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영화를 그리워하는 장터 사람들, 예술로 거리의 새 문화를 이끌어야

영주시 항공사진(2021년)
영주시 항공사진(2021년)

 

부석사와 소수서원, 소백산이 있는 우리 고장 영주는 도심에도 볼거리가 많다. 후생시장(일제시대 건물)과 중앙시장, 구성마을은 도시재생 사업이 이뤄졌고 그 주변은 문화재청으로부터 근대문화역사거리로 지정됐다. 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도시의 찐 매력에 서서히 빠져든다. 본지는 모두 알고는 있지만 무심코 지나치거나 무관심했던 원도심의 새로운 매력을 재조명한다. [편집자 주]

영주시 항공사진(1954년)
영주시 항공사진(1954년)
영주시 항공사진(1963년)
영주시 항공사진(1963년)

영주의 장터

영주원도심의 ‘장터 길’은 오래된 길이다. 중앙시장에서 골목시장, 선비골전통시장, 문화시장, 소백쇼핑몰, 대박시장을 지나 원당로에서 5일과 10일에 서는 오일장으로 연결된다. 원도심의 반이 장터이다.

여기에서 ‘골목시장’은 기독병원에서 ‘채소전’으로 이어지는 골목길을, ‘선비골전통시장’은 옛 ‘채소전과 어물전’을, ‘문화시장’은 ‘문화의 거리’를 가리키는데, 이 세 시장을 하나로 묶어 ‘365시장’이라고 한다.

‘소백쇼핑몰’은 농협영주시지부 뒤에 있는 옛 ‘상가시장’을, ‘대박시장’은 옛 ‘신시장’이었던 ‘공설시장’을 지칭한다. 그리고 영주역 앞의 ‘신영주번개시장’과 원당로에 서는 오일장을 ‘번개시장’이라고 같이 부르고 있어서 헛갈리게 한다.

선비골 전통시장(옛 채소전-1954년)
선비골 전통시장(옛 채소전-1954년)
선비골 전통시장(현재)
선비골 전통시장(현재)

상설시장으로 자리 잡는 전통시장

현재 ‘선비골전통시장’은 6.25사변 이후에 생긴 것 같다. 1954년과 1963년 항공사진을 비교해 보면, 거리는 그대로인데 가게만 늘었다.

1955년 후생시장이 만들어질 즈음, 후생시장를 중심으로 역전통에 의류, 문방구 등 생필품을 파는 가게들이 들어서면서, 운송회사와 농업창고가 있던 주부슈퍼 부근에 어물전과 곡물가게가 형성되고, 철도 아래로 채소를 파는 난전(亂廛)이 들어섰다고 한다. 그리고 차츰 민가(民家)가 점방(店房)으로 바뀌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영보극장(1960년대)
영보극장(1960년대)
영보극장 자리(현재)
영보극장 자리(현재)

현재와 비교할 때 가장 큰 변화는 1973년 철도 이설과 1982년 원당천 수로 변경이다. 시장도 그 이후에 큰 변화를 맞이 한다. 역과 철둑을 들어내고 나니, 둑의 경사만큼 새로운 부지(敷地)가 만들어진다. 그 곳에 조성된 골목길에 생겨난 것이 ‘골목시장’과 ‘순대골목’이다. 두 골목이 일직선이 되지 않는 이유는 ‘골목시장’은 영주역과 대한통운 뒤편이었고, ‘순대골목’은 철도 뒤편이었기 때문이다. 두 시장은 영주 최고의 먹거리 장터이다.

그리고 채소전과 어물전은 도매시장으로 발전하면서 경북 북부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시켜 나간다. 이 무렵 영주의 대표적인 먹거리인 문어, 고등어, 소고기 전문점이 주부쇼핑 주변에 모이면서 이제는 친정 온 딸네들은 꼭 들리는 장소가 되었다.

문화의 거리(1980년대)
문화의 거리(1980년대)
문화의 거리(현재)
문화의 거리(현재)

명동거리와 문화의 거리

또 영주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은 것이 ‘명동거리’이다. 태극당에서 아디다스까지의 거리다. 전국적으로 이름난 의류 메이커들이 자리를 잡으며, 영주의 가장 번화한 거리를 만들어서 ‘명동거리’라 불렀다.

하지만 이 ‘명동거리’는 중앙고속도로를 개통하고 난 뒤부터 쇠락의 길을 걷는다. 그래서 이 길을 다시 살리려고, 거리 안에 실개천을 만들고, 멋진 소나무도 심고, 버스킹 공간도 만들면서 ‘문화의 거리’를 조성했지만 줄어드는 인구를 감당하기가 힘든 것 같다.

