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선 철길 따라 이어진 영주의 맛, 문어숙회의“쫄깃함”

우리고장에는 진심어린 마음으로 전통의 맛, 건강한 맛을 지켜오며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온 음식들이 있다. 이 음식들 중에는 집집마다 평소에도, 경조사가 있을 때에도, 소중한 사람들에게 건강하고 특별한 음식을 대접하고 싶을 때도 빠지지 않고 나온다. 본지는 지역민들의 경제활동과 음식문화에 특별한 부분을 차지한 영주의 음식과 그에 대한 내력을 10회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대야에 꾸러미로 가득 담아 기차타고 영주로
문어는 지역민의 삶과 지역 경제에 큰 역할

영주사람들은 문어에 진심이다. 경조사가 있거나 가족과 지인, 귀한 손님이 올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음식 중 하나가 바로 문어다.

거한 상차림을 차려도 문어가 없으면 제대로 차리지 않았다는 말이 나온다.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으로 인해 전국에서 찾고 있는 영주 문어, 바닷가 인근도 아닌 경북북부 내륙에서 문어 맛을 본 사람들이 꾸준히 찾으면서 우리고장 대표음식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이 문어가 어떻게 영주의 맛으로 이어지게 됐을까.

이춘자 할머니와 아들 김주구씨가 문어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춘자 할머니와 아들 김주구씨가 문어를 들어보이고 있다

철도 역사와 함께한 ‘영주 문어’

경상북도 영주시 영주역과 강원도 강릉시 강릉역 사이에 설치된 철도 노선인 ‘영동선’.

영동선의 개통과 함께 질 좋은 동해문어가 완행열차에 실려 영주로 들어왔다. 동해에서 잡은 최상의 문어는 잘 삶아진 상태로 기차를 타고 영주에 도착할 때쯤이면 가장 맛있는 상태로 숙성이 된다. 그 문어의 맛이 영주를 중심으로 봉화, 안동, 예천 등의 상인을 통해 소비자에게 알려지고, 경조사 등의 상차림에 올린 문어를 맛본 사람들에 의해 입소문이 나면서 영주의 문어가 전국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영동선 개통과 함께 동해문어를 완행열차에 실어 판매해온 참문어의 명인으로 알려진 이춘자(79) 할머니를 지난 6일 만났다.

할머니는 아들 김주구 대표와 함께 ‘묵호문어집’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문어가 들어왔다. 기차에 실어오던 문어는 이제 묵호에서 활어차에 실어온다.

문어를 삶고 있는 이춘자 어르신
문어를 삶고 있는 이춘자 어르신

아들이 문어를 가게 수족관으로 옮기는 모습을 지켜보던 할머니는 “어린 아이들을 키우면서 문어를 팔았는데 그 아이들이 자라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고 있다. 다행히 둘째아들이 뒤를 이어 가업을 이어줬고 함께 하면서 지금의 가게도 마련했다. 참 시간이 많이 흘렀다”며 “좋은 문어를 구입해 삶은 후 대야에도 싣고, 기차화물칸에도 실어서 봉화에서도 팔고, 영주에 내려놓고 안동, 예천 등에도 팔았다. 하루 밤을 지내고 새벽에 문어를 싣고 출발하면 잘 숙성돼 맛이 좋아 사람들이 많이 찾았다. 그때는 젊었고 힘든 줄도 모르고 열심히 살아갔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어깨가 많이 아파 병원에 다닌다”고 했다.

잠시 뒤에 할머니가 문어를 삶았다. 문어는 오래시간 익숙하게 해온 할머니의 손에서 부드러운 식감에 감칠맛이 더해진다.

삶아진 문어가 커다란 대야에 옮겨졌다. 손님들이 하나 둘씩 오가며 문어를 구입해 갔다. 가게 입구에는 손님들에게 알리는 영주 문어의 유래와 문어가 좋은 이유에 대한 내용이 담긴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영동선 기차를 타고 문어를 판매하던 번개시장 어르신들
영동선 기차를 타고 문어를 판매하던 번개시장 어르신들

지난 7일에는 이춘자 할머니와 함께 영동선 기차를 타고 묵호에서 문어를 실어 판매해온 엄순희(79) 할머니와 정옥자(78) 할머니를 번개시장 입구 가게에서 만났다.

