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골목 ‘수제 순대의 맛’, 백년 가게로 이어가다

우리고장에는 진심어린 마음으로 전통의 맛, 건강한 맛을 지켜오며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온 음식들이 있다. 이 음식들 중에는 집집마다 평소에도, 경조사가 있을 때에도, 소중한 사람들에게 건강하고 특별한 음식을 대접하고 싶을 때도 빠지지 않고 나온다. 본지는 지역민들의 경제활동과 음식문화에 특별한 부분을 차지한 영주의 음식과 그에 대한 내력을 10회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전영석, 신순남 1대 대표
전영석, 신순남 1대 대표

수제 순대의 시작, 국물에도 들어간 풍기인삼
17가지 재료가 버무려져 맛깔나게 깊어진 맛

부모의 손을 잡고 오는 아이부터 청년, 중장년, 노년에 이르기까지, 혼자든지 둘 셋이든지 진하고 구수한 순대국밥을 먹기 위해 찾는 우리 고장 영주의 전통시장 속 순대 골목. 1971년부터 자리한 순대골목은 몇 년 전 상인들이 이곳의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동판을 만들어서 골목길 바닥에 붙이기도 했다.

영주의맛 순대골목 동판
영주의맛 순대골목 동판

그러나 이 동판은 상인들도 모르는 사이 없어졌다.

순대골목 안에서 처음 수제 순대를 만들어 판매하고 2대에 걸쳐 그 맛을 전하고 있는 36년 역사의 ‘동양순대’를 지난달 19일 방문했다.

오전 9시 인터뷰를 위해 방문했을 때도 점심시간까지는 두세 시간이 남았지만, 순대국밥을 먹기 위해 찾는 손님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영주사람들은 물론 고향을 떠난 이들이나 영주를 방문한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백년가게로 이어가게 된 ‘동양순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직접 만든 순대로 자리 잡다

동양순대 1대 대표인 전영석(82)·신순남(76) 부부는 닭 장사로 순대골목에 터를 잡고 3년여를 운영했다.

그러다 방송을 통해 브랜드 닭이 홍보되면서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줄어들었다.

이때 닭 장사를 접고 선택한 것이 순대이다.

“1986년부터 시작했는데 그때는 다른 곳에서 만든 순대를 가져다 팔았어요. 그러다 직접 순대를 만들기 위해 연구했죠. 아내는 순대 속 재료를 준비하고 나는 속을 좀 더 쉽게 채울 수 있는 기계를 만들었어요”

직업이 목수였던 전 대표는 능숙하게 바로 사용하기에 편리한 기계를 만들었다. 버무린 순대 속 재료를 맨 위 통에 넣고 밀면 그 아래 옆으로 돼지 내장을 끼우면 재료가 들어가는 것이다. 여러 가지 재료가 어우러져 만들어진 수제 순대를 선보이자 손님들은 “야, 맛있다”라며 호응을 보냈고 수제 순대를 판매한다는 소문이 퍼져 식당에는 손님들로 문전성시였다.

“속 재료의 맛을 내는 데만 1년이 걸렸어요. 채소를 많이 넣어야 맛있다고 해서 넣으니 질고 선지를 많이 넣기도 하고 끝을 묶으라 해서 묶으니 터지고 했죠. 그렇게 여러 차례 시도와 실패를 거듭하다가 1년쯤 지나니 맛이 있게 됐어요”

동양순대는 영주에서 처음 수제 순대를 만들었다.

최고의 맛을 내기까지 순대 속 재료에 17가지(당면, 찹쌀, 부추, 깻잎, 마늘, 양파, 밀가루, 선지, 참기름, 고기 등)의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넣고 적당한 비율을 맞춰가 맛이 좋아졌다고 했다.

이후 나무로 만든 기계도 대구 칠성시장서 사 온 기계로 바꾸었다. 기계에서 순대가 나오는 모습은 당시 영주에서는 볼 수 없는 신기한 장면이라 구경하러 오기도 했으며 구경을 왔다 순대를 사가기도 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손님이 많았어요. 40분을 기다리다 발이 얼었다며 사서 가는 사람도 있었죠. 그러다 몇 년 지났을 때쯤 어떤 손님이 들깨가루를 넣으면 국물맛이 더 좋다고 하면서 넣어보라고 권했어요. 그랬더니 손님들이 맛이 좋다며 더 많이 찾아왔죠. 조언해준 그분이 하도 고마워서 지금 기억이 나요”

국밥용 국물은 매일매일 끓인다. 두 번씩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야만 구수한 맛이 난다.

한번 맛보면 그 맛에 반해 다시 찾아오는 동양순대는 단골손님들이 많고 서울, 부산 등 전국에서 찾아온다. 몇 년 전 방송을 탄 후에는 부산에서 단체로 버스를 타고 찾아오기도 했다고. 고향이 영주인 사람들도 방송을 보고 추억의 장소가 나와 반가웠다고 전화를 해왔다. 얼마 전에는 영주에서 살다가 호주로 이주한 단골고객이 동양순대의 맛을 못 잊어 해외 배송을 요청해 보냈다.

동양순대만의 특별함

백년가게
백년가게

재료를 손질하고 준비해 순대 속을 넣고 삶기까지 6시간, 순대 양도 하루하고 반나절을 판매할 정도의 순대만 제작한다. 순대가 모두 판매되면 문을 닫는다.

