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의 맛, 한국의 맛 넘어 세계인의 입맛을 공략한다

우리고장에는 진심어린 마음으로 전통의 맛, 건강한 맛을 지켜오며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온 음식들이 있다. 이 음식들 중에는 집집마다 평소에도, 경조사가 있을 때에도, 소중한 사람들에게 건강하고 특별한 음식을 대접하고 싶을 때도 빠지지 않고 나온다. 본지는 지역민들의 경제활동과 음식문화에 특별한 부분을 차지한 영주의 음식과 그에 대한 내력을 10회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40여년 대를 이은 맛과 음식에 대한 굳은 신념 지켜가
지역 분식으로 우리나라 최초 대형마트 입점에 수출까지

잘 삶아진 면과 매콤달콤한 양념이나 적당히 달콤하고 짭조름한 양념에 양배추, 오이 등의 채소가 더해져 알맞게 쫄면이 버무려진다.

군침을 한 번 삼키고 젓가락으로 적당히 잡은 면을 입 안에 넣으면 ‘음~’, ‘좋은데’, ‘맛있다’, ‘이 맛이었지’라는 감탄사가 나온다.

이번에 마지막으로 전하는 ‘어게인 영주의 맛’은 영주 시내 중심에 위치해 40여 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키며 시민들의 추억과 함께한 백년가게 ‘나드리’(대표 정희윤) 쫄면이다. 영주를 넘어, 전국의 소비자를 사로잡고 이제는 세계인의 입맛을 공략하고 있는 나드리 쫄면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시어머니의 ‘손맛’ 이어가

2대 김정애 대표
2대 김정애 대표

김정애(67) 대표는 자신처럼 바쁘게 살면서 나들이를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잠시라도 가족들과 부담 없이 나들이하듯 오라는 의미로 ‘나드리’라는 상호로 1986년 지금의 위치에 가게를 열어 쫄면을 만들어오고 있다.

김 대표의 음식 맛은 황해도가 고향인 시어머니께 배웠다.

시어머니는 6.25 전쟁으로 가족과 함께 이북에서 계속 남으로 내려오다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국수 장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3년간 이어진 전쟁으로 다시 내려와 봉화까지 왔다가 마지막으로 영주에 정착했다. 일찍 시집을 온 김 대표는 국수 장사하는 시어머니를 돕기 위해 새벽에 나와 음식을 하며 배워갔다.

“시어머니가 손맛이 굉장히 좋아요. 빈대떡, 만두, 냉면 등의 맛을 알아줄 정도로 음식을 굉장히 잘 만드셨어요. 얼마나 맛있게 만드시는지 입에 착착 붙어요. 그런 맛에 대해 많은 걸 배웠죠”

어느 날, 김 대표는 다른 음식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모두가 좋아하고 다 같이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쫄면을 선택했다. 인천에서 시작된 쫄면의 맛을 알아보기 위해 인천에 가서 양념도 먹어보고 면도 여러 가지로 먹어봤다.

“준비하면서 시행착오가 엄청 많았어요. 지금도 연구해요. 음식을 만들었을 때 ‘이 맛이다’라고 느껴졌을 때의 성취감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가 없죠.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아요. 그렇게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오랜 세월을 재미있게 할 수 있었어요”

나드리 쫄면이 가진 ‘특별함’

냉쫄면
냉쫄면

‘나드리 쫄면’의 면과 양념은 굵기와 다양한 맛에 특별함이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기존에 나온 얇은 쫄면과 다른, 자체적으로 연구한 면에 대해 자부심을 드러냈다.

“차별화가 될 수 있도록 면 굵기를 연구했죠. 면도 가는 면, 보통 면, 굵은 면으로 양념을 섞어 하나씩 먹어봤어요. 가늘게 했을 때 면이 질긴데 면을 좀 더 굵게 하니 좋았어요.

