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도시 원형 잘 보존된 ‘시에나’, 유적과의 ‘공생’ 추구한다

이탈리아 시에나 전경
이탈리아 시에나 전경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란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인류의 보편적인 문화유산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세계유산은 15개가 등재돼 있다.

그 중에서 우리고장 영주는 우리나라 목조건축에서도 큰 족적을 남긴 부석사(산사-한국의 산지승원)와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한국의 서원)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부석사와 소수서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됨에 따라 영주시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관광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국내외 세계유산 활용방안을 비교해 보도함으로써 우리고장 세계유산인 부석사와 소수서원의 활용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연재 순서>
[1] 영주의 세계유산, 우리가 살려야 할 소수서원과 부석사의 가치는
[2] 국내사례-수원화성지구와 남한산성지구 : 주민참여와 협력 사례
[3] 국내사례-백제역사유적지구와 경주역사유적지구 : 주민지원과 관광프로그램
[4] 해외사례-이탈리아 세계유산 도시의 관광산업 : 로마 역사지구와 베네치아
[5] 해외사례-이탈리아 세계유산도시의 문화재 보존 관리 실태
[6] 해외사례-이탈리아 세계유산도시의 주민 참여 활동
[7] 부석사와 소수서원의 보존과 활용, 경제적 가치 창출 모색

시에나 대성당
시에나 대성당

대표축제 ‘팔리오’...중세시대 부터 별도 부서 두고 역사 이어
시에나 건국신화 ‘늑대’ 모티브 스토리텔링..곳곳에 조형물 설치

인구 5만 4천여 명이 사는 이탈리아의 작은 중소도시 시에나 시는 피렌체 남쪽 약 60㎞ 지점, 고도 약 300m 언덕에 위치하고 있다. 15세기까지 상업과 교통의 중심지로 번성했지만 이웃의 라이벌(?) 도시인 피렌체와의 경쟁에서 밀려 쇠락한 덕분에 중세 그대로의 모습이 지금도 잘 보존되고 있다.

시청이 있는 ‘캄포광장’을 중심으로 중세 자치 도심가가 원형을 잘 보존한 채 남아 있는 역사 깊은 도시로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시에나를 통해 이탈리아의 세계유산 보존 정책을 엿볼 수 있다.

중세 풍경의 도시...보존 활용 ‘적극’

1,300년대에 완공된 고딕 양식 건물인 푸블리코 궁전은 현재 시에나 시청, 의회, 시립박물관 등으로 사용 중이다. 현재의 시립 박물관은 중세시대 당시에는 성당이었지만 성당 앞에 버려진 고아, 병자와 순례자가 많아지면서 1980년대 까지 병원으로 사용됐으며 그 이후 시에나의 미술품을 품고 있는 박물관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 박물관 안에는 14세기 시민의 의사참여가 적극적으로 반영됐음을 잘 보여주고 있는 로렌체티의 프레스코화인 ‘선한 정부, 나쁜 정부’가 있어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궁전 한 쪽에는 102m로 이탈리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중세 종탑인 ‘만자탑’이 있다.

이 탑에 올라가면 캄포광장과 시에나 도시의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이탈리아의 대부분의 문화유산이 이처럼 현재에도 일상 생활에 활용되고 있는 점은 보존에만 방점을 둔 우리나라와는 다른 점이다.

시청 안의 접견실은 시에나의 건국신화를 모티브로 해 ‘늑대의 방’으로 불리고 있다. 쌍둥이 로마를 건설한 것으로 알려진 전설적인 왕 로물루스의 쌍둥이 동생인 레무스가 만든 도시가 시에나라는 전설이 있으며, 시에나 곳곳에 쌍둥이가 늑대의 젖을 빨고 있는 조각상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전설이 스토리텔링을 통해 현재도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캄포광장
캄포광장

엄격한 역사지구 관리...가이드라인도 마련

이탈리아 내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지자체가 대부분 그렇듯 시에나 시 또한 역사지구 관리와 보수 정비를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시에나 역사지구 내 구조물의 관리 주체는 시 및 중앙정부이고 역사지구는 도시 기본 계획의 보존 기준에 따라 보호되고 있다. 역사 건축물이나 그 주변 환경의 변경에는 당국의 사전 허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건축물의 보수와 정비에 있어 도시의 진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자세한 수리·정비 가이드 라인에 따라 보수가 이뤄지고 있으며 특히 주변 경관과의 미학적 어울림을 위해 중세건물 외관의 색상, 높이, 창문 등에 대한 규제가 엄격하다. 유적의 보존관리를 전문가에게 맡기고, 유적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자신들의 삶에도 도움이 되도록 하는 등 유적과의 공생을 추구하고 있는것도 우리와는 다른 모습이다.

