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 최고 걸작 흑석사 목불, 그 속에서 나온 복장유물들
이 불상은 조선 세조 시기에 왕실이 발원하여 만든 불상

모두 81점 개별적으로도 하나하나가 국가 보물급의 가치
​​​​​​​주민, 흑석사에 박물관 지어 복장유물 상설 전시 관람 희망

흑석사 ‘목조아미타불좌상’은 1950년 흑석사를 중창한 상호스님이 초암사에 있던 이 불상을 흑석사로 옮겨와 봉안했다.

1986년 상호스님은 세수 92세로 입적하고, 아미타불은 흑석사의 주불로 절을 지켜왔다.

1992년 흑석사에 도둑이 들어 (귀금속은 챙겨갔는지 알 수 없고) 복장유물을 꺼내 놓는 바람에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고, 문화재청과 학자들의 정밀 감정과 연구에 의해 1993년 아미타불과 복장유물은 국보 제282호로 일괄 지정됐다.

불설대보부모은중경합부
불설대보부모은중경합부

복장유물의 의의

불상은 조선 세조 시기에 왕실이 발원하여 만든 불상이다. 조선 500여 년 동안 이런 사례는 몇 없다. 세조 때의 숭불 의식에 대해 알아볼 수 있고, 왕실에서 직접 조성한 완성도 높은 예술적인 불상으로 조선 시대 불교 미술사에 대해 연구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이다.

특히 평평한 가슴과 나발형 머리, 계란형 얼굴, 양어깨를 덮어 수직으로 흘러내린 법의 등은 고려 후기 불상에 보이는 특징인 반면, 단정한 어깨와 긴 허리, 상투, 장식용 구슬, 옷주름 등은 이후 조선 시대의 고유한 특징이다. 조선 왕실이 고려 후기 조각 전통을 계승한 한편, 조선 초 중국 명나라 불상 양식을 합쳤다. 조선의 불상이 발전한 과정을 고찰해볼 수 있는 소중한 문화재이다.

복장유물들은 모두 81점이나 된다. 개별적으로도 하나하나가 국가 보물급의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한국의 서지학(書誌學)과 불경사(佛經史), 직물사(織物史), 염색사(染色史) 등의 연구에 중요한 자료이다.

국보로 지정된 불상은 경북 영주 흑석사 극락전에 봉안되어 있고 복장유물은 국립대구박물관에 위탁 관리하고 있다.

아미타불 복장에서 나온 유물이 80여 점 된다고 하는데 그 면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보권문-효령대군 친필, 서명, 낙관
보권문-효령대군 친필, 서명, 낙관

불교 전적(典籍)-보권문

여러 서책들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백지묵서가 아미타삼존불 조성 보권문이다. 6면으로 접힌 절첩본으로 능화판으로 찍어내었으며 앞면은 사격자모란당초문, 뒷면은 모란국당초문으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리고 태종의 후궁으로 1457년 선왕을 위하는 세조의 특별 배려로 궁호를 지어주고 노후를 안양(安養)하게 모시던 의빈 권씨와 명빈 김씨의 이름이 적혀 있고 이어서 효령대군 대시주 이우와 지용천, 대화주 성철 등의 이름을 묵서했다.

흑석사 아미타불 복장기
흑석사 아미타불 복장기

불교 전적(典籍)-복장기

다음으로 ‘아미타삼존불복장기(청색명주+한지)’가 있다. 세조 4년(1458) 법천사 아미타삼존불을 조성하며 넣은 복장기이다. 성철 등 9인의 대화주와 태종의 후궁인 의빈권씨와 명빈김씨, 태종의 아들인 효령대군, 세종의 부마인 연창위 안맹담, 세조 등 왕실 인물들과 이소세를 비롯한 시주자 275명의 명단을 기록했다.

전적(典籍)-다라니경

복장유물 ‘불설대보부모은중경 합각 장수멸죄호제동자 다라니경(목판본)’은 조선 초 1432년 태종의 후궁 명빈김씨가 발원한 왕실본이다. 부모의 은혜를 강조한 불설대보부모은중경과 부처의 힘으로 죄를 없애고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장수경인 불설장수멸죄호제동자다라니경을 합철했다.

