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봉현면 유전리 귀농인 정연복 씨

조선소 근무하다 우리고장으로 귀농 결심
사과 신품종 ‘엔부’ 올해 첫 수확 ‘기대감’

“농민은 백번 다시 태어나도 농촌을 그리워합니다”

8년 전 봉현면 유전리 소백산 자락에 둥지를 튼 귀농인 재평산농원 정연복(63)씨가 하는 말이다. 가난을 벗어나고자 고향인 강원도 영월군 상동면을 떠나 경남 거제 S조선소에서 19년 간 용접공으로 일했다는 그는 고막이 찢어질 듯한 망치소리와 용광로처럼 열기를 내뿜는 철판 속에서 용접을 하면서도 철저한 귀농준비를 해왔다고 했다.

그는 “까마귀도 고향 까마귀가 반갑다는 옛말처럼 고향 인근인 정선군 임계면 부근에 정착하고자 땅을 보러 다녔으나 너무 비싸 포기했다”며 “경북 청송, 영양, 봉화 등지를 돌아다니다 상대적으로 땅값이 싼 봉현면 히티재 남쪽 비탈면에 위치한 과수원 6천여 평을 평당 5만원을 주고 구입해 정착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존의 사과밭이 부사와 홍로 등으로 심겨져 있고 고목이라 수확량이 떨어져 농업기술센터의 도움을 받아 3년 전 FTA자금 2천 300만원으로 수종갱신에 나서면서 2천 70평의 밭에 신품종 ‘엔부’ 610주를 심었고 2년 만인 올해 첫 수확을 앞두고 있습니다”

엔부는 부사와 홍옥을 혼합한 신품종이라 배웠다는 그는 부사의 달콤 시원한 과즙과 새콤달콤한 홍옥의 맛을 가미한 사과 중의 사과라며 시식을 권하기도 했다.

“사과밭이 위치한 자리가 속칭 재평산이라 불리는 소백산 자락으로 25%이상의 비탈 밭이에요. 코가 닿을 듯한 언덕배기 밭에 300m 길이의 호스를 끌고 다니며 분무기로 하루 종일 약을 쳤지요. 기계화 작업을 위해 중장비를 들여 계단식 밭으로 개간했습니다”

계단식 밭을 만들면서 뜻하지 않게 벌금 500만원을 물기도 했다는 그는 농지는 2m 이상 낮추거나 높일 때엔 반드시 신고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용기만 앞세운 채 작업을 하다가 담당 공무원의 고발로 벌금을 물게 됐다고 했다.

“처음에는 피가 거꾸로 솟구치듯 화가 났어요. 타관을 타는 것 같기도 했고요. 이해관계가 걸린 이웃도 아니고 또, 농민이 잘못을 해도 지도를 해야 할 공무원이 한마디 말도 없이 검찰에 고발부터 했다는 자체가 너무나 원망스러웠습니다. 농촌 사정과 법규에 어두운 귀농인도 시민이고 농민인데 말입니다”

부인 장명희(59)씨는 “2년여가 흐른 지금은 모든 섭섭함 다 잊고 주민자치위원으로 또, 농가주부모임 회원으로 봉사활동까지 열심히 하면서 이웃들과 소통하며 살고 있다”고 한마디 거들었다.

“살다보니 농로포장과 축대보수 등도 지자체가 다 해주던데 아무것도 모르던 그 시절에 130여m의 농로 포장도 자력으로 했습니다”

정씨는 “엔부는 개당 500g이나 나가는 대과이며 속까지 빨간 명품사과로 300상자(20kg)를 수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지난 10월 서울 모 백화점과 전량 계약을 마쳤다”고 했다.

수종갱신 2년 만에 사과가 열리면서 멀리 강릉, 양구는 물론 청송, 영양지역에서 매일 2~3팀이 견학을 오고 있어 초보 농부가 견학의 대상자라고 생각하면 우습기도 하지만 8년의 경험을 정성을 다해 알려주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농장명을 산 이름을 따서 ‘재평산 농원’이라고 지었습니다. 순수익은 아직 1억에 조금 못 미치고 있지만 내후년이면 억대농 반열에 오르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세상 천지가 모두 내려다보이는 별장에 살면서 소풍 온 기분으로 일을 하면서도 억대농 반열에 오른다면 성공한 귀농인이 아니겠습니까”

“살다보니 너무나 좋은 분들이 도움을 주고 있어 신천지를 만난 듯 사회생활 자체가 즐겁다”고 했다. 부인 장명희씨와 사이에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두 아들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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