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발레리나 김경선

코로나19로 3년 만에 제자들과 무대 올라
무대에서 살아있음을 가장 강렬하게 느껴

“무용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했어요. 그전까지는 피아노를 했죠.

하루는 학교 운동장에서 같은 학년의 학생이 무용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반했어요.

그 아이가 춤을 추는 모습을 넋을 놓고 보다가 반을 찾아가 다짜고짜 물었죠. ‘나도 무용하고 싶다. 어떻게 하면 되냐?’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다는 발레리나 김경선(41. 휴천2동).

당시에도, 지금도 소심한 편인 그녀는 그렇게 그 학생에게 소개 받은 무용학원에서 무용을 시작해 불혹의 나이인 지금까지 무용에 열정을 쏟고 있다.

“앞으로도 쭉 할 것 같아요. 무용이 너무 좋거든요”라며 그녀가 최근 공연한 무용의 팸플릿을 내밀었다. 지난 1월 15일 영주시민회관에서 창작 발레로 제자들과 함께 섰던 무대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코로나 창궐로 3년 만에 무대였다.

“학원을 하면서 매년 대학 보낸 제자들과 함께 무대에 서는데 코로나로 공연을 못하다가 지난 1월 방역준수하며 띄어 앉기로 공연했어요. 무대 공연하는 분들은 다 그렇겠지만 무대에서 춤출 때가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무대 오르기 직전 긴장에서 오는 미세한 떨림과 무대에 섰을 때 벅차오르는 감정은 내가 살아있음을 가장 강렬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에요”

그녀는 이 무대에서 제자 고태연(대구가톨릭대 무용과 4년)씨와 협연으로 창작무용-희망가를 선보여 큰 박수를 받았다. 그녀가 학원을 하면서 처음 대학에 보낸 학생이 이 제자이다. 4년 전액장학생으로 입학한 그 제자를 주위에서는 그녀의 ‘1호 제자’라고 부른단다.

“이제는 제자이기 보다 무용 파트너에요. 그리고 지난 1월 공연에서 훌륭한 발레를 선보인 제자 박서연은 계명대학교 무용과에 입학했어요. 고태연과 박서연, 이 두 명이 이번 공연에 사회를 맡아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발레리나와 플루티스트의 만남

그녀의 남편은 음악협회 영주지부장을 지낸 플루트연주자 오창근이다. 발레리나와 플루티스트는 어떻게 만났을까.

“제가 플루트라는 은빛 악기에 매료돼 플루트를 배우러 남편의 학원을 찾아 갔어요. 플루트를 배우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싹트게 된 것이죠”

그렇게 만난 지 6개월 만에 결혼한 그녀는 자상하고 일처리가 굉장히 꼼꼼한 남편의 그런 점이 좋았고 믿음직했단다.

“공연 때마다 오프닝 무대는 남편이 열어줘요. 이번 공연에도 플루트4중주(플루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로 오프닝을 해줘 무대가 더욱 풍성해졌지요”

최근 그녀는 몇 년 전 시아버지(오동수 전 시의원)가 돌아가셔서 홀로 계신 시어머니에게 매일 안부 전화와 자주 찾아뵈며 많은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시어머니는 살림꾼이세요. 집안이 반질반질하죠. 냉장고 열어보면 놀랄 정도로 깔끔하고 질서정연해요. 무용밖에 모르는 저를 위해 김장은 물론이고 밑반찬도 다해주세요”

항상 딸과 같이 대해주는 시어머니에게 늘 감사한 마음이라는 그녀는 남편과 시어머니가 그녀의 삶에 정신적 지주라고 했다.

한편 발레리나 김경선은 2008년 플루티스트 오창근과 결혼해 아들 승훈(13. 대영중)군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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