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귀산촌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서 다뤄진 이슈들

 

통합 산림계획 수립 통해 영주 산림 비전 만들어야
교육환경 개선, 일자리 창출...청년세대 귀산촌 유인
‘경북농산촌유학지원센터’ 설립...영주가 구심점 돼야

영주 귀산촌 활성화 방안 토론회가 지난 15일 국립산림치유원 다스림홀에서 열렸다. 소백산백년숲 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서현제)이 주최하고 경북도와 영주시가 후원한 이날 토론회는 이강오 한국임업진흥원장의 ‘그린에 그린을 더하다’라는 제목의 특강이 이뤄졌다. 또 청년, 귀산촌 교육, 산촌유학의 세부 주제로 3명의 전문가 발제와 10명의 전문가 패널의 토의가 진행됐다.

이에 앞서 장욱현 영주시장과 이강오 한국임업진흥원장이 별도로 만남을 갖고 내년에 대전으로 이전하는 한국임업진흥원의 경북분소를 영주에 설치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또 장 시장이 주최한 산림기관장 오찬회가 같은 장소에서 있었으며 오찬을 마친 기관장들이 토론회에 참석해 일정을 함께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산림경영 △탄소중립 △귀산촌 교육 및 산주교육 △산촌유학 그리고 청년의 귀산촌 사례와 지원방안이 논의됐다.

탄소중립, 국가적인 투자가 수반되는 기회

이날 특별강연에 나선 이강오 한국임업진흥원장은 “최근 탄소중립과 관련해 벌어진 벌채논쟁은 독일과 미국 등에서 이미 있었던 논쟁”이라며 탄소중립의 지구적 과제를 산림의 탄소 흡수기능 극대화로 해결하려는 우리나라의 정책과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이 원장은 또 “조림한 나무를 벌채하는 것은 정상적인 산림 경영활동이며 민둥산에 활착 가능성 위주로 일시에 식재한 녹화림의 영급(나무를 나이에 따라 나누는 등급)을 개선해 탄소 흡수원으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영주 산림의 64%에 이르는 사유림의 체계적인 산림경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원장은 “산림이 탄소 흡수원으로 제 기능을 하도록 하려면 국가적인 투자가 수반 돼야 하고 벌채와 조림, 목재의 가공과 이용 분야에서 일자리가 생겨나기 때문에 지역 산림에 있어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규모 산주들로 분산된 사유림을 통합해 규모화하고 체계적인 산림경영을 해야 하며 1980년대 한독산림협력사업으로 울산광역시 울주군에서 행해졌던 ‘사유림 산림경영 협업체’ 같은 형태의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일들을 추진하기 위한 협의기구를 만들고 논의 과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역 산림의 비전, 국·공·사유림 통합 산림계획 수립

산림청은 매년 국・공・사유림 통합 산림계획 수립 예산을 편성, 공모를 통해 대상 지자체를 선정하고 있다. 2019년에 홍천, 가평, 금산, 순천, 하동이 선정돼 국비를 받아 과업을 수행했으며 지난해는 울주, 괴산, 장수 등이 선정됐고 올해에도 울산 북구, 고창 등이 대상지로 선정됐다.

산림청은 이같은 과정을 통해 수립된 통합 산림계획을 해당 지역의 국유림 산림경영에도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이제까지의 산림계획이 공무원에 의해 작성돼 왔던 것에서 벗어나 시민사회의 의견을 반영해 지역민이 공감하는 계획을 수립하라는 취지다.

이에 대해 소백산백년숲은 권역 내 대학과 연계해 연구팀을 구성하고 산림전문가, 환경전문가는 물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꾸려 지역민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심원복 소백산백년숲 사회적협동조합 이사는 “지역민들의 기대와 바람을 반영해 산림을 구획하고 기능별로 나눠 관리해 나갈 세부계획이 마련돼야 한다”며 “단순히 숲을 가꾸는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도시숲과 공원, 문화재 공간의 숲에 이르기까지 지역민들이 얼마나 쾌적하고 아름다운 환경에서 살며 일할 것인가의 문제를 포함하는 것이 영주 산림의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또 “영주 산림 비전을 수립하는 일을 국・공・사유림 통합 산림계획의 예산을 활용해 수행해야 한다”며 “내년에는 영주가 반드시 대상지로 선정될 수 있도록 민관이 협력하고 호흡을 맞췄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산촌유학, 산촌 교육환경 회복 “청년이 온다?”

