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의 꿈, 퇴계 선생 마지막 귀향길...그 위대한 발자취

‘착한 사람이 많아지는 세상’을 소망했던 퇴계 선생
퇴계의 꿈은 ‘참사람’을 키워내는 ‘서원 설립 운동’

퇴계의 마지막 귀향길

선조 3년(1569) 3월 4일 69세의 퇴계(이황, 1501~1570)는 임금과 조정 신료들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귀향길에 올랐다. 몇 달에 걸쳐 사직 상소를 올린 끝에 겨우 얻어낸 윤허였다. 퇴계는 벼슬자리에 나아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의 생애는 임금의 부름과 물러남의 연속이었으나 이날이 그의 마지막 물러남이 됐다. 퇴계는 왜 귀향의 길을 염원했을까?

그 귀향길이 의미 있는 것은 거기에 그 필생의 소망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는 궁극적으로 ‘착한 사람이 많아지는 세상’을 소망했다. 그 소망을 위해서는 ‘사람다운 사람’을 키워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일은 조정에 머무는 것보다 고향에 내려가서 더 잘할 수 있는 일이라 믿었다. 그런 퇴계의 꿈은 ‘참사람’을 키워내는 지역의 사립 교육기관인 서원 설립 운동으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퇴계의 귀향길은 물러남의 길이면서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길이기도 했다.

풍기관아 옛터에서 12일차 출정식을 하고 있다
풍기관아 옛터에서 12일차 출정식을 하고 있다

12일차 풍기관아 출정식

퇴계 선생 마지막 귀향길 재현단(이하 재현단)은 지난달 27일 경복궁을 출발해 지난 4월 6일 오후 풍기관아에 도착했다. 풍기관아(풍기호텔)에서 1박한 재현단은 7일 오전 7시 40분 풍기관아터 수령 700년 은행나무를 중심으로 둘러서서 12일 차 출정식을 가졌다.

이날 출정식에는 김병일 재현단장을 비롯한 재현단 45명, 이한방 대구대학 교수, 이원봉‧이동경‧변상호 도산서원 교수단, 참가학생 16명, 안동시청직원 45명, 영주시민 등 120명이 참석했다.

재현단이 풍기 동부리 남원천변을 지나고 있다
재현단이 풍기 동부리 남원천변을 지나고 있다

출정식은 이동신(진행총괄) 별유사 사회로 개회해 상읍례, 김병일 단장 인사, 참가 재현단 소개, 도산 12곡 제창, 준비체조, 일정 안내 순으로 진행했다. 김 단장은 “이 자리가 풍기 관아가 있던 유서 깊은 곳”이라며 “퇴계 선생은 풍기군수로 1년 조금 넘게 재임(1548.3∼1549.4)하셨지만 소수서원의 사액(賜額)을 이끌어 내고, ‘착한 사람이 많아지는 세상’을 소망하는 강학을 하는 등 중요한 치적을 쌓으셨다”고 말했다.

출정식을 마친 재현단은 이원봉(도산별유사) 진행자의 안내에 따라 풍기관아(풍기초)를 출발해 영천관아(영주초)를 향해 출발했다.

김병일 단장이 퇴도이선생 신위 전에 귀향행사를 고하고 있다
김병일 단장이 퇴도이선생 신위 전에 귀향행사를 고하고 있다

이산서원 사당 알묘(謁廟)

풍기를 출발한 재현단은 풍기 동부리-안정 안심리-영주 창진-서천교-영주초(영천관아)-중식-원당로-충혼탑-배해삼거리-동창재를 넘어 오후 3시 30분 이산서원에 도착했다. 이산서원은 1573년(선조7) 11월 사묘(祠廟)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퇴계 선생의 위패(位牌)를 봉안하고 석채례(釋菜禮)를 거행한 유서 깊은 곳이다.

귀향길 재현단이 퇴계 선생 신위전에 두 번 절하고 있다
귀향길 재현단이 퇴계 선생 신위전에 두 번 절하고 있다

이산서원 김태혁 사무국장은 “오늘 알묘례의 분향관은 김병일 단장, 집례 김형묵 별유사, 알자 김창현 유림, 봉향 권오철 유림, 봉로 김제호 유림이 천망됐다”고 발표했다.

이날 알묘례는 김형묵 별유사 창홀에 따라 점촉, 개독, 분향관 관수세수, 김병일 단장이 퇴도이선생(退陶李先生) 신위 앞으로 나아가 삼상향, 고유(告由), 참제자 재배로 예필했다.

이산서원 재현행사에서 도산수련원 지도위원들이  도산12곡을 합창하고 있다
이산서원 재현행사에서 도산수련원 지도위원들이 도산12곡을 합창하고 있다

이산서원 재현 행사

이날 오후 4시 “위대한 발자취 경(敬)으로 따르다”란 주제로 경지당 앞에서 열린 귀향길 재현행사에는 재현단, 허권수 남명학연구소장 등 공동부단장, 영주‧안동 유림단, 각 문중대표, 각 서원 대표, 각계각층 지도자, 영주‧안동 시청직원, 지역주민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송호준 영주시 부시장 환영사
송호준 영주시 부시장 환영사

권갑현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강독유사 사회로 개회한 재현행사는 재현단 소개, 도산 12곡 제창, 김병일 단장 인사, 송호준 영주시 부시장 환영사, 김백 이산서원운영위원장 환영사, 이달희 도경제부지사 축사, 권기창 안동시장 축사, 박형수 국회의원 축사, 심재연 영주시의회 의장 축사, 박성만 도의원 축사, 임병하 도의원 축사, 이산서원 원규 강독, 정순우(한국학대학원) 교수의 ‘퇴계 선생의 서원 창설 운동’ 강연, 강구율(동양대) 교수의 ‘이산서원과 영주의 퇴계 문인들’ 강연 순으로 진행됐다.

강구율(동양대) 교수 강연
강구율(동양대) 교수 강연

단장은 “‘1569년(선조2) 서울에서 선조 임금을 하직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미지막 귀향길에서 퇴계 선생은 3월 15일 이산서원에 들러 강론을 하고 문도들과 담론을 나누었다’는 기록에 근거하여 오늘 행사를 준비했다”면서 “퇴계의 귀향길을 오늘 다시 걷는다는 것은 단순히 길을 걷는다는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길을 걸었던 퇴계의 소망과 철학을 오늘 다시 되새기는 길이기도 한 것이다. 그의 가르침은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여전한 울림으로 살아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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