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학의 도래지 영주의 위상
국내 최초의 ‘매향지원梅香之源’
​​​​​​​영주의 자랑, ‘한국선비매화공원’

한국선비매화공원 '분매원'
한국선비매화공원 '분매원'

1453년 수양대군(세조)이 조카인 단종을 왕위에서 물러나게 하고 이를 반대하던 김종서 등 사육신死六臣과 반대파들을 무참히 살육하거나 숙청했던 「정축지변」을 당하여 세종의 아들들 가운데 단종과 가장 가까이 지냈던 금성대군錦城大君 이유李瑜 (1426∼1457)가 영주 순흥 땅에 안치되었을 때, 밖에 피어있는 매화에 대하여 읊은 시를 보면

순흥 유배중 매화를 보고 읊다 順興謫中見梅有感

이유李瑜

담백한 한매는.........................淡淡寒梅樹
바람 앞에 향기로운데..............風前遠有香
고독한 신하 귀양옴을 보고......孤臣曾見謫
매화(淑女)도 마음 아파하네.....淑女爲心償

이 시를 보면 당시 순흥 땅에는 순백의 한매寒梅가 활짝 피어 은은한 향내를 풍기고 있었음을 알 수 있으며, 고려의 패망으로 인한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충절과 절의를 지켜 낙향 은거隱居하였고, 단종에 대한 굳은 충정으로 숨죽이며 살아왔던 이 고장 선비들의 수많은 문집 가운데서 발췌된 매화시梅花詩가 무려 400여 수에 달한다고 하는 것은, 《韓國文集叢刊》 전 100권에 수록된 매화시가 844수인 것에 비하여 실로 대단한 것이며, 우리나라 다른 어느 지방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영주만의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다채로운 매화시가 창작되고 아울러 분매盆梅 시도 여러 편이 있음을 볼 때 당시 이 고장에는 가는 곳마다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었을 것으로 여겨지며, 지조志操 있는 선비들의 빙기옥골氷肌玉骨과 같은 정신이 이어져 옴을 느끼게 한다.

매화축제(2022. 2. 11)
매화축제(2022. 2. 11)

실제로 부석면 〈우곡마을〉에는 울타리에 매화나무가 즐비했었다고 전하며, 상석리 백로 도래지 건너편 솔안마을에는 「매학당梅鶴堂」이라는 정자가 있는데, 이는 중국의 북송시대 시인이었던 임포林逋(967∼1028)의 삶을 동경하고 몹시 흠모했던 조선 후기 문신이며 세종조 문절공 김담金淡의 6대손인 고산孤山 김선(金鍌 1596∼1660)이 지은 것으로써 이미 오래전부터 영주가 우리나라의 〈매향지원梅香之源〉 이었음을 미루어 알게 되며, 【한국선비매화공원】이 들어서게 된 필연적 연유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단산면 단산로 553번길 168에 조성되는 매화공원은 기본적으로 열 가지의 내용으로 조성되도록 설계되었다. 이를 하나하나 살펴보자면

첫째는 분매원이다.

분매원에는 163개 매화품종의 고품격 중, 대형 분매가 361점이 전시된다. 여기에는 조선시대 장안의 명품 매화로 이름났던 〈월사매〉를 비롯하여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꽃을 피운다는 〈납월매臘月梅〉와 꽃 속에 또 한 송이의 꽃이 핀다는 일화이개성一花二開性 〈태각매台閣梅〉, 우리의 궁궐인 창덕궁 선정전 앞에 있었던 〈와룡매臥龍梅〉 등 희귀한 매화품종들이 있고, 특히 모든 꽃이 잠들어 있는 2월 중 순경 눈 속에서 매화꽃을 감상한다는 답설심매踏雪尋梅(눈을 밟으며 매화를 찾는다)의 경건하고 상서祥瑞로우며 선비의 품격이 넘쳐나는 멋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둘째는 절우단節友壇이다.

우리나라 정원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양산보의 담양 《소쇄원瀟灑園》이나 영양 《서석지瑞石池》, 그리고 퇴계 이황이 청정한 세계를 꿈꾸며 만들었던 도산의 《절우단節友壇》과 같이 소나무와 대나무 매화를 균형 있게 식재함으로써, 선비의 절개를 나타내는 세한삼우歲寒三友를 감상하게 한다.

