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의 비트에 맞추다 보면 경쾌함에 저절로 ‘힐링’

박진아(앞줄 맨 왼쪽) 드러머와 드럼동아리 회원들
박진아(앞줄 맨 왼쪽) 드러머와 드럼동아리 회원들

몸 전체 움직이는 ‘드럼’, 건강 올리고 스트레스 날리고
700여곡 노래 듣고 직접 드럼 악보 그려 회원들과 공유

하망동 원당로 인근에 그냥 지나치면 모를 길에 ‘진아 드럼’이 있다.

지하로 들어갈수록 ‘쿵쿵 탁탁, 쿵쿵 탁탁, 쿵 타닥 쿵탁’하는 소리가 점점 더 선명해진다.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니 작은 소파와 탁자가 있고 반대쪽 벽면에는 야외에서 드럼을 치는 박진아씨의 사진과 그 아래 조금은 다르게 꾸며진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몇 개의 닫힌 작은 문을 뚫고 음악 소리와 함께 드럼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나왔다.

드럼을 치던 김대현(76) 회장이 문을 열고 나와 인사를 한다. 벽면에 붙여진 박진아 드러머의 연주 모습을 찍은 사진이 멋지다고 하니 “4년 전에 전국에서 모이는 서울드럼페스티벌에 가서 연주한 사진”이라며 “그곳에서 음악을 틀어주면 드럼을 연주할 수 있는데 박진아 드러머의 연주 모습을 보고 잘한다면서 옆에서 보던 사람이 촬영해준 사진”이라고 했다.

잠시 후에 하나둘씩 작은 문이 열리더니 권재건(80) 사무국장과 안영춘(75)씨, 김준동(75)씨가 나와 인사를 건넸다. 한 회원이 작은 문마다 드럼 실력이 다르다며 각각의 문을 가리키며 제일 잘하는 실력자부터 처음 배우는 초보들이 하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처음 진아드럼에 들어왔을 때 본 벽면 아랫부분의 공간은 초보들이 스틱을 들고 두드리는 연습을 하도록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이 공간은 잘해도, 못해도 언제든지 연습을 위해 자연스레 스틱을 들고 두드리게 되는 공간이란다.

박진아 드러머
박진아 드러머

치매 예방·스트레스 해소

오랜 시간 색소폰을 해온 김대현 회장은 교직에 있다 퇴임한 이후 제대로 음악을 배우기 위해 드럼을 시작한 지 올해로 6년째다. 권재건 사무국장과 안영춘씨는 3년째 드럼에 흠뻑 빠져있다.

이제 2년째 배우고 있다는 김준동씨는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필요한 것을 사기 위해 원당로에도 자주 나오고 대박시장에서 주로 식사도 하는데 오가면서 진아 드럼을 보게 됐다”며 “나이가 들어가니 건강도 걱정되고 취미로 드럼도 배우고 싶었다. 무엇보다 치매 예방과 스트레스 해소라는 글귀가 계속 생각나 시내에 나올 때 계단을 내려가 문을 열고 싶었지만 나이가 드니 막상 홀로 찾아가는 것이 어렵고 망설여졌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시간이 지나 김준동씨는 오랜만에 만난 동창인 안영춘씨에게 “뭐하고 지내냐?”라며 안부를 물었고, “드럼을 배우고 있는데 재밌다”는 말에 친구와 함께 ‘진아 드럼’을 방문한 이후 지금까지 드럼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사람들과 교류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드럼동아리 회원들은 시간이 날 때면 평일 오전 9시에 나와 2시간씩 연습하며 스트레스도 풀고 답답했던 마음들을 날려버린다.

김 회장은 “드럼은 노래의 뒷배경을 담당하는데 1번이 드럼이다. 모든 악기가 드럼에 맞춰야 하고 시작을 드럼이 한다”며 “음악의 템포를 맞춰주는 것이 드럼이다. 헤드폰을 끼는 이유는 음악을 제대로 듣고 연주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드럼이 매력적”이라고 말한 후 박진아 드러머가 오기 전까지 드럼연주에 필요한 장비들과 전자드럼 등을 설명했다.

드럼연습
드럼연습

드럼은 가장 정교한 음악

드럼 제자인 동아리 회원들과 인사를 나눈 박진아 드러머가 드럼의 장점에 대해 덧붙였다.

“드럼은 앉아서 연주하는 것이지만 몸 전체를 움직이죠. 손과 발이 지그재그로 나가 전신운동이 돼 긴 시간 드럼연주를 하면 허벅지 부분이 단단해져요. 더 중요한 것은 음에 맞추며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드럼연주는 단순한 치매예방을 하는 것이 아니에요. 처음에 배우기가 어렵더라도 운동도 되고 하나씩 배워가는 재미가 있어요”

드럼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게 되면 처음에는 스틱을 잡고 두드리는 방법에 대해 배운다. 접하지 않던 것이기에 막상 하면 쉽지 않아도 재미가 있어 대부분 잘해나간다고.

“공부에 끝이 없듯이 취미생활도 끝이 없어요. 배우다 보면 하는 분들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3~4개월 정도면 곡을 듣고 연주할 수 있게 돼요. 드럼은 음악의 시작이에요. 가수와 호흡을 맞추면서 드럼이 시작되고 마무리하죠”

박진아 드러머가 직접 만든 악보
박진아 드러머가 직접 만든 악보

좋은 물건을 사기 위해 전문 매장을 가듯이, 드럼도 전문으로 배우기 위한 사람들이 상주, 충주, 영양, 춘양, 단양 등에서 박진아 드러머를 찾아온다.

그 이유 중 한 가지는 드럼에 대한 애정으로 악보를 인터넷으로 뽑지 않고 원곡을 듣고 악보를 직접 그리는 것이다.

“가수들이 노래하면 드럼 소리가 나는데 그 소리를 듣죠. 인터넷으로 뽑은 악보는 똑같은 노래라도 원곡이 아니어서 틀려요. 처음에 드럼을 배우러 오면 악보를 보지 못해요. 그러나 내가 그린 악보로 배우고 다른 악보를 보면 쉽게 따라 할 수 있죠”

악보를 제작하는 데 짧게는 1주일, 길게는 2주일 걸린다며 그린 악보로 다시 연주해 보고 맞춰가며 최종 악보를 작성한다고. 이런 꼼꼼함이 드럼연주를 배우러 멀리에서도 찾아오는 이유이다.

청년기에 음악과 드럼에 대한 애정으로 20여년전 드럼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드럼의 매력을 알려온 박진아 드러머. 고향인 영주에서 드럼동아리 회원들과 무대에도 오르고 지역 청소년의 꿈과 자폐아동의 정서, 76세의 여성에게 취미활동으로 드럼을 가르치며 실력이 일취월장할 때 큰 보람으로 다가온단다.

“드럼은 가장 정교한 음악이에요. 정식대로 배워야 하죠. 시작은 어려워도 다른 악기보다 쉽게 배우고 즐길 수 있죠. 7년 정도 배운 노년의 여성 어르신이 드럼을 칠 때면 맨발로 들어가 연주하셨어요. 너무 잘하고 멋지셨죠. 도전하고 배우고 그런 삶을 살아가는데 함께 하는 것이 참 좋아요.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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