하지만 변화의 물꼬도 터 간다. 작년 이 거리에서 할로윈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했던 조국원(영주극단 대표)은 “코로나 시국에다가 짧은 기간에 준비를 해야 하는 부담도 있었지만, 선비의 고장에서 서양축제를 기획한다는 것이 더 큰 걱정이었다.

아무 탈 없이 마쳐서 다행이었다”고 한다. 또 “가족 단위로 참여하는 모습이 많았는데, 체험 리플렛을 받으려고 200m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며 “아이와 함께 갈 곳이 없다”는 한 어머니의 말씀에 가슴이 아팠다고 한다.

문화의거리 실개천
문화의거리 실개천

혼수용품 특화시장, 소백쇼핑몰

농협시지부 뒤 상가시장은 1970년 준공되었다. 1층은 가게, 2층은 살림집인 주상복합의 형태였다. 큰 길가에는 양복점, 양장점, 약국이 들어섰는데, 안쪽으로는 한복집들이 자리를 잡았다. 1985년, 결혼식을 준비하며 한복을 맞추려 이 골목길에 와서 깜짝 놀랐다. 한복집도 화려하고 컸지만, 이 골목 전체가 한복집이었고, 이불 가게였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 같지가 않다. 결혼 혼수의 필수품이었던 한복과 이불이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한창 결혼을 했던 시기와 맞물려 그렇게 흥했던 것 같다. 그래도 아직은 많다. 한 집 건너 한 집이지만, 옛 자리를 지키며 장인으로서 전통을 고수한다.

그리고 이 시장이 시작되면서부터 입구에서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방가게는 명물이다. 이 가게에 들어서면 유행에 관계없이 진열된 가방은 종류별로 없는 게 없다.

소백쇼핑몰, 대박시장 입구
소백쇼핑몰, 대박시장 입구
소백쇼핑몰 주단길
소백쇼핑몰 주단길

공설시장

한성약국을 지나면 오르막이었다. 지금은 길이 되면서 평지가 되었지만, 예전엔 원당천 둑으로 오르는 길이었다. 그런데 이곳은 늘 복잡했다. 원당천 건너편으로 가는, 안동통로의 유일한 다리가 이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오르막길 오른편에 시장이 있었다. 신시장이다. 현재 ‘대박시장’이라 부르는 성누가병원 건너편에 있는 이 시장은 예전에 소전과 옹기전에 있던 곳이었다. 가게들이 들어서면서 ‘신시장’이라 불렀는데, 아마도 채소전과 어물전과 구별해서 그렇게 부른 것 같다.

이제 옹기전은 없어졌지만, 상가가 새로 지어지면서 그릇가게가 들어섰다. 한동안 영주공설시장이라 했지만 그 이전에 신시장이라고 불렀던것은 아마도 채소전 어물전이 있었던 시장과 차별하여 그렇게 부른 것 같다. 현재는 ‘대박시장’이라 이름을 지었다.

문화의거리 할로윈 축제(2020년 10월)
문화의거리 할로윈 축제(2020년 10월)
문화의거리 할로윈 축제(2020년 10월)
문화의거리 할로윈 축제(2020년 10월)

꿈을 염원하며 시작하는 365시장

365시장은 365일 문을 연다는 뜻도 있지만, 사람의 체온과 영주를 지나는 위도가 36.5°라는 의미도 있다. 365시장은 골목시장과 선비골전통시장 그리고 문화의 거리를 하나로 묶어 상승 효과를 노리고자 했는데, 따지고 보면 원래가 하나였다. 이제 여기서 새로운 시장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노소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이 여기에 다 모여 있어 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11월의 마지막 날, 비가 내린다. 골목시장에서 ‘랜떡’을 지나 문화의 거리에 만든 실개천를 걷는다. 비가 내려도 상인들은 늘 자리를 지킨다.

“장사는 좀 됩니까?” “장사는요. 우리끼리 팔아주는 거 말고는 없니더”

문화의거리 할로윈 축제(2020년 10월)
문화의거리 할로윈 축제(2020년 10월)

문화의 거리 2-3층은 거의 비어있다고 한다. 거래가 없으니 가격도 없다. 세입자들의 입장에서는 몇 해째 비어 있는데 월세가 너무 비싸다고 하지만, 주인 입장에선 억울함이 왜 없을까? 모두가 변화를 갈망한다. 어떻게 변화를 이끌어야 할까? 결국은 장사로 이끌어가는 것이 아닌 사람을 끌어 올 수 있는 그런 문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 거리에서 소극장을 열고 싶어요. 아버지의 못다 이룬 꿈도 꿈이지만, 이 거리를 살릴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해보고 싶어요” 조국원 대표의 이야기가 계속 머리에 남는다.

오공환 기자 / 김덕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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