매문화관유물진열상태
매문화관유물진열상태

셋째는 매화문화관이다.

매화문화관은 매화가 건축과, 공예, 회화와 문학 분야에 걸쳐 다양한 문화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었던 것을 찾아내어 회화작품으로 매화문梅花紋 도자기陶磁器와 매화도梅花圖(재현품), 서예작품과 문방사우文房四友 및 조선의 여인네들의 패물 등 다양한 유물을 전시한다.

넷째는 매 품종원이다.

매화 품종원에는 우리 국내에 분포되어있는 194개 매화품종 가운데, 가장 우수한 품종 170여 종을 선발하여 한 곳에서 다양한 매화꽃을 감상할 수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유일한 매화 품종원이며, 영주가 우리나라에서 단 하나뿐인 매향지원梅香之源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다섯째는 고매원이다.

고매원은 수령 100년 생 이상의 오래된 매화들을 전국 각처에서 수집 식재하여 야생의 고매들이 만발하였을 때 매화 숲 아래서 매향천하梅香天下를 느끼게 한다.

수양매원
수양매원

여섯째는 수양매원垂楊梅園이다.

수양매는 모든 매화나무들이 그 가지가 하늘을 향하여 곧게 뻗은 반면에, 가지가 수양버들처럼 아래로 쳐지며, 꽃도 송이마다 고개를 숙이고 땅을 향해 피어, 선비들은 이 꽃을 겸손의 상징으로 여겼기에, 이 꽃을 감상하면서 스스로 겸손함을 새삼 느끼게 한다.

일곱째는 매영지梅影池다.

매영지는 중국의 절강성 서호에 살았던 임포林逋가 “성근 가지는 비스듬히 낮은 물 위에 어른거리고(疎影橫斜水淸淺) 그윽한 향기는 황혼의 달빛 속에 은은히 떠도네(暗香浮動月黃昏)”라는 상황을 전개한다.

여덟 번째는 명매원이다.

명매원은 매 품종원 주 탐방로에 우리나라에서 건국 후 처음으로 「천연기념물」 로 지정된 다섯 그루의 매화와 그 밖의 명매들을 한 곳에서 감상토록 한다.

아홉 번째는 매화서옥이다.

매화서옥은 옛날 선비들과 같이 고목의 매화가 만발할 때면, 매 숲속의 서옥에 모여 시회詩會를 열고 그림을 그리며, 매화를 감상하였던 것을 재연토록 한다.

열 번째는 매화시비단梅花詩碑壇이다.

매화시비는 우리나라 최초의 매화시를 비롯하여 20세기 한글 매화시인 이육사의 “광야”에 이르기까지, 대표적인 매화시 20점을 선정하여, 시비를 세운다.

이와 같은 매화공원이 완성되는 경우 영주는 선비 고장으로서의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며 국내 유일의 제일가는 매향지원梅香之源으로 탄생할 것이다.

KTX 고속열차가 서울에서 영주까지 1시간 10분대로 운행되고 눈발이 휘날리는 가운데(2월초, 중순경) 분매가 피기 시작하면 매년 〈매화관광열차〉(철도청과 계약)를 운행하여 서울과 수도권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태백산맥 마구령 터널이 개통되었을 때, 단양과 영월을 찾는 연간 1,000만여 명의 관광객이 20-30분대로 영주에 밀려오는 폭넓은 관광벨트가 형성되어 ‘눈을 밟고 매화를 찾는(踏雪尋梅)다’는 옛 선비들과 같은 탐매探梅 행렬이 이어질 것이므로 격조 있고 품격을 겸비한 선비의 고장 영주의 ‘매화관광’ 꿈이 실현되어 관광수익이 증대되고 자손만대에 훌륭한 문화유산으로 남겨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혹자는 매화의 개화기간이 단기이기 때문에 사군자공원을 주장하지만 일본44개, 중국37개, 대만5개소의 매화공원이 사군자공원으로 꾸민 곳은 한 곳도 없다. 우리 국내 유일의 매화공원인 만큼 제대로 조성하여 영주의 자부심과 긍지를 갖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글 안형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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