우리 지역을 비롯한 전국 농산어촌의 인구감소와 노령화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산촌지구인 부석면, 단산면, 순흥면의 초중학교 학생수 감소가 심각하다. 지역의 교육환경 악화는 곧바로 지역의 활력 저하로 이어진다. 교육환경이 악화되면 자녀가 있는 젊은이가 지역으로 이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지역 내에 있는 젊은 가정을 도시로 나가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농업에 종사하는 젊은이가 자녀교육 문제로 시내에 살면서 출퇴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10명 내외의 학생이 확보된다면 작은 학교가 가지는 장점이 극대화 된다. 이 때문에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청년세대의 귀산촌을 적극 유인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됐다.

실제 울주군 소호마을의 경우 산북초교 소호분교가 학생수 10명이 안돼 폐교 위기에 몰렸다. 폐교를 막고자 산촌유학을 시작했고 한때 학생수가 60명에 달했다. 34가구가 좋은 교육환경을 찾아 귀촌했다. 교육환경이 개선되자 도시에서 소호마을로 귀촌하는 가정이 크게 늘어난 사례다.

우리고장 영주에도 산촌유학 센터가 설립돼 운영 중이다. 산림일자리발전소 그루경영체 지원사업을 통해 하늘꽃마을 산촌유학이 2019년도에 출범했으며 빛마을 산촌유학이 올해 설립돼 운영에 들어갔다.

두 곳의 산촌유학이 모두 문수면에 있다. 특히 우리고장 영주는 전국에 3개 밖에 없는 농촌유학지원조례를 제정한 지자체다. 지난해 3월 장영희 의원 발의로 제정된 이조례는 농촌유학 활동을 지원하고 농산촌 지역의 교육문제 전반을 다뤄 교육환경을 개선하도록 하고 있다.

산촌 유학의 효과

이날 토론회에는 우리고장 하늘꽃마을 산촌유학의 정승범 대표가 패널로 참가해 하늘꽃마을 산촌유학을 설립하고 3년 간의 활동사례를 발표했다. 3년 차인 올해는 10명의 유학생이 생활하고 있으며 지원금과 유학비 합계 1억 6천만원의 소득을 올렸다고 밝혔다.

5가구 9명의 활동가가 함께 운영하고 있으며 부부가 모두 활동하는 4가정의 경우 관련 소득이 연간 3천 500만원에 달한다. 이들은 산촌유학 이외에도 다른 일을 통해서도 소득을 올리고 있다.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부족함 없는 소득을 올리며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산촌유학을 통해 소호마을을 전국에 알린 김수환 (사)농산어촌유학 전국연합 전 이사장도 토론회에 참가해 자신이 이룩한 소호마을의 성과를 직접 전했다. 김 전 이사장은 소호마을 산촌유학을 이끌며 (사)농산어촌유학 전국연합을 만들어 직접 이끌고 있으며 산촌유학을 통해 소호분교를 살려냈고 사람들이 떠나던 소호마을을 찾아오는 소호마을로 만든 장본인이다.

또 소호산촌유학을 일자리 중심의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 ‘마을공동체형’ 산촌유학의 모델이 됐다. 현재 그는 이러한 산촌 활성화 모델을 영남알프스 일대로 확대하는데 힘쓰고 있다. 그가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에 집중하는 것은 교육환경이 개선되면 저절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젊은 세대들이 찾아들어온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예천 시골살이 아이들 농촌유학센터의 송난수 대표는 경북농산촌유학지원센터를 영주에 설립할 것을 제안했다. 기존의 농산촌유학센터들의 운영과 신규 유학센터의 설립을 지원하고 활동가 양성, 유학생 모집을 위한 다양한 홍보와 도시 지역과의 연대를 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구심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영주에 지원센터를 두고 경북 북부지역을 관할해 운영하고 이를 바탕으로 나머지 지역에 권역별 지원센터를 설치해 운영했으면 좋겠다”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귀산촌교육, 산주교육의 사례와 영주의 계획