다국어 안내표지판
다국어 안내표지판

역사지구에서 이뤄지는 주민주도형 축제

이탈리아 내에서도 손꼽히는 관광지역인 시에나는 현재 문화재, 건축물, 축제 등을 관리하기 위해 각 분야별로 담당부서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시에나의 대표 축제인 ‘팔리오 축제’ 단 하나만 담당하는 부서가 별도로 있을 정도다. 이 부서는 중세시대부터 별도의 부서를 두고 축제 역사를 꾸준히 이어 오고 있다.

시에나의 대표적인 축제 ‘팔리오’는 중세시대 때부터 시작돼 매년 7월 2일과 8월 16일에 열리고 있다. 메인 행사는 좁은 반원형의 캄포광장에서 벌어지는데 안장 없는 말에 앉아 시에나에 있는 17개의 마을인 콘트라데(Contrade)를 상징하는 ‘팔리오’라는 깃발을 들고 돌진하며 펼쳐지는 경주다. 콘트라데(Contrade)는 일종의 자치구로 도시 구역을 말한다. ‘시에나의 영혼은 콘트라데의 다양함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17개 콘트라다는 저마다 고유의 전통과 문화가 있다.

이 축제가 유명한 이유는 경기 직전 벌어지는 화려한 중세 복장 경주자들의 행렬과 중세의식을 재현한 행사이기 때문이다. 각 콘트라데를 대표하는 기수들은 제비뽑기를 통해 본 경기 이전 3~4일 전 부터 말을 배정받고 예선 경기가 이뤄진다.

1000년 전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오랜 전통 축제인 팔리오는 각 콘트라데 대표들이 동네 이벤트와 팔리오 경기를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1년 내내 축제 준비를 한다. 시의 예산 지원으로 진행되는 축제가 아니라, 콘트라데 자체적으로 추진돼 오고 있는 주민자치 축제다. 세계유산을 활용한 마을 사람의 자치 성격의 축제가 관광상품으로 승화된 사례다.

광장에 들어가면 누구나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지만 테라스나 창이 있는 특별한 위치에서 보고자 한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캄포광장 호텔룸 창문에서의 관람은 260유로부터 다양하다.

에스컬레이터
에스컬레이터

철저한 도시미관 보존에 외국인 대상 문화강좌도

시에나 역시 이탈리아 내 유명관광지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관광객의 방문으로 인해 도시가 망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관광객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지역을 관광할 수 있도록 새로운 관광루트를 개발하고 안내해주는 사업을 별도로 추진 중이다.

또한, 시에나를 포함한 이탈리아 전역에서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문화 활동 중의 하나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 강좌다. 시에나의 대학에도 개설돼 있는 문화 강좌를 통해 문학·미술·정치·역사 등의 이탈리아의 문화에 대한 애착과 인식을 새롭게 하는 문화 강좌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탈리아 내 대부분의 역사 지구가 대부분 그렇듯 시에나도 차량 출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고지대에 위치한 탓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편히 올라갈 수 있는 시설을 갖춰 놓은데다 곳곳에 안내표지판을 설치해 놓아 관광객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도심 아래에 설치된 현대식 에스컬레이터는 언덕 안에 매립돼 있어 중세 도시 미관을 전혀 해치지 않고 있다. 영어, 중국어 등 다국어로 적혀있는 안내 표지판은 큐알코드가 함께 안내되고 있어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를 증진하고 있다.

시에나시 관계자는 “중앙정부의 문화재 관리나 행사, 프로젝트 등을 추진할 때는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지역별로 자치활동이 매우 활발하고, 건축물이나 행사마다 예산 구성이 모두 다르다”고 말했다.

또 “팔리오축제는 시에나의 존재 이유와 같은 축제이며 시에나 시청에는 팔리오만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있다”며 “정부나 시가 주는 예산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콘트라데가 자체적으로 예산을 들여 축제를 열고 있다”고 덧붙였다.

행정부의 예산 지원 없이 1,000년 동안 주민 스스로 축제를 열어 옴으로써 시립박물관 소장 로렌체티의 프레스코화인 ‘선한 정부, 나쁜 정부’에 나타나 있는 시민의 의사참여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셈이다.

교통통제 안내판
교통통제 안내판

 

오공환 기자/서현제 발행인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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