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탐방[374] 들밥·보리밥 정식 배달 전문 ‘풍기보리밥’

음식 맛은요... ‘정성이 중요...내 가족 음식 만들 듯’

배달은요...‘주문 오는 곳이면 언제 어디든 배달 가능’

풍기읍 시내에 이른 새벽부터 불을 밝히는 가게가 하나 있다. 오거리에서 동양대로로 진입해 서부리 공용주차장 입구 방향으로 진입 전, 오른쪽 4번째 가게가 바로 ‘풍기보리밥’이다. 이 식당은 김형식(59)·성순녀(56) 부부가 운영하는 들밥·보리밥 정식 배달 전문 음식점이다.

“오전 3시부터 배달을 준비합니다. 메뉴는 들밥·보리밥 정식 단 하나입니다. 집밥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김형식,성순녀 부부
김형식,성순녀 부부

대략 22평 정도 되는 가게 안에 달린 방에서 거주하며 하루를 맞이한다는 이들 부부는 오전 7시까지 밥과 국, 반찬 준비를 완료하고 기존 예약주문 고객부터 차분하게 포장을 이어 나간다.

그 사이 배달을 요청하는 전화가 오면 주문을 받고 또 세팅한다. 아내는 주방 안에서 준비된 반찬을 담고 남편은 홀에서 이미 보온 장고에 보관된 밥과 국을 챙겨 배달 전용 보온함이나 바구니에 담기 시작한다. 분업이 확실하게 자리잡혀 있어 눈빛만 봐도 무엇이 필요한지를 아는 부부다.

2014년 5월부터 가게 운영을 시작했지만, 개업식 없이 지내왔다. 먹고살기 바빴다. 이전 주인으로부터 식당을 인수받아 시작한 지 벌써 9년이 넘었다.

“식당 인수 당시 배달 바구니를 3개만 넘겨 받았는데 현재는 수십 개로 늘어났어요. 50개 정도 됩니다. 초창기 2년 동안은 힘들게 일했습니다. 몇 백그릇의 음식값을 받지 못해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든든하게 함께 해준 가족과 고객의 힘

봉화군 춘양의 작은 산골 마을이 고향이라는 아내 성씨는 “어릴 적 오빠 손에 이끌려 부산에서 신발공장도 다녔고 영주에서 여러 개인 음식점의 주방보조로 10년 넘게 일하면서 너무나 많은 서러움을 겪었다”며 ”이같은 서러움이 작은 식당이라도 직접 운영해보자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30년 동안 화물차를 운행했다는 남편 김씨는 “차량을 수리하다가 낙상하는 바람에 다리를 심하게 다쳐 일을 지속하지 못하고 1년 동안 누워 있었다”며 “지금은 아내와 아들, 가족이 함께 음식을 만들어 포장하고 배달하는 일이 매일매일 즐겁다”고 말했다. 이어 “내비게이션 덕분에 길을 찾기는 어렵지 않은데 번지를 잘 모르고 주문하는 분들이 많다”며 “위치가 명확하지 않아도 어떻게든 찾아간다”고 말했다.

배달하는 차에 동승해 봤다. 동쪽 방향에 위치한 안정면 오계2리에서 2인분 2끼를 주문한 농가와 다른 방향 한 곳이 이날 배달의 목적지였다. 농사로 바쁜 농민이 미리 주문한 상황이었다. 그 다음 서쪽으로 이동하며 시내를 가로질러 갔다.

“어디로 가야해요? 번지수가 안보여요. 대문이 안보여요. 안보여요”라며 뛰어다니느라 분주한 상황도 연출됐다. 왕복 20km는 기본이었다.

농사일 중에 마중을 나온 서부리 소재 농장주 김모씨(남.72)는 “이 식당 좋아요, 얼마나 편리한데요. 없으면 안되니더. 좋으니까 이 식당에 자꾸 시킵니다”라며 반겼다.

“한 시간 동안 일을 하다보면 오전 8시부터 장성한 아들이 우리 일을 도와주러 나옵니다. 아들도 군대 갔다 온 후 2년째 도와주고 있어요. 당연히 아버지와 동일한 일이예요. 그래서 배달용 차량이 2대입니다”

아버지와 아들 부자는 정오 12시 전에는 달밥을 신청한 곳부터 주문예약이 된 곳까지 각자 구역을 맡아 미리미리 다녀오고 그 후는 전화주문이 오는 대로 번갈아 배달을 다녀오고 있다.

성순녀 대표
성순녀 대표
들밥 정식 (2인분)
들밥 정식 (2인분)

들밥·보리밥 정식 8천원, ‘엄마 손맛’ 그대로

들밥·보리밥용 반찬들
들밥·보리밥용 반찬들

풍기보리밥 정식의 가격은 8천원이다. 지난해까지 7천원이었지만 식자재 등 물가 상승으로 인해 1천원을 올렸다. 하지만 반찬의 양은 예전이랑 같다.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마냥 오색빛깔 6가지 반찬과 생선·고기류 반찬 그리고 밥·국이 잘 어우러져 나온다.

김치 같은 경우는 매일 겉절이를 만들고 있다. 조미료 맛이 전혀 안 나서 집밥으로 챙겨 먹기 딱 좋다. 제철 나물로 만들기 때문에 매일매일 반찬도 다르다. 식재료는 영주와 풍기의 업체 2군데를 이용하고 있고 중간중간에 필요한 재료는 풍기 장날을 이용한다.

거의 농번기 시즌이 바쁘다. 배달은 소화 할 수 있는 마을까지 가능하다. 심지어 봉현 노좌나 순흥에서도 주문이 들어온다. 10~20인분이 기본이다. 들이나 시내 배달은 2인분 이상 기본 주문이며 거리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또, 들밥은 일터 환경을 고려해 따뜻한 온기가 유지되도록 보온성이 월등한 스티로폼 박스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들밥도 농촌 들녘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늘어나면서 주문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 코로나19 전부터 이미 징조가 보였다고 했다. 그나마 기존 단골손님들이 꾸준히 찾아주고 있어 힘이 된다는 아내 성씨는 “풍기의 중견 업체, 정비소, 개인병원, 인삼시장 등을 비롯 개인 가정에서의 배달 주문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 전문점이지만 코로나 전에는 식당 내에 테이블이 3개 있었다. 거리두기를 시작하고 부터는 2개를 접었다. 코로나 시국에도 식당을 꾸준하게 찾던 단골이 있어 테이블 하나는 여전히 남겨 놓은 것이다.

“예전에는 국수도 삶아주고 오후에 새참도 나갔었어요. 비바람이 심한 날에는 120그릇, 토요일은 100그릇. 월요일은 160그릇 대중이 없어요. 주문전화는 오전 6시부터 오후 2시까지 받습니다. 솔직히 힘이 들지만 ‘전화 오는 것은 무조건 다 받는다’는 각오로 기분 좋게 배달하고 있습니다”

아내 성씨는 “한결 같은 음식의 맛의 비법은 딱히 없지만, 정성이 중요하다”며 “간혹 손님들이 대놓고 맛을 평가하기도 하지만 ‘내 가족에게 밥 한 끼 대접한다’는 마음으로 요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일 즐거운 시간이 가족과 함께하는 토요일 저녁시간입니다. 시원하게 맥주 한 잔하면서 한 주를 마감하는 그 날이 제일 좋습니다. 앞으로 풍기 주민들을 위해서라면 들밥·보리밥 가게를 계속하고 싶습니다. 손이 야무진 아들에게 식당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풍기보리밥

경북 영주시 풍기읍 동양대로 6-1

☎ 054-636-4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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