탱글탱글하면서 쫄깃쫄깃한 맛이 나면서 ‘면만 먹어도 맛있다’라는 말이 나왔죠.

처음 온 손님은 면이 왜 이렇게 굵냐고 하다 비벼 먹었을 때 ‘아, 이거였구나. 차별화된 이 집만이 가진 노하우구나’라고 생각하세요”

음식을 대충 만들면 손님이 안다는 김 대표는 정말로 정성이 들어가고 연구하고 노력해야 오랜 세월 맛을 지키며 이어갈 수 있다고 했다. 쫄면 양념장도 마찬가지다. 이런 정성으로 만드는 양념장도 처음에 들어가는 다시 국물만도 대략 30가지 가까이 재료로 진한 국물을 만들어낸다.

“영주는 소백산이 있어 곡식들이 잘 되잖아요. 좋은 조건에서 자란 사과와 인삼 등 영주산 재료들이 들어가요. 음식 안에 영주가 있는 거죠. 쫄면 한 그릇을 먹고 영주 구경하면 좋지요”

대를 이어 맛을 지켜가기

3대 정희윤 대표
3대 정희윤 대표

이런 음식에 대한 진심에 김 대표는 2019년 대한민국 소상공인 대회에서 모범 소상공인 부문 대통령상을 받았다.

“26살에 시작해 40여년 동안 청춘을 바쳤네요.

전국에 나드리하면 쫄면 딱 생각날 정도로 이름을 알리고 싶었는데 대통령상을 타고 나니 어느 정도 반은 이룬 것 같았어요. 상을 받기 전날 잠을 못 이룰만큼 너무 좋았어요”

당시를 떠올리며 떨린 목소리로 말하던 김 대표는 지난 추억을 떠올렸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부터 쫄면을 먹으러 오다 세월이 흘러 어느새 흰 머리가 덮인 50대 중년의 단골손님이 너무 반가워하면서 “우리 아들이 제대하고 왔어요”, “이제 손자를 봤어요”라는 말을 하며 한 번씩 들릴 때면 소름이 돋을 만큼 좋다고 했다.

“나드리에 오면 친정에 들리고 가는 것 같다고 오래오래 하라고 말하세요. 이런 추억으로 오는 손님들을 위해 건물도 전체를 고치지 않고 1980년도 그 시절의 그 맛이 나도록 도배와 바닥만 새로 하고 장식 등은 그대로 해놨죠. 그래서 좋아하세요”

“나드리 이야기로 책을 쓰세요?”라는 단골손님들의 권유에 김 대표는 올해 가을 ‘엄마와 아들’이란 내용으로 3대에 걸친 음식과 삶의 이야기가 담긴 자서전을 내놓는다.

대를 잇고 이어 자신보다 더 열정적으로 하는 아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라는 김 대표. 처음에는 음식을 만드는 일이 쉽지만은 않기에 자녀들은 편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부모 마음처럼 그 길을 걷기 바라지 않았다고.

“서울에서 대학원까지 나와 방송국 피디를 오래 했는데 스스로 그만두고 나와 일을 물려받았어요. 40년이 다 된 세월 동안 나드리를 만들어왔는데 부모가 나이 들어 문을 닫으면 너무 안타깝다고요. 자신이 해봐야겠다고 하더군요”

아들의 말에 집에서 하염없이 울었다는 김 대표는 마음을 다잡고 쫄면에 대해 처음부터 가르치기 시작했다. 음식은 거짓으로 할 수 없기에 직접 맛을 볼 줄 알아야 대를 잇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며 주방에서 4년여 동안 아들에게 모든 일을 경험하게 했다.