50여 년 전 할머니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대야에 문어를 가득 담아 완행열차를 탔다고 했다. 강원도에 폭설이 내린 날에는 영주로 돌아오지 못했다.

할머니들은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어두운 새벽에 출발한 완행열차에서 각자 도시락을 싸왔는데 짐이 무거워 필요 없는 것을 버리다가 모르고 반찬으로 싸온 김치를 버린 적이 있었다”며 “그날은 거의 맨밥으로 끼니를 때웠다”고 했다.

이어 “문어를 싣고 가져오면 손수레에 실어 가게까지 옮기고 업체에 실어다 주고 하는 것까지 해야 했기에 배달해주는 일꾼들에게 품값을 줬다. 문어를 다른 지역에서 사러오고 팔러가고 해서 역 앞 시장에도 사람들이 많아 오고 갔다”며 “그렇게 번 돈으로 아이들을 키웠고 아들은 철도기관사로 일하고 있다. 그때가 살기 힘들고 어려워도 시장은 사람들로 활기찼다”고 회상했다.

문어를 싣고 영동선 기차를 탄 이춘자 할머니와 동료상인들
문어를 싣고 영동선 기차를 탄 이춘자 할머니와 동료상인들

‘문어’에 진심인 영주사람들

영주에서 나고 자란 60대 한 시민은 “친정어머니는 오래전부터 명절에 사위들이 오면 문어 다리를 하나씩 잘라 첫째 사위, 둘째 사위, 막내 사위 것이라며 따로 보관을 해놨다가 주곤 했다”며 “이제는 자연스레 사위들도 영주 처갓집에 오면 ‘내 문어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다. 그 만큼 문어는 특별한 음식”이라고 했다.

외지에 사는 자녀들이 성장해 자녀를 낳고 고향에 오면 어른들은 문어를 사다 놓는다. 이 문어를 손자손녀들이 먹는다.

김주구 묵호문어 대표는 “문어의 맛에 반한 손자손녀들은 명절이나 주말에 조부모 집에 올 때면 문어를 사놓으라고 해서 구입하러 오기도 한다”며 “경조사로 영주에 왔다가 문어 맛을 본 사람들이 구입하러 오기도 하고 택배주문을 하거나 인근 지역에 여행을 오면서 일부러 들러 사가기도 한다. 인근 지역은 물론 서울, 부산, 제주에서도 택배주문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문어를 활용한 비빔밥과 타우린 소고기무국
문어를 활용한 비빔밥과 타우린 소고기무국

영주의 문어, 이렇게도 활용하면

문어(文魚)의 문은 글월 문(文)자로 문어의 한자음이 글, 즉 학문을 뜻해 문어를 선비고기로 일컫기도 하며 선비의 고장 영주에 가장 잘 어울리는 특산물이라는 김주구 묵호문어 대표.

영주문어는 고단백, 고타우린 함유, 피로회복, 콜레스테롤 억제, 여성 냉각증 예방, 동맥경화, 숙취해소 등 다양한 효능이 있어 이를 활용한 음식개발로 영주의 대표음식에 대한 성장가능성이 많다고 강조했다.

제사용으로 명절에 구입한 문어
제사용으로 명절에 구입한 문어

이에 2013년에는 문어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용인대 육진수 교수, 고려대 김영준 교수 등이 문어의 최상의 맛을 위한 숙성도와 지역의 특산물인 인삼과 생강, 양파 등을 이용해 삶은 후의 맛을 연구했다. 또한 직접 음식매장을 운영할 수는 없지만 영주문어를 알리기 위한 노력으로 음식개발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김주구 대표는 “지난해와 최근에 타우린밥과 타우린소고기무국, 문어알비빔밥, 각종야채와 다진 문어를 넣어 둥글게 부친 패티 등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가족, 이웃들과 나눠 먹었다”며 “영주 문어는 특별한 역사와 상품가치 등이 높다. 이를 더욱 알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아 기자/윤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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