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인터뷰] 김일곤 경상북도 대변인

예산담당관, 대변인, 청도부군수 거쳐 다시 대변인
원고없이 진행된 도지사의 청와대 연설 ‘아찔한 순간’
민생경제 살리기 위해선 통합 신공한 조기 건립이 대안

경상북도에서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공직자 중 한명이 김일곤 경상북도 대변인이다. 도시사의 입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두 번씩이나 맡으며 도정홍보를 이끌고 있는 김일곤 대변인을 직접 만나봤다. <편집자 주>

▲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구미시 선산읍에서 1963년도에 태어나 1988년 고아읍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공무원이셨던 선친의 뜻을 이어받아 2대째 공무원이 된 것이다. 선산읍, 선산군청 기획실에서 근무했고 1992년 선망했던 경북도청으로 전입했다. 사무관으로 승진한 2010년부터 1년간 여성가족부에서 근무하며 중앙부처의 경험도 쌓았다. 2018년 서기관으로 승진해 경상북도 예산담당관, 대변인, 청도부군수를 거쳐 지난 7월 다시 경상북도 대변인이 됐다.

오랜 공직생활을 하면서 한 사람이 열 걸음 가는 것보다 열 사람이 한 걸음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특히 공직생활 중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세 번에 걸쳐 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세계에 알리는 홍보업무를 담당했던 경험이다. ‘앙코르-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06’,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3’, ‘2000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당시 세계문화엑스포 조직위원회에서 홍보를 책임지는 중책을 맡아 성공적인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개최에 한 부분을 담당했다는데 큰 보람을 느낀다.

또한 2006년 김천에서 열린 제87회 전국체전, 2007년 제36회 전국소년체전과 제27회 전국 장애인체전에 총괄 담당자로 참여해 성공 개최를 위해 동분서주 땀 흘리며 뛰었던 경험도 잊지 못할 기억이다. 요즘은 늦둥이인 중2 아들의 두툼한 배를 만지면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 청도부군수에서 경상북도 대변인으로 복귀했는데 아쉬운 점은 없는지?

공무원은 종이 한 장에 움직인다는 말이 있다. 인사발령이 나면 따를 뿐, 아쉽지는 않았다. 다만 발령소식을 들었을 때 조금 얼떨떨하기는 했다. 민선 7기 초대 대변인으로 일했고 1년 6개월간의 청도부군수를 했는데 다시 대변인으로 발령이 났기 때문이다. 어떻게 된 일이냐는 전화도 많이 받았다. 공직사회에서는 한 번 거쳐 간 보직을 다시 맡는 경우는 잘 없다. 더군다나 대변인은 어려운 자리다. 도정 홍보는 물론이고 ‘도지사의 입’으로 불릴 정도로 막중한 역할을 해야 한다. 임명장을 받으면서 이것도 숙명이구나 생각이 들었고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 대변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지?

대변인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배려와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외부인을 많이 만나는 자리이고 도지사의 역할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언론인 등 외부인을 만날 때마다 상대를 배려한다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한다. 상대를 배려하다 보면 당장은 내가 조금 손해를 보는 것 같아도 결국 상대도 나를 배려해줌으로써 관계도 좋아지고 업무처리에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 배려만큼이나 소통도 대변인으로서 필수적인 덕목이다. 언론인들과의 소통을 통해 도정에 대한 오해와 억측을 예방하고 도지사의 도정철학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 사람 사이에서도 그렇지만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도 소통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는 것은 항상 소통 부족에서 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직원들을 배려하고 고충과 아픔을 함께 하려 노력한다.

▲ 대변인으로서 도지사님과 현장을 다니는 일이 많을 텐데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지?

2018년 10월 30일, 아직도 날짜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이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대통령께서 참석하는 큰 행사였는데 지사님을 수행해서 가게 됐다. 순서에 따라 지사님께서 인사말씀을 하러 단상에 올라갔을 때였다. 지사님께서 아주 잠깐 멈칫하시는 것이 보였다.

나중에 알았지만 준비한 원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삼엄한 경비를 뚫고 원고를 전달할 방법이 없었고 지사님께서도 상황을 아셨는지 바로 즉석연설을 하셨다. 3선 국회의원 출신답게 위기 대처능력이 너무 자연스러웠다. 명연설이었고 박수소리도 컸다.

대통령께서도 말씀을 마치고 단상을 내려오는 지사님을 환하게 웃는 얼굴로 맞으며 악수를 했다. 그렇지만 멀리서 지켜보며 식은 땀이 났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그 이후로 지사님 자료를 챙기는데 더 집중하게 되었으니 초짜 대변인으로서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것으로 생각한다.

▲ 이철우 도지사님과 늘 함께 다니시는데, 소개해줄 에피소드가 있다면?