인삼이 들어가는 동양순대. 수제 순대를 만들어 팔기 시작한 신순남 대표는 예상 밖으로 돼지고기를 먹지 못한다.

국물을 우릴 때 나는 냄새를 너무 싫어했다. 그래서 돼지 특유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사용한 것이 풍기인삼이다.

처음에는 육수에 올라오는 냄새가 싫어 술, 약초 등 다양한 시도를 해봤지만 그중에서 인삼이 가장 좋았고 인삼을 넣으니 냄새를 잡을 수 있었다. 마침 영주는 유명한 풍기인삼이 있기에 더욱 좋은 맛을 낼 수 있었다. 풍기인삼 외에도 술, 참기름 등을 넉넉히 넣어 잡내를 제거한다.

그렇게 풍기인삼은 국밥의 국물을 우려낼 때, 순대 속 재료에, 마지막으로 인삼순대국밥에 절편으로 올려 나간다. 국물과 순대 속에는 인삼의 향이 올라오지 않도록 적당량을 사용하지만 눈으로 보이는 국밥에 올려진 인삼은 호불호가 있어 손님들의 요구에 맞추고 있다고 한다.

인터뷰를 마친 후 들어온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손님들은 국밥을 주문하면서 하나는 인삼 고명을 빼고 달라고 주문했다.

전성홍, 장송매 2대 대표
전성홍, 장송매 2대 대표

백년가게로 대를 이어가다

동양순대는 2020년 대구경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이 선정하는 백년가게로 인증을 받았으며 전영석·신순남 부부의 막내아들 부부인 전성홍(41)·장송매(39) 부부가 대를 이어 가고 있다.

중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다 2010년 한국에 들어와 대를 이어가게 된 아들 부부는 처음에는 어머니가 해온 방식과 생각의 차이가 달라 어려움이 있었다.

“어머니는 음식을 오랫동안 해오셨기 때문에 손으로 간을 맞추셨어요. 처음 배울 때 너무 힘들었죠. 그래서 어머니가 소금을 잡으면 그것을 그대로 그릇에 털어 양을 측정해 기준을 세워가면서 만들었어요. 1~2년이 지나도 간수가 된 소금이냐 아니냐에 따라 차이가 또 있었죠”

아들인 전 대표는 오로지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에는 2~3년이 넘게 걸렸다며 그렇게 기록하며 하나씩 배워갔다.

“처음에 아들이 가게를 맡겠다고 했을 때는 반대했어요. 우리처럼 고생하는 것이 싫었지요. 지금은 잘했다 싶어요. 나와 달리 아들은 배우면서 일일이 적고 저울로 재서 정확하게 하더라고요”

신 대표는 꼼꼼하게 배워가는 아들 덕분에 맛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었다면서 고추도 맵기가 여름과 겨울이 다른데 그런 것까지 정확하게 하며 잘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우리가 30년을 갈고 닦았는데 만약 아들이 혼자서 시작했으면 힘들었을 거예요. 우리가 돈을 못 벌어도 신선한 재료로 좋게 하려고 노력했기에 지금까지 유지해 나온 것이죠. 그런 것을 잘 이어가는 것 같아요”

아들 부부에게 매일 “손님에게 잘해라. 재료를 신선하고 좋은 것을 사용해라. 더 잘해라. 이익을 바라기보다 정성을 다해라”라고 말한다며 그 뜻을 아들과 며느리가 잘 이어가고 있다고 뿌듯해했다.

신 대표는 “우리의 노력을 아들과 며느리가 이어서 잘해주니 고맙다”며 “초등학생인 손자도 벌써 자신이 대를 이어갈 것이라며 손님을 접대하거나 청결하게 하는 방법을 이야기할 때가 있다”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맛에 기본 바탕에 있어서는 변함이 없다. 대를 이어 어머니가 해오신 방법을 그대로 고수하며 그동안 부족했던 공급 문제, 정량화 등 시스템을 갖춰나갔다.

“손님들이 음식을 드시고 ‘아버지, 어머니가 하셨던 것을 제대로 물려받았네’라고 하실 때 가장 보람으로 다가와요. 이제 조금 흉내를 낼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하죠. 대를 이어갈 수 있게 된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앞으로 어머니가 건강하게 가게를 지켜주셨으면 하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에요”

아들 부부는 가게도 넓혀가고 순대 작업장을 만들고 청결에도 더욱 신경을 썼다. 어머니가 일손이 부족하고 직접 할 수 없었던 것들 중에 숨겨놓은 비법들이나 손님들에게 못 보여드린 몇 가지를 끄집어내기도 했다. 바로 미니족발이다. 손님들의 반응도 좋아 앞으로 어머니가 못하셨던 것을 만들기 위해 아들 부부는 계획 중이다.

전성홍·장송매 부부는 “중국에서 공부만 하다 식당 일을 처음 하다 보니 아내는 다른 언어로, 남편은 배우면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럴 때면 단골손님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격려해줬다”며 “한국에 적응하며 어머니 밑에서 배우면서 여러 시도도 했었고 체인점을 내고 싶다는 연락도 많이 온다. 멀지 않은 시점에 가게가 확장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방법으로 한다면 손님들도 좋아하실 것 같고 부모님이 건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은아 기자/윤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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