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유일의 ‘지방행정의 달인’이 제안하는 영주발전 방안은

대구경북사회적경제 협약식(2019.6.5)
대구경북사회적경제 협약식(2019.6.5)

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영주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장려와 귀농 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귀향운동으로의 페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머물고 있는 지역 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귀향을 통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부정적인 공무원 이미지 깬 아이디어 뱅크로
창업 활성화로 영주를 ‘창업자유특구’ 만들길
‘영주글로벌창업고등학교(가칭)’ 운영 구상 중

복지부동, 탁상행정 등 부정적 생각의 공무원 이미지를 깨는 사람이 있다.

2년 전 경북도청에서 퇴직 후 최근까지 칠곡군 도시재생지원센터장으로 일하고 임기를 마친 현 한국농촌창업진흥원 전영하 원장이다.

전 원장은 행정 전문가이다. 매년 정부는 ‘지방행정의 달인’을 선정한다.

경북도청에서 이 ‘지방행정의 달인’에 선정된 공직자는 지금까지 전영하 원장이 유일하다.

‘창조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투명한 정부, 유능한 정부, 서비스 정부를 만드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지방행정의 달인‘ 선정 시 그의 공적이다. 그는 신지식 공무원으로도 선정됐다. 정책개발, 일자리 창출, 신성장 산업 발굴, 사회적 경제 활성화, 산학협력, 창업지원 등 그가 맡았던 조직은 늘 새로운 아이디어로 그 전과 비교되는 성과를 냈다로 한다.

인터뷰를 극구 사양하는 그에게 이제 고향을 위한 활동을 하라는 압력성 인터뷰를 요청했다.

여성창업 강좌 강의 모습
여성창업 강좌 강의 모습

칠곡 도시재생지원센터장 임기가 끝났는데도 여전히 바쁘신가 봅니다.

프리랜서가 되니 더 바쁘네요. 행정혁신운동가이면서 현재 대학 겸임교수, 창조 마을 만들기 전문가, 창업 컨설턴트, 적극 행정 및 규제개혁 위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농업대전환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만든 한국농촌창업진흥원 대표이기도 합니다.

역시 그렇군요. 이제 고향을 위해서도 활동하셔야지요?

할 일을 찾고 있습니다만, 있을까요? 봄이 되면 문정동 집을 일부 수리한 후 귀향할 계획입니다. 지금의 폴리텍대학 본관 위치에서 자랐었는데 폴리텍대학이 들어서면서 그 앞쪽으로 이주해 26살까지 살았지요. 태어나기는 어머니의 친정인 풍기 백신리의 인삼밭 원두막에서 출생했어요. 현재 집에는 어머니 혼자 살고 계시는데 최근 노환으로 병원에 입원 중입니다.

특이하게 경북 공무원을 하다가 대구시 공무원으로 근무하셨지요?

경북도청과 대구시청에서 사회적경제과장을 한 아주 특별한 경우입니다. 경북도와 대구시의 간부공무원 인사교류 차원에서 제가 선택된 것인데요.

사실 낯선 곳의 지원 근무를 모두가 말렸습니다만 좀 무모하더라도 도전에 재미를 느끼는지라 지원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사회적 경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런 연유로 계명대학교에서 사회적 경제 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이웃 봉화군에서도 근무하셨습니다. 거기서도 새로운 일을 벌이셨다지요?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하면서 봉화군 미래전략과장, 재정과장, 농업기술센터 유통과수과장을 했습니다. 봉화미래비젼 장기플랜을 만들기도 했고, 백두대간수목원 유치, 분천협곡열차, 산타마을 사업 등에도 직접 참여했었습니다.

또 당시엔 매우 혁신적이라 할 수 있는 산불 감시 로봇 개발을 직접 구상해 추진했었지요. 2008년이니까 드론이라는 용어조차도 들어보지 못한 상태에서 지금의 드론 형태를 만들어 산불 감시에 투입한다는 프로젝트였지요. 당시 개발했던 하늘을 나는 로봇이 아마 지금도 군청 창고에 방치되어 있을 것입니다. 당시 기술적 한계로 실용화되진 못했지만, 우리나라 드론 기술 발전에 한몫했다고 자부합니다.

특별히 개인적으로 노력을 많이 기울였던 일이 하나 있는데요. 분천 산타마을 가기 전에 노루재라고 하는 해발 860미터 고갯길이 있습니다. 적당한 경사도에 구불구불한 2차선 포장도로입니다. 그 아래로 터널이 뚫려서 버려진 도로가 된 길입니다. 이 도로를 관광 자원화하기 위해 노력했던 일이 기억이 납니다. 노루재를 노루웨이(Noru-way)라고 이름을 짓고 현수막까지 게시했었지요.

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있는 노르웨이라는 나라와 발음이 같은 브랜드 마케팅 전략이었습니다. 청정하고 눈이 많고 추운 지역이 공통점이기도 하고, 또 회귀 어종인 은어와 연어, 소나무, 노루와 순록 등 공통점을 찾아서 노르웨이 관계자를 직접 만나 관광프로젝트를 제안하기도 했었습니다. 개인적으론 지금도 진행형입니다. 이곳의 소천초등학교를 제가 졸업했기에 더욱 특별한 곳입니다.