에피소드라기보다는 지사님을 따라다니던 해묵은 오해가 현장에서 우연하게 바로잡힌 일이 있다. 도지사님한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는 가짜뉴스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있었다. 정작 도지사님은 탄핵 반대에 앞장선 몇 안 되는 의원 중 한 분이었다. 그런데 선거 과정에서 상대후보의 흑색선전 때문에 오명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올해 11월 14일 박정희 대통령 104돌 숭모제에서도 태극기부대로 불리는 단체의 회원들과 그런 시비가 있었다. 이때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가 “내가 증명한다. 이철우 도지사는 탄핵 반대한 거 맞다.”고 증인을 자처했다. 지사님을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이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우연한 기회에 진실이 밝혀졌다고 할 수 있다.

▲ 경북에서 지금 가장 필요한 부분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무엇보다 민생 살리기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민생이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니다. 민생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코로나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어 걱정이다. 내년에도 민생을 살리고 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을 제대로 빨리 잘 지어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이전지를 확정했다. 경북으로서는 군위와 이별하는 아픔도 참아냈다. 산고 끝에 옥동자 나온다고 했다. 3500m 활주로, 연간 26만톤 처리가 가능한 화물터미널,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는 최첨단스마트공항을 만들어서 공항경제권을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 먹고 살아갈 신산업 육성도 필요하다. 10년, 20년 후 먹을거리는 지금 준비해야 한다. 동해안권의 이차전지와 에너지, 서남부권의 5G․전자와 스마트물류, 북부권의 바이오백신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 경북의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경상북도에서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과거 경북은 대한민국을 이끌어 왔다. 포항 철강, 구미IT와 섬유, 경산․영천의 자동차부품산업은 지역경제와 국가경제발전의 동력이었다. 최근 대기업의 이탈과 수도권 중심정책에 밀려 어려움을 맞고 있지만 기초체력은 튼튼하다. 경북은 최근 몇 년간 4차 산업혁명시대 경북의 미래 먹거리 산업 기반을 마련하는데 충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경북산단 대개조와 구미 스마트 산단 선정, 에너지산업 융복합단지 조성, 포항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 안동 헴프산업화 규제자유특구, 포항․구미 강소연구개발특구 지정 등을 이끌어 냈다.

이를 토대로 이차전지, 바이오․헬스를 경북의 미래 신산업으로 육성하고자 한다. 이차전지의 경우 에코프로, 포스코 케미칼, LG화학 등 관련기업들의 투자가 이미 줄을 잇고 있다. 세계 유일의 가속기 클러스터 등을 적극 활용한 신약산업도 육성할 것이다. 북부지역은 백신산업과 헴프산업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첨단베어링 산업을 육성해 나가고자 한다. 미래형 자동차 소재부품산업과 혁신원자력, 수소연료전지 등 동해안 중심의 에너지산업도 미래 경북의 먹거리산업이다. 주력산업인 전자산업과 철강산업의 고도화도 잰걸음으로 나서고 있다.

▲ 경북도는 민선7기 사실상 무산된 대구경북 행정통합 대신 특별지방자치 단체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행정통합은 수도권 블랙홀에 맞서 살기 위한 생존의 절박함에서 시작되었다. 현 체제로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한계가 있다. 합쳐서 규모를 키워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판을 바꿔야 한다. 더군다나 세계는 지금 도시 간 경쟁시대다.

대구경북이 처음으로 행정통합을 시도했지만 코로나19로 공론화가 늦어짐에 따라 시기조절을 하게 되었다. 공론화위원회가 조사한 여론결과에 따라 중장기과제로 추진하게 되었지만 행정통합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들이 많다. 시․도민들께서도 찬성하는 분들이 더 많고 중앙정부나 정치권도 동의하고 있다. 대선 공약사항으로 채택되어 국가적 아젠다로 추진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고 있다.

특별지방자치단체는 공론화위원회에서 시․도민의 공감대를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고 정책 제언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가칭)대구경북특별지방자치단체’를 설립 운영하기 위해 현재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정책과제로 연구 용역 중이다. 주민생활 체감도가 높은 광역사무를 중심으로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운영하여 시도민의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중앙정부와 국회를 통해 지방분권법 개정 등 통합을 위한 법적체제 개편을 준비해 향후 행정통합을 이룰 계획이다.

행정통합은 기존 자치단체가 완전히 일원화된 지휘체계로 통합되는 것으로 가장 강력하고 견고한 협력제도이다. 이와 달리 특별지방자치단체는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지방자치법’에 의거한 것으로 기존 자치단체는 그대로 둔 채 일부 사무만을 수행하는 독립적인 법인격체를 만드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계신 도민들께 한마디

도지사님을 모시고 새바람행복버스를 타고 현장에 여러 번 갔다. 도민들의 힘든 목소리를 많이 들었다. 지사님께서 늘 강조하시듯이 행정의 최우선 가치는 위민, 애민에 있다고 생각한다. 도민들을 위해 정신 바짝 차리고 일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돌이켜보면 경북은 숱한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역사의 중심에서 나라를 이끌어 왔다. 우리 도민들께서는 이보다 더한 어려움도 이겨낸 저력을 가지고 계신다. 아무리 힘든 일도 반드시 끝은 있기 마련이다. 머지않아 답답했던 일상이 끝나고 가슴 뻥 뚫리는 시원한 일이 시작될 것으로 믿는다. 도민들께서 힘내셨으면 좋겠다.

(한지협경북협의회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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