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번 시어머니께 “사랑해요” 하며 안아드려요

시어머니와 함께 살게 된 후 가는 곳마다 동행
쑥뜸도 배워 시어머니 모시고 다니며 봉사활동

“일본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주민이 있는데 젊은 사람이 노모와 살면서 정성으로 모시고 함께 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아 전화했습니다”

휴천동에 소재한 한 아파트 경비원은 경비를 서면서 볼 때마다 노모를 모시고 함께 다니며 효를 다하는 주민의 이야기를 본지에 제보했다.

봉사활동과 일상생활을 하면서 가는 곳마다 시어머니와 함께하는 나가야마 유우꼬(47)씨. 그녀를 만난 지난달 29일에도 시어머니 박복연(94) 어르신을 모시고 자녀들, 지인들과 함께 문정수영장으로 물놀이를 나왔다.

한국문화에 스며들며 가족으로

2005년 12월 종교를 통해 남편을 만난 유우꼬씨는 1년 뒤인 2006년 12월 일본을 떠나 한국의 봉화군 봉화읍 거촌리에 정착했다.

산골 마을은 대부분 여자 어르신들이었고 가구도 얼마 되지 않아 경로당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어르신들은 각자의 집을 돌아가며 방문해 놀고 머무는 것이 일상이었단다.

당시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이었던 유우꼬씨에게는 밤낮으로 찾아오고 문을 항상 열어두거나 두드리지 않고 들어오는 등의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어색한 부분이 많았다고 한다.

언어가 다르다 보니 다소 어려움이 있던 유우꼬씨를 위해 한국에 정착한 지인들이 가끔 집으로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창구가 되어 주었다.

문화는 다르지만 먹는 음식에는 어려움이 없었다던 유우꼬씨. 북한이 고향인 할아버지로 인해 어릴 때부터 김치 등 한국 음식을 익숙하게 접했기에 직접 만들 수는 없어도 먹는 것에 어색함은 없었단다.

“한국에 정착해 살면서 좋았던 점은 개개인이 아닌 형, 동생, 고모 등등 가족 간에 관심과 정이 많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개인이 아닌 가족의 일원으로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었던 것도, 그렇게 가족이 되어 가는 것이 좋았지요”

94세 노모와 다니며 봉사활동

9년 동안 시어머니와 함께 살다 자녀를 낳고 학교에 들어갈 때쯤 영주로 나와 살던 그녀는 얼마 전부터 시어머니를 집으로 모시고 와서 생활하고 있다.

“시어머니가 청각장애가 있어 잘 듣지를 못하세요. 장애가 있으시고 봉화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것도 있으시고 힘든 부분이 있어 함께 지내려고 모시고 왔어요. 시어머니가 순수하시고 제가 조금만 잘해드려도 좋아하셔서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에요. 오히려 빨래, 청소 등 도움도 받고 있어요”

유우꼬씨는 쑥뜸을 배워 지난해부터 봉사활동으로 지역 경로당이나 어르신들을 찾아가 놓아드리고 있다. 시어머니와 함께 살게 된 후로는 가는 곳마다 시어머니도 동행한다.

“사는 아파트의 노인정에 보내 드리는 것보다 제가 봉사를 다닐 때 노인회관에 모시고 다니거나 어디에 갈 때마다 함께 다닐 때가 많아요. 어르신들과 어울리며 시어머니도 쑥뜸도 받으시죠. 흥이 많으셔서 함께 춤과 노래도 부르며 즐겁게 지내다 보니 이전보다 건강도 좋아지시고 웃는 날이 많아지셨어요”

어디든 모시고 다니다 보니 유우꼬씨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모두 아시게 됐다고. 봉화에 있을 때는 혼자 다녀 무엇을 하는지, 어디를 가는지 몰라 시어머니가 걱정이 많았고 오해할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함께하니 그런 걱정을 하지 않으신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자녀 3명을 키우는 유우꼬씨는 3대가 함께 생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를 잘 보필하고 자녀들을 잘 키우는 것이 그렇다.

“시어머니를 씻겨드리고 쑥뜸을 해드리면서 하루에 한 번씩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며 안아드려요. 간혹 밖에서 늦게 들어오는 날에는 나를 찾으셔서 아이들이 영상통화로 전화를 걸어주면 ‘보고 싶다’며 손짓으로 얼른 들어오라고 하세요. 처음에는 정말 놀랐어요. 시어머니가 정말 보고 싶다고 하신 것이 맞는지 하고요. 정말 감동했었어요”

때론 시어머니의 걱정 어린 말이 있을 때도 있고 의견이 다를 때도 있었다. 그럴 때는 다툼보다는 잘 지내시는 모습에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노력하면서 더욱 가까워졌다고 한다.

“시어머니가 표정이 많이 좋아지셨어요. 걱정 없이 지내시길 바라는 마음에 어떤 것이든 좋게 생각하도록 항상 웃으면서 생활하자고 말씀도 드려요. 시어머니와 함께하며 서로가 변해가며 더욱 좋아졌어요. 앞으로도 더 노력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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