지방행정의달인 관련 홍보물
지방행정의달인 관련 홍보물

영주시에서도 근무하셨나요?

그럼요. 공직을 영주에서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순흥면에서 근무했습니다. 공직을 시작하면서 경북전문대 야간 행정과에 입학했는데 당시의 교통 사정상 매일 지각이었습니다. 좀 가까운 장수면으로 옮겨 무사히 졸업했습니다. 당시 장수면의 ‘장수가(長壽家) 홈스테이’ 프로젝트를 제안한 적이 있습니다.

장수하는 집에는 특별한 환경, 먹거리, 생활습관 등에 장수 요인이 있을 텐데 이를 도시인들이 직접 체험토록 하는 계획이었습니다. 웰빙, 친환경, 캠핑, 명상 등을 추구하는 지금 시대에 추진하면 될 것 같습니다.

공무원답지 않다는 평도 받으셨던데요?

어떻게 아셨어요?(함께 웃음) ‘공무원답지 않다’ ‘삼성공무원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남들이 망설이는 새로운 분야에 제가 먼저 가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자 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자기의 현재 위치보다 몇 단계 위의 관리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계획하면 더 좋은 해결책을 만들어낸다고 봅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또 저는 더 좋은 해결책을 만들기 위해 일하면서도 늘 배웠습니다.

우리 지역을 위해 제언한다면?

현재 젊은이들은 ‘어른들의 추억’이 좋은 콘텐츠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선비’ ‘양반’ 단어는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따라서 ‘선비’도 미래 지향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기억의 선비’가 아닌 ‘미래 선비’ 이미지면 어떨까요? 기억의 반대말은 상상입니다. 상상의 메타버스 영주 선비를 콘텐츠로 개발해 보면 좋겠네요.

요즘 ‘일자리가 없다.’ ‘취업이 안 된다.’라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이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창업입니다. 누군가 창업해야 합니다. 영주에서의 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성공 확률이 높은 환경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영주에서 창업하면 성공 확률이 높다는 걸 어떻게 증명하면 좋을까요?

영주를 ‘창업자유특구’로 지정하면 어떨까요? 글로벌 페이퍼컴퍼니 천국으로 만들면 좋겠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공간적인 사무실은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온라인 비즈니스 세상이 되었습니다. 국내외의 기업들이 영주에 사업자등록을 하고 비즈니스를 하도록 지원책을 마련하자는 것입니다. 곧 어떤 지자체에서 이 사업을 하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먼저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가 있습니다. 영주시가 앞장서서 추진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한번 해보고 싶은 사업이 있다구요?

‘영주글로벌창업고등학교(가칭)’ 운영을 구상 중에 있습니다. 소수정예 학생을 모집해서 졸업 전에 창업 기업가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일찍이 사장 연습을 시키자는 것입니다. 성공한 학생 스타트업이 매년 몇 개씩은 나올 것 같은데요. 그리고 창업경험 스펙이 취업에서도 최고의 스펙으로 평가받고 있는 시대이니까 취업에도 유리합니다.

동감입니다. 사고의 유연성이 가장 왕성한 시기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창업 역량을 키워주고 결실을 만들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공직자들의 법규와 전례 중심 자세에 대해 아쉽다는 소리도 있습니다.

창업은 학생 때 하는 게 좋습니다. 실패해도 회복력이 높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성공 확률이 더 높아집니다.

요즘 기업가 정신을 많이 강조하고 있는데요. 저는 공무원이 기업가 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지원 정책을 만드는 공무원의 역량과 마인드가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제가 공무원 기업가 정신을 강의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공무원사관학교인 동양대학에서 그 역할을 한다면 대학 최초가 되겠네요.

책도 쓰셨더군요.

공무원 퇴직 후 바로 두 권의 책을 공동 집필했습니다. 한 권은 곧 은퇴할 직장인들에게 창업의 힌트를 주려는 내용이고, 다른 한 권은 공무원 채용 면접관의 면접방법론에 대한 내용입니다. 공공이든 민간기업이든 면접 전문가가 필요하면 연락주세요.(함께 웃음) 물론 저의 사회적 가치 실현으로 무료봉사입니다.

황재천 프리랜서 기자/ 오공환 기자

전영하 원장 프로필

- 소천초, 영주중, 중앙고
- 경북전문대 행정학, 방송통신대 행정학, 방송통신대 법학
- 대구대 사회복지개발대학원(사회복지 전공) 석사, 계명대 글로벌창업대학원(창업학 전공) 석사
- (현) 계명대 겸임교수
- (현) 한국농촌창업진흥원 원장
- (현) 적극행정 강사 및 규제개혁 위원
- (전) 경북도 사회적경제과장, 대구시 사회적경제과장
- (수상) 근정포장, 대통령표창 등
- (저서)『공공기관 채용의 모든 것(공저)』 『창직형 창업(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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