귀산촌 교육과 산주교육에 관해서는 (사)괴산군산림협회 임찬성 회장이 추진해온 사례를 발제했다. 임 회장은 3년 전부터 한국임업진흥원 산림일자리발전소 괴산 그루매니저로 활동하면서 귀산촌교육과 산주학교 프로그램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부터 임업진흥원 귀산촌 교육과정으로 정착시켰으며 이달부터 괴산 산주학교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괴산군은 산림협회 운영에 사무국장을 지원했고 관련단체의 활동에 필요한 토지를 매입하고 경비를 지원하며 산림관련 사업들을 육성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에도 괴산군 산림녹지과 정미훈 과장과 신진우 주무관이 참관하기도 했다. 임 회장은 “울주, 영주, 괴산이 연합해 협의체를 구성, 한국 산림을 선도하자”고 제안했다.

우리고장 영주는 소백산 귀산촌학교라는 명칭으로 내년부터 운영에 들어갈 목표를 세우고 있다. 발제자로 나선 국립산림과학원 산림특용자원연구과장(전 산림약용자원연구소장)인 김만조 박사는 “귀산촌 교육을 통해 영주가 얼마나 매력 있는 고장인지를 직접 체험하게 하고 영주의 산림과 거기서 누릴 수 있는 직업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화, 명소와 맛집에 이르기까지 영주의 일상을 미리 체험하게 하자”고 활성화방안을 제시했다.

또 “이미 있는 훌륭한 업소가 있으면 이를 활용하고 또 없으면 요구되는 요소를 귀촌인들이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영주를 일생이 매력 넘치는 고장으로 만들자”는 독창적인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그의 산림문화촌 구상과도 궤를 같이 한다. 산림문화촌이란 낙후된 산촌지구 내의 산림에 30가구 규모로 조성한 마을이다. 토지와 건물은 공공자산으로 하고 주민은 공모를 통해 지역에 필요한 기능을 가진 전문인력으로 채운다. 규율을 지키며 임대료를 부담하되 1년을 계약한다.

규율을 어기지 않으면 매년 계약을 갱신하며 계속 생활할 수 있다. 입주민은 의사, 변호사 등 취약지역에서 받기 어려운 서비스 전문가와 음악가, 수리공, 제빵사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능을 가진 사람들을 지역민의 요구에 맞춰 입주시키고 생업을 이어가게 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산촌유학센터 등을 추가하면 지역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빛마을 청년들의 영주 귀산촌 사례

귀산촌은 이번 토론회의 첫 번째 발제 주제였다. 영주지역에 은퇴하신 분들이 내려와 정착하는 것도 의미가 큰 일이다, 그리고 지역출신의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게 지원하고 더 나아가 도시의 청년들이 영주에 내려와 정착하도록 지원하는 것은 우리의 지상 과제다.

12년째 빛마을공동체를 이끌며 도시 청년들의 영주에 함께 뿌리내리기 투쟁을 이끌고 있는 ㈜바보농부들 이희진 대표가 자신들이 겪어온 12년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12년간 7번 이사를 하면서 겪었던 이야기를 하면서 이 대표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7번째 이사한 곳이 문수면 월호리 와현분교다.

잦은 이사 경험이 청년들을 목수로 만들었고 산림일자리발전소의 그루경영체로 지정되기도 했다. 주거가 안정되면서 결혼하는 커플이 생겨나고 아이가 태어났다. 16명의 빛마을청년들 공동체에는 16명의 청년들이 귀촌해 있으며 이들 가운데 6커플이 결혼해 6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또한 풍기로, 장수면으로 집과 농지를 확보해 독립해 나갔다.

