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봉사하는 시인 김점순씨

1만시간 이어 1천시간 봉사

12년 전, ‘전국 적십자 봉사원 대축제’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시인 김점순(75. 가흥동)씨를 취재하고자 그녀의 집을 방문했었다.

지난 23일 12년 만에 다시 집을 방문했다.

이번에는 ‘대한적십자사 창립 116주년 기념 경북지사 연차대회’에서 적십자 봉사장 금장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봉사장 메달과 함께 받은 표창장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부문 자원봉사 1만1천시간 경북지사 영주제일봉사회 김점순. 귀하는 적십자 인도주의 운동에 적극 참여하시어 인간의 고난경감과 복지증진에 크게 기여하였으므로 그 공로를 높이 치하하여 이에 표창합니다. 대한적십자사 회장 신희영’

봉사하는 시인 김씨는 1만시간 봉사패를 받은 지 12년 만에 또다시 1만1천시간의 봉사활동으로 표창장과 메달을 수상했다. 12년의 시간이 흘러 다시 찾은 집은 상망동에서 가흥동 택지로 옮겨져 있었다.

“옛날 집이 혼자살기에 큰 집이었어요. 최상층이라 다락방까지 방이 4칸이었지요. 지금은 방두 칸으로 혼자살기에 좋아요. 더 크면 청소하기만 거북하고 지금이 나아요”

나이 들면 버리고 살아야 한다는 김씨는 “물건도 버리고 욕심도 버리고 버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봉사활동으로 아픔 이겨내

그녀는 마흔 일곱에 사랑하는 남편을 불의의 사고로 저 세상으로 보내야만 했다.

“남편과 함께 구급차를 타고 안동병원에 갔는데 병원 문 앞에서 나도 모르게 기절했던가 봐요. 깨어보니 병원침대에 누워있더라고요. 너무 많은 걸 남편에게 의지했어요. 남편 있을 때는 은행에 볼일도 못 봤으니 완전히 바보였죠. 그러니 살기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속기도 많이 속고…. 봉사회가 아니었으면 못살았을 거예요. 봉사를 다니면서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도 많구나!’, ‘나는 참 행복하구나! 감사하며 살자’라고 생각했죠. 그분들한테 위로 받으면서 살았어요”

이선제(선제 한의원), 선희(캐나다 거주), 선미(대구 거주) 1남2녀를 두고 있는 그녀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남편 살아있을 때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걸 가졌었는지 깨달지 못했고 인생을 좀 살아본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김장김치 나눔, 연탄배달봉사에 이어 며칠 전에는 도시락 배달봉사 갔었는데 안쓰러워 방도 좀 치워주고 왔어요. 허리, 무릎관절로 몸을 맘대로 못 움직이니 어떡해요.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기간도 몇 년 안 남았는데 열심히 해야죠. 아직까지 연탄 200장 릴레이로 서서 날라도 다음날 거뜬해요”

봉사활동으로 행복한 그녀는 상복도 많다. 1974년 영주제일봉사회 창립회원으로 대한적십자봉사회 활동을 해온 그녀는 봉사부문 시민대상, 국무총리, 도지사, 대통령 표창장, 적십자 회장상 등 여러 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2009년에 받은 1만시간 봉사패와 최근에 받은 1만1천시간 봉사 표창장과 메달이 큰 의미고 기쁨이다.

적십자봉사회의 정년이 77세라는 그녀는 “만77세면 78,~9세 어르신이다. 체력에 문제가 없다고 해도 봉사를 받는 분들이 불편해하기 때문”이라며 “아직 몇 년 남은 77세까지 열심히 봉사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김점순씨는 2005년 ‘문학세계’로 등단한 시인으로 아침에 눈을 뜨면(2007년), 우리의 삶이 캄캄한 밤일지라도(2009년), 그립다 말하기 전(2017년)을 출간했다. 시집 출판기념회 수입금도 어렵게 생활하는 다문화가정, 독거노인 등을 위해 사용했다.

시인으로 사는 그녀는 밤을 하얗게 새워 쓴 수많은 시편 중 남편을 그리워하며 쓴 시 ‘당신이 떠난 후에’를 가장 좋아한다. 자작시 낭송 기회가 생기면 이 시를 가장 많이 낭송하는데 번번이 그리움에 울음이 차올라 감정을 추스르기 힘들다고. 그녀가 좋아하는 시 ‘당신이 떠난 후에’의 일부이다.

-중략-
당신이 떠난 후
가진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은 나에게
스스로 찾아오는 봄빛
그 푸른 싹들을 혼자 키우며
한 세월을 울면서 살아왔습니다
내 화단에 키우던 싹들이
하나 둘 자라고 떠나고
그들은 또 새로운
우주를 키우고 있습니다.
둥지 속에 머물던 그들이
다 떠난 뒤
스스로 눈물을 거두고
주위엔 칼바람이 불어와도
이제는 울지 않으렵니다
이 불빛 가득한
뜨락에서
지난 세월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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