 높아 아삭아삭해요. 토질도 황토고 색깔도 좋아 먹어보면 꿀사과라고 하세요”

한 번 맛을 보면 다른 사과를 못 먹는다는 손님들이 많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서 매년 고정으로 사과즙과 사과를 주문할 정도라고. 설 무렵이 가장 바쁘다는 부부는 저장고에 넣어둔 사과를 바로바로 시중에 유통해 신선도가 높아 맛이 좋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사과를 맛본 분들이 맛 좋다고 하면 기분이 좋아요. 택배를 보내 놓고 늘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고요. 그런데 맛있다고 연락이 오면 고맙죠”

강씨 부부는 학교를 다니면서 늦은 시간에도 농사일로 부모가 집에 오지 않으면 밤에도 밭을 찾아와 일을 도운 아들이 이제는 자신들의 뒤를 이어 농사를 짓겠다는 말을 했을 때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하면 농사도 비전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서 반겼다. “본인이 열심히 한다면 사과는 미래가 있어요. 자기 관리도 잘하는 아들이니 잘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난해보다 올해 더 잘하는 모습도 보이고요”

부부의 말에 아들은 “아버지가 자주 다치시는 데 지금보다 안전하게 지내길 바란다”며 “농사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신데 아버지가 여유를 가지고 생활하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구입문의: 010-9209-3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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