“지금 조카와 사위도 가게에 있어요. 사위가 부산에서 학교 교사였는데 그만두고 여기서 일을 배우고 있어요. 누구든 처음부터 가르쳐요. 현재 지은 공장이 큰데 해썹(HACCP) 인증을 기다리고 있어요. 아들이 전국에 열심히 알리고 다녔는데 이번에는 인천공항 내 두 곳에 쫄면이 들어가요. 이제는 대를 이은 아들의 선택이 잘했다고 생각됩니다”

김 대표의 바람은 전국에 더 많이 알려지고 전 세계에도 알려져 나드리 쫄면이 많은 곳으로 수출되길 희망한다. 전 세계에서 사는 한인들이 달콤 매콤한 우리나라의 맛으로 그리운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영주의 쫄면, 세계 속으로

최근 아들 정희윤(50) 대표는 더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영주의 맛인 나드리 쫄면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노력이 하나둘씩 성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시작했어요. 어머니가 해오신 일들이 제가 함께하면 무언가 더 만들어볼 수도 있겠다 생각해 계획을 하나씩 만들어갔죠. 어머니가 요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셔서 음식을 쉽게 배우려고 하지 말라며 4년여 동안 주방에서 모든 것을 가르치셨어요”

나드리에서 나오는 모든 음식을 할 줄 안다는 정 대표는 처음에는 하던 일들이 아니다 보니 막연함이 있었다고. 그러나 막연함은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라는 생각에 계획을 세워 하나씩 만들어갔다. 그중 하나가 백년가게 선정이다. 2018년 당시 경북에서 최초였다.

“김밥, 떡볶이, 자장면, 삼겹살 등 메인이 있다면 분식 중에서도 쫄면은 개인적으로 마이너 메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처음부터 가장 큰 고민이었죠. 남들이 하지 않던 것으로 우리나라 최초로 인터넷 판매를 시작했어요. 사실 그게 굉장히 컸어요”

국내 대형 플랫폼에서도 나드리 쫄면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다.

당시 30년 넘은 지역의 분식에서 생산되는 것에 놀라워했다.

최초는 또 이어갔다. 소면을 제품화시켜 대형마트로 진출한 것이다. 또 호주, 일본, 동남아 한인들을 대상으로 공동구매 형태로 판매하기도 했다.

이제는 공동구매가 아닌 공식적으로 미국 FDA 승인받아 수출길에 올랐다.

“국내 오픈마켓은 다 들어가고 있어요. 얼마 전에 카카오에도 입점을 했는데 카카오는 1만 세트가 한 번에 판매가 됐어요. 매출액으로 보면 1억4천~5천 정도에요. 그날 전체 판매량 1등을 했죠”

이외에도 네이버, 마켓컬리 등 국내 오픈마켓에 모두 들어가고 오프라인은 롯데마트, 롯데 슈퍼에 이어 홈플러스에도 들어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2인분으로 세트를 구성해 인기를 끌었다.

주말이면 나드리에는 손님들로 넘쳐난다. 인터넷에서 사서 먹다 직접 방문해 먹고 싶어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다.

“가장 크게 생각하는 게 고객 서비스에요. 올라오는 리뷰는 거의 하나도 빼지 않고 확인하고 작은 문제가 생겨도 꼼꼼하게 해결해 드려요. 작지만 고객들을 직접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는 마케팅 방법이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마케팅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공동구매가 아닌 해외로 정식 판매가 이뤄진 가운데 미국수출이 이제 시작이라는 정 대표는 11월이면 인도네시아에도 수출된다고 했다. 처음이 어렵지만 도전하는 만큼 최초로 하나씩 이뤄왔다는 정희윤 대표.

그는 “강의를 가면 가장 중요한 게 지금은 브랜드라고 말한다. 지금 목표로 하는 것은 브랜드이다. 쫄면하면 나드리라는 대명사가 만들어져 사람들이 떠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대구경북협동조합의 이사장을 맡고 있고 백년가게 연합회가 11월에 인천공항 터미널에 매장을 연다. 올해 연말부터는 서울 백화점에 가면 나드리 식당도 만나실 수 있다. 앞으로 프랜차이즈도 직영으로 운영하는 방법을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김은아 기자/윤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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