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논술 지도사 김정희씨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언어를 사용하고 사고(思考)할 줄 아는 것이다. 사고력이 풍부해지는 것으로 독서 이상은 없을 것이다. 지난 96년 우리 지역에서 최초로 사)한우리 독서문화운동본부 산하 영주지부를 개설하여 독서 문화운동에 앞장선 사람이 김정희씨(48)다.

"독서는 인성이 좋아집니다.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깊이가 깊어집니다. 좋은 점이 너무 많습니다. 어휘력도 풍부해지고 문장력이 좋아지죠. 많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고 간접 경험을 통해서 인생을 배울 수 있으니 삶이 풍부해집니다."

그녀의 독서 예찬은 끝이 없다. 최근 들어 대학 입시에서 논술시험을 치르게 됨으로써 주로 초등학생들이 많았던 한우리 독서 회원들의 비중이 중고등학생들과 비슷해졌다고 한다.

대구가 고향인 그녀가 영주로 오게 된 것은 영주고등학교 국어교사로 발령을 받으면서부터다. "당시만 해도 교사 구하기가 참 힘들었어요. 교장선생님이 교사를 구하기 위해서 주임교수를 만나러 오곤 했어요. 요즈음은 시대가 달라졌죠?"

경북여고를 졸업하고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그녀는 '80년부터 3년을 국어교사로 재직하다가 결혼을 하면서 학교를 그만두게 됐다.

"남편도 영주고등학교 교사였어요. 영어 담당이었어요. 저와 책상을 맞대고 마주 앉아 근무했어요. 그러니 눈이 안 맞을 수가 없었죠."라며 농담을 한다. 그녀의 말끝에 함께 웃기는 했지만 가슴은 짠해져 왔다. 그녀의 남편 도종원 선생님은 지난 2001년 우리 모두의 곁을 떠났다.

고인(故人)이라서가 아니다. 그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한소리국악협회 회원으로 피리를 불었다. 한소리회원으로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도 했었다. 사물놀이의 꽹과리와 장구치는 모습도 기억이 난다.

"그사람 잘 아시죠? 도 선생이 목소리가 좋잖아요. 대학에서 방송국장으로 있었고 영주고등학교에서도 방송반을 맡았었어요."라며 담담하게 남편 얘기를 한다.

그녀가 운영하는 한우리 독서회는 지난해 지금의 남산현대 아파트 앞으로 이사를 했다. 50평 규모로 독서 토의실 4칸과 열람실과 사무실이 각각 1칸이다.

"전에 있던 자리에서 10년 가까이 있었어요. 정확히 올 4월 1일이 만 10년이예요. 처음엔 좋아하는 일이니 현상유지만 해도 좋다고 생각했죠. 시작했을 때 초등학교 다니던 우리 애들이 지금 둘 다 대학에 다닙니다."

그녀는 1녀 1남을 두고 있는데 아빠와 함께 국악에 관심이 많아 해금을 하던 딸은 덕성여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아들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라고 한다. "은결이와 한결이는 저보다 아빠를 닮았어요. 둘 다 악기를 잘 다루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요." 한다.

은결이 한결이, 이름이 특이하고 예쁘다고 하자 "애들 이름을 둘 다 도 선생이 사전을 찾아 지었어요. 제가 국문학을 전공했다고 당시에는 제가 지은 걸로 오해를 많이 했어요. 그 사람이 그걸 상당히 억울해(?) 했던 기억이 나네요."라며 밝게 웃는다.

고등학교 국어교사에서 독서지도사, 논술지도사로 자리매김한 김정희씨. 그녀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입춘이 지나서일까? 스치는 바람에 어느덧 봄기운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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