빛마을공동체는 지역 농부와 귀농귀촌인 도시인이 만나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작은 오두막 카페, English[숲] soup, 동네목수와 영상편집디자인을 하는 오두막 크리에이터 사업을 동시에 벌이고 있다. 더 많은 청년들이 내려와 정착할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정착하며 겪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지역민과의 소통을 꼽는다. 도시에서 온 청년들을 미덥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었다고 한다. 두 번째 어려움이 주거문제였다. 빈집이 있어도 선뜻 청년들에게 내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 대표는 “청년들의 정착을 위해 빈집의 임대를 연결해주는 것만이라도 큰 힘”이라며 “면사무소나 청년지원 담당자 등을 둬 이를 적극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다.

영주시의회와 산림녹지과의 의견

이날 토론회에는 영주시의회 경제도시위원회 장영희 위원장과 영주시청 산림녹지과 금두섭 과장이 패널로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장 위원장은 “영주시 농촌유학 지원에 관한 조례에 적시된 위원회의 구성을 서둘러 달라”고 주문했다.

또 “소백산자락길 게스트하우스, 좌석리 캠핑장 등의 유휴 자산을 활용해 산촌유학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역 산림을 잘 가꿔야 하고 산림을 잘 가꾸면 시민의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며 “이를 놓치지 말고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 과장은 그동안 영주시가 임업인에게 지원한 여러 사례를 설명하고 앞으로 민관이 협력해 지역 발전에 힘쓰자고 말했다.

토론을 통해 드러난 영주 산림의 당면과제

패널토의를 마치고 저녁시간에 토론 참여 전문가들이 자유롭게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리에서는 토론회에서 제기된 제안들에 대해 다시 논의하고 실행방안을 탐구했다. 이를 정리해 관련부서와 시의회 및 경상북도 산림관계 부서에 제안하기로 했다

첫째, 국・공・사유림 통합 산림계획 수립 공모사업 선정을 위해 관・민이 힘을 합쳐 최선을 다한다. 둘째, 산림정책 관련 토론회와 강연회를 정례화한다. 이를 통해 시민과 산주, 산촌 주민의 의견을 모으고 공감대를 만든다. 셋째, 공공산촌유학 설립을 추진하고 운영인력을 양성한다. 이를 위해 조례에 규정한 위원회를 조속히 가동한다.

넷째, 귀산촌 교육 수행을 위한 예산지원, 다섯째, 각종 산림 단체와 산주를 규합해 (사)영주시산림협회를 결성하고 협회의 활동기반을 마련한다.

한편 이날의 토론회에는 여느 정책토론회에서 볼 수 없었던 공연도 선보였다. ‘전원크리오’의 오카리나 3중주를 프로그램에 편성해 지루함을 없애고 공연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전국에서 모인 발제자 패널과 지역 산림기관장 그리고 관련부서 공무원들과 산림일자리발전소 그루경영체 대표들과 구성원들이 참가해 끝나는 시간까지 집중해 토론에 임하고 질의하는 열정을 보여줬다.

소백산백년숲 사회적협동조합은?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소백산백년숲 사회적협동조합은 지난해 7월 31일 발기인 대회를 열고 같은 해 11월 24일에 산림청으로부터 인가를 받아 설립됐다. 산림·산촌·환경분야 연구사업과 산림 교육사업 그리고 산림분야 사회적기업 창업 플랫폼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설립 목적이다.

(사)영주문화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지역 원로들과 산림·환경전문가, 지역 각계 인사를 포함 16명이 조합원으로 이뤄져 있으며 동양대 신준환 초빙교수(전 국립수목원장)가 고문으로 참여하고 있다.

창업 첫해인 올해에는 “영주댐 상류지역 생태의 현명한 이용을 통한 체험관광 활성화 연구용역”을 경북도로부터 수주해 수행했다. 또 경북도의 예산지원으로 소백산 귀산촌학교 설립을 준비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이번 ‘영주 귀산촌 활성화 방안 토론회’를 주최했다.

서현제 이사장은 “앞으로 영주 산림의 비전을 세우고 숲을 시민들에게 더욱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경제성 있고 생태적이며 아름다운 지속 가능한 백년숲으로 가꾸어가는 데 필요한 사업들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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