동일한 2부가 함께 있었는데, 표지는 연녹색 명주로 만들어 화려하게 장식했다. 이전의 불경들이 주로 중국 당나라에서 만들어진 구양순체로 판각된 것과 달리, 고려의 사경체로 판각하여 우리나라 고유의 활자를 연구할 수 있고 태종~세조시기에 발달하던 한국 고유의 활자체계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불조삼경합부
불조삼경합부

전적(典籍)-불조삼경 합부

불조삼경은 불설사십이장경과 불유교경, 위산경책 3책(백지에 묵서)을 묶은 것이다. 복장에서 나온 불조삼경은 표지를 감지에 금으로 화려한 연꽃 문양을 장식했다. 또한 고려시대의 목판본과는 달리 몽산의 서문을 수록하지 않고 대신 변상도와 같은 다수의 그림을 권수에 채워 넣었다.

묘법연화경 변상도(백지에 금니)는 석가모니불이 사부대중에게 설법하는 장면을 그린 것으로 매우 화려한 것이 특징이다.

묘법연화경(감지에 은니) 권 2, 3, 4, 5 총 7권 중 4권만이 복장 안에 있었는데, 금니로 가장자리를 두르고 그 안에 연화문 네송이를 배치한 후 바탕은 은니로 보상화문을 장식하는 등 매우 화려한 것이 특징이다.

부(符)는 조선 초기의 것으로 종이 6장에 찍어낸 부적 다라니이다.

직물류, 연록색 겹보자기-등
직물류, 연록색 겹보자기-등

직물(織物)

구름무늬 연록색 겹보자기, 옥색 겹보자기, 남색 겹보자기, 대록색 겹보자기, 연청색 겹보자기, 흰색 명주, 구름과 보배무늬 황색 단직물, 황색 명주, 시주자명 청색 명주, 홍색 명주, 홍색 단직물, 황색 명주, 번(幡)모양 명주, 작은꽃 넝쿨무늬 초록색 단직물, 감색 단직물, 남색 기직물, 잎사귀 모양 직물, 흰색 구름무늬 사직물, 오색 견사, 모시, 목판에 부착된 모시 등이다.

직물류 오색견사
직물류 오색견사

오보병(五寶甁)

흑석사 오보병 오곡, 오보, 오약, 오향, 오황은 모두 한지에 싸서 묶고 종이 밖에 이름을 묵서하였다.

오향(五香)은 흰색 종이에 다섯 묶음으로 싸여있었는데 정향, 목향, 침향, 유향, 곽향이란 글씨가 쓰여있다. 조상경(造像經)에 의하면 이 오향을 나누어 다섯 병 안에 봉안하고 대관정을 받으면 여래의 오분법신향을 얻어 사업이 번창한다고 한다.

오약(五藥)은 흰색 종이에 다섯 묶음으로 싸여있었는데 계피, 인삼, 감초, 부자라는 글씨가 있었다. 부자는 두 묶음이다. 조상경(造像經)에 의하면 이 오약을 나눠 다섯 병 안에 봉안하고 대관정(大灌頂)을 받으면 법왕의 몸을 얻어 무병장수한다고 한다.

오황(五黃)은 흰색 종이에 다섯 묶음으로 싸여있어야 하지만 복장에는 세 묶음만 있었다. 대황, 자황, 웅황이란 글씨가 있었다. 대관정을 받으면 윤회를 벗어나 청정한 몸을 얻는다고 한다. 흑석사 복장유물에 없는 다른 두 묶음은 소황과 우황이다.

오보(五寶)는 아름다운 보석으로 옥, 수정, 호박 등은 종이에 싸지 않은 채 4종이 나왔다.

오곡(五穀)은 쌀, 볍씨, 콩, 기장 등을 모아서 한 묶음으로 하였다.

오향(五香)과 오약
오향(五香)과 오약

사리와 사리합

흑석사 금동사리합은 원구형태로 내부에 사리 1과를 봉안하고 운문 연록색 겹보자기에 싸여있다. 금동사리합은 지름이 3.5cm이고 표면에 금박을 올렸으며 뚜껑과 몸체가 서로 분리되는 형식이다.

칠보류 유리 호박 진주 등
칠보류 유리 호박 진주 등
"9-칠보류-유리-호박-진주-등" "10-사리합과-정골사리"
